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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 어리석은 용기, 좋은 두려움

습관 들이기 프로젝트 3개월 후기 2편

by 밤새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 일에 대해 습관을 들이지 못하면 삶의 모든 프로젝트가 단발성으로 끝나게 된다. 말하자면 냄비 인생으로 세월을 낭비하다가 삶을 마감할 가능성이 크다.


내 경우로 짐작하건대, 습관 들이기에 실패하는 사람일수록 초기의 열정과 의욕은 차고 넘친다. 처음에는 모든 게 신선하고 재미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술술 풀릴 것 같은 편향된 오류 - 자기확신 - 에 빠진다.


쉽게 저지르고, 쉽게 포기하는 걸 나는 '어리석은 용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무모함이다. 그래서 우선 습관을 들이려면, 포기하지 않으려면 내가 그 일에 매기는 가치가 상당한 수준이어야 한다. '이거 하다가 안되면 저거 하지' 정도의 마인드로는 당연히 낮은 장애물 앞에서도 포기하게 된다.


이렇게 습관을 들여야 할 두세 가지 정도의 핵심가치를 정하고 나면, 장기적 안목으로 그 일에 매달려야 한다. 마음만큼 잘 안 되는 상황과 꾸준히 하기 싫은(귀찮은) 마음을 기본 전제로 깔아야 한다. 그래야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


또 습관을 들이려는 일의 가치가 내재적이어야 한다. 남들 앞에 뽐내고 싶다는 등의 외형적 가치는 장애 앞에 버틸 근력이 약하다.


습관 없이, 반짝 스타가 되겠다는, 시류에 편승해 대박을 노리는 투기심도 버려야 한다. 내가 비록 재능이 뛰어나지 않은 평범한 나무라 해도 계속 거름과 물을 주며 나를 가꾸는 투자를 해야 한다. 나는 현재 나이 들고 병든 나무 혹은 낡은 중고차라 할 수 있지만 계속 투자를 하고 있다. 이 길 말고는 답이 없다. 나 말고는 내 삶을 정돈해주고 내 꿈을 이뤄줄 이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좋은 두려움이란 무엇인가. 바로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다. '연습을 하루 걸러도 별 것 아니다'라는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 실력의 하강은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진행되지만 결국에는 포기라는 추락에 이른다.


공무원 시험 준비 때 거의 매일 운동한 덕택에 나는 지금 턱걸이 30개를 수월하게 한다. 처음에 10개에 다다른 다음에는 2~3개씩 추가하기도 좀 힘든 수준이었는데, 20개가 넘어가니 한꺼번에 5개를 더 추가해도 그렇게 힘든 느낌이 없었다.


피아노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친 사람한테는 체르니 30번이니, 50번이니 하는 게 별 것 아니지만 나에겐 높디높은 산이다.


그래서 습관을 들이려면 하루를 거르는 걸 두려워해야 한다. 부득이한 약속으로 내 개인 시간이 펑크 났다면 최소한 30분, 더 최소한은 10분만이라도 그 일에 투자해야 한다. 하루에 10분도 투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그 일이 내 삶의 지향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런 두려움은 비겁한 두려움이 아니다. 건강 염려증처럼 오버하는 정신상태도 아니다. 습관 들이기에 아주 필요한 두려움이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좋은 두려움'이라고 표현한다.


'오늘 아니면 내일 하지. 뭐 그리 쪼잔하게시리...' 아니다. 습관을 들이려면 쪼잔한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렇게 쉽게 생각하는 것은 대범함도, 용기도 아니다. 그냥 자기 합리화와 객기일 뿐이다.

살다 보면 순간적으로 무모함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인생 전반이 무모하면 곤란하다. 습관 들이기로 묵묵히 자신의 실력을 쌓고 페이스를 유지하다가 기회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다.


이렇게 내면이 충실히 쌓였을 때, 외면의 삶에서도 진정성 있는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것 같다. 유유상종이라고 비슷한 사람이 보이기 때문이다.


습관 들이기에 성공하면 그 분야를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점점 이해가 깊어진다. 결국에는 나의 세계가 확장되는 것이다. 삶이란 결국 나의 우주 안에서 살다 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확장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먼 곳에서 풍요를 찾지 말자. 우선 나 자신에게 충실해야 한다. 내 내면의 목소리가 부여하는 질서에 우선 순응하자. 차례를 지켜서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이 당신에게 가장 이롭다. 허울만 좋은 망상은 얼마 못 가서 그 앙상한 몰골이 드러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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