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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Apr 10. 2021

나이 들어 변한 11가지

너무 쉽게 변해가는 건 아닌 것 같고 말입니다.

1. 장을 봐서 냉장고나 찬장에 넣어 놓고, 까마득히 잊어버림. 최근에만 해도 쑥갓, 맛동산 등등. 나도 증상이 있고, 아내는 좀 더 심함.


2. 사람의 외모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짐. 대화를 해보고 겪어봐야 그 사람을 알 수 있으므로 외모 때문에 그 사람을 아예 차단하거나 마음을 닫지는 않음. 즉 내 스타일이란 단정, 내 스타일이 아니란 단정을 쉽게 안 함.


3. 여자에 대한 환상이 많이 사라짐. 젊었을 때는 여자는 대부분 상냥하고 부드럽고 착할 거라는 착각을 좀 했음. 세상을 겪어보니 여자도 남자랑 같음. 천태만상이고 사악한 여자, 무개념녀도 많음. 태생적으로 여자한테 혹하기 쉬운 남자들은 항상 여자 조심.


4. 내가 잘나지 않음을 점점 깨달음. 이건 아직도 많이 깨달아야 할 거 같음. 잘난 건 없지만 계속 시도하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음. 어차피 천재가 아니라면 열정적으로라도 살아야지.


5. (안좋은) 상황 대처 능력이 조금 향상됨. 내 분노 게이지보다 상황 파악을 먼저 하고, 위태로운 상황을 지혜롭게 넘겨야겠다는 생각을 우선 하게 됨.


6. 요리가 배우고 싶어짐. 자식들이 다 독립을 했고 맞벌이인데, 아내에게 계속 얻어먹는 건 염치없는 짓. 생존을 위해 요리를 조금씩 배우고 있음. 또 한 가지는 요리를 할 줄 알아야 나이 들어서 아내와 친구들을 기쁘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음. 사는 재미가 별 거 있을까. 맛있게 요리해서 즐겁게 나눠먹고 수다 떠는 거지.


7. 대화 상대가 확연히 줄어듬. 아이들이 다 독립을 해서 잔소리할 대상이 없어짐. 친구들 하고도 30대 때 떠들던 주제로는 더 이상 재미가 없음. 자연히 통화 횟수가 줄게 됨. 퇴근 후 아내는 거의 TV 앞, 나는 거의 모니터 앞에 있음. 디테일하고 깊이 있는 대화는 별로 없음. 코로나로 모임도 다 무기한 연기돼서 떠들고 싶은 욕구가 불만인 상태. 그래서 유튜브, 브런치 등에 더 집착하는 걸지도 모름.


8. 그렇게 좋아하던 민물낚시 가기가 귀찮음. 장비 챙겨서 떠나고, 현장 가서 펴고, 접고, 집에 와서 정돈할 생각하면 벌써 귀찮음. 잔잔한 물가와 붕어와의 낭만보다 방전된 체력 걱정이 앞섬.


9. 외로움.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남.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질 것 같은데, 그래서 악기도 배우고... 음악을 사랑하지만 역시나 100% 채워지는 건 없음. 하긴 또 외로우니까 음악도 듣고, 악기도 배우고 하는 거지. 사람이 그립다가도 또 사람한테 너무 치이면 혼자 있고 싶고...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스럽거나 까탈스러움.


10. 음식 취향이 변함. 홍어 같은 걸 왜 먹나 했는데,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그 알싸한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찔렀음 좋겠음. 식당 음식이 싫어짐. 정말 집밥 같은 식당은 희귀함. 대부분 단짠으로 맛 내고, 맛집도 서너 번 가면 역시 맛없음. 귀찮긴 해도 내 손으로 내 입맛에 맞게 해 먹는 요리가 최고.


11. 뭐라도 하나 성할 때 하나라도 더 해보고 싶음. 나이 들어 몸이 안 좋아지고(고질병), 손가락도 다치면서 매우 강하게 든 생각. 여기서 더 다치면 피아노나 기타를 아예 못 칠 수도 있겠네.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이 나보다 죄가 많아서 그런 게 아니니 내게도 어떤 일이 닥칠지 알 수 없는 법. 멀쩡할 때 사랑하고 즐기고 남겨놔야지. 이런 생각.


그래서, 글도 부지런히 쓰고 있음.


보너스 트랙 - 일의 순서를 헷갈림. 화장실에서 큰 볼일을 마친 후 변기에 휴지를 버리고, (손을 씻고), 휴대폰을 들고 나와야 하는데 변기에 휴대폰을 버리고 화장지를 챙겨서 나올 뻔함... ㅜㅜ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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