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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모드에서승리하는 삶

평상모드 VS 전투모드 VS 루즈모드

by 밤새

평상모드에서는 우리 긴장의 끈이 다소 느슨해져 있다.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상황이 예측 가능하고, 내 능력 안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 전투모드에서는 긴장의 끈이 팽팽해진다. 현재와 미래의 상황이 복잡다단하고 예측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놀라운 능력은 전투 모드에서 십분 발휘된다. 아파트 문을 5분 늦게 나서면 지각일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출근 준비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후순위의 것들을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써 5분을 번다. 머리 손질을 대강 하거나 내 차까지 질주한다. 평상시보다 5분이 늦었다는 걸 인지한 순간, 바로 포기해 버리면 그냥 지각이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전투모드로 전환하면 놀랍게도 우리는 정상 출근에 골인한다.


평상모드보다 시간이 더 여유 있다고 느끼는 휴일이 되면 우리는 쉽게 루즈모드가 된다. 전투모드에 혹사당한 자신에게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쉽게 뻘짓에 눈을 돌린다. 그러다가 뻘짓이 시간을 다 삼켜버려서 평상시보다 못한 하루를 마감한 후에 쓸쓸한 휴일의 패자가 된다.


평상모드를 잘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습관의 형성이 평상모드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지루한 것이 아니라 감사한 것이다. 사건사고가 없는 하루. 지루하다면 몸을 많이 움직이거나 감정의 자극을 주는 문화생활을 즐기거나 봉사활동을 하면 된다. 출근하는 평일에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데드라인이 다가오면 신기하게 작업이 마무리되는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전투모드에서는 몸속 세포들이 정신을 빠짝 차리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벼들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도 전투모드에서 일을 잘하면 인정받는다. 갑자기 업무나 고객이 몰릴 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무탈하게 문제를 잘 해결하고 상황을 정리하면 일 잘하는 사람이 된다.


직장에서의 전투모드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도 우선순위가 제일 중요하다. 문제 발생 확률이 제일 큰 업무부터 처리하되, 개별 업무 전체에 대한 시간 배분을 잘해야 한다. 이런 정신없거나 긴박한 상황을 잘 마무리하고 나면 우리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는다.


전투모드의 이런 긍정적 측면 때문에 때때로 우리는 의도적으로 평상모드를 전투모드로 바꿀 필요가 있다.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런 책들의 제목만 보고 너무 헐겁게 멈춰 있거나 느리게 가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자. 돈이 많은 사람은 가성비가 떨어지는 물건을 충동구매할 확률이 높다. 한 번의 실수로 돈이 빠져나가도 치명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지출해야 할 금액이 정해져 있으면 우리는 필사적으로 좋은 가성비를 찾는다. 이렇듯 만족도는 절박함에서 온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회식이 있으니, 친구를 만나기로 했으니 매일 하기로 했던 운동, 다이어트, 공부, 독서 포기!! 이런 속단을 하지 말자. 이미 음주를 시작했으니 오늘 하루는 그냥 거른다고? 망쳤다고? 과식은 어쩔 수 없다고? 아니다. 시작한 음주라도 자제할 수 있고, 뜯기 시작한 치킨이라도 멈출 수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런 약속으로 내 자유 시간이 줄었다면 그날은 전투모드가 됐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다. 외출을 30분 남겨둔 시간, 피아노 연습이 오히려 집중력 있게 더 잘 된다.




모든 일이 그렇듯 자세가 중요하다. 전투에 임하는 자세. 삶은 편안한 소파가 아니다. 거절할 것들은 거절하고, 자를 것들은 잘라서 주체적으로 세웠던 내 계획들을 스스로 은근슬쩍, 얼렁뚱땅 무너뜨리지 말자. 달리기를 생각해 보라. 전투를 잘 마무리해야 휴식도 더 달콤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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