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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들이기 프로젝트 3개월 후기

1. 왜 습관을 들여야 하는가?

by 밤새

50년 가까이 산 내 인생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슬픈 일이다. 왜 그럴까? 습관 들이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그래서 나는 습관 들이기에 집착하고 있다.


내가 시도한, 저지른 대부분의 일들이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이 미미했다. '꾸준함'이라는 거름이 필요한 많은 일들을 거만함과 조급함으로 망쳐 버렸다.


거만함이란 내 능력에 대한 과대평가와 '잘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이다. 조급함이란 '빨리 돼라. 빨리 돼야 한다. 남들 앞에 체면이 서야 한다'는 강박이다.


5월 17일에 시작한 습관 들이기 프로젝트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소중히 여기는 일의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습관이 중요한 걸 알면서도 매번 실패하는 분들에게 내 후기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 나는 10년 안에 직업으로서의 작곡가를 꿈꾸는 사람이다.

- 피아노 연습을 비롯해 작곡 공부가 필수다.


2. 나는 경제 개념이 매우 부족해서 현재 가난하다.

- 경제 서적을 비롯해서 전방위적인 독서와 저축 습관이 필요하다.


3. 나는 위장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

- 꾸준한 운동과 식단 관리가 필수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정말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우선순위로 정했다. 습관 들이기를 시작하려면 이처럼 먼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내 습관 목록을 다시 정리하자면 피아노 연습, 독서, 저축, 운동 이렇게 네 가지다.


5월 17일부터 위 네 가지에 대해 날짜, 투자(소요) 시간 등을 엑셀 시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저축은 아내와 여행 갈 통장을 따로 만들어서 하루에 1000원씩 이체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큰 이변 없이 위 네 가지를 매일 실천하고 있다. 3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1차적으로 습관 들이기에 성공했다고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피아노에 약간 자신감이 붙었다.(대중가요 반주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이제 길이 보인다고 할까) 전자책과 도서관 대출을 통한 종이책을 활용해 독서하는 요령을 어느 정도 터득했다. 1000원을 이체하고 기록하는 데 1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지만 내가 그걸 정말 귀찮아하기 때문에 습관 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다시 산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위장의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모든 일이 그렇듯 습관 들이기에도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


1. 평상심을 유지하라.


- 나처럼 감정적인 사람은 습관을 감정과 연동하려는 습성이 있다. 기분이나 컨디션이 좋은 날은 피아노를 심하게 많이 치거나 책 한 권을 하루 만에 다 읽으려는 등 오버페이스를 한다. 반대로 기분이 안 좋은 날은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는다. 이것은 습관 들이기에 정말 좋지 않은 자세다.


별로 기쁘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은 평상심을 감사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적어도 과도한 스트레스가 우리의 마음을 망가뜨리고 있는 상태는 아니기 때문이다.


2. 작은 변화, 작은 만족에 감사하라.


- 갑작스러운 큰돈, 명예, 주목, 요행을 바라지 말고, 무탈함에 감사해야 한다. 마음에 불만이 쌓여 있으면 매일매일 작은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보잘것없고, 하찮게 느껴진다.



3. 남이 아닌 어제의 나 자신과 비교하라.


- 이건 여러 책에서도 언급되는 말이다. 내가 아무리 피아노를 열심히 친들 손열음이나 이루마와 비교해서야 되겠는가. 피아노 학원 선생님과 비교해서도 안된다. 나는 나의 수준과 페이스대로, 나의 색깔을 가지고 발전해 나가면 된다.


4. 고통을 감내하라.


- 하고 싶은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이건 무슨 일이건 진리다. 월척을 잡으려면 밤새 미동도 없는 찌를 뚫어져라 주시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운동이 몸에 좋다는 건 체험으로 알고 있지만,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서 나가기가 싫다. 귀찮다. 그럼에도 조금 힘들긴 하지만 운동을 마치고 땀을 빼고 나면 개운하다.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이 상승한다.


매일 피아노를 치고, 책을 읽는 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뭔가 판타스틱하고 어메이징한 일이 당장 일어나지 않고, 당장 돈도 되지 않는 이런 일들을 매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이런 귀찮음, 무료함, 답답함,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5. 갉아먹는 전법


- 습관이 중요한 이유는 모든 성취는 결국 작은 것들이 모이고 쌓여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도 꾸준한 공부와 기다림 없이 주가 급등만을 노리는 투기꾼들은 결국 쪽박을 차지 않나.


우리가 꿈꾸는 것,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접근하고 전진해야 하는지를 면밀히 조사하고 살핀 후 조금씩 갉아먹는 전법을 써야 한다. 아무리 급해도 하루아침에 체르니 30번을 칠 순 없다.


주식도 수익보다 우선 손실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듯 삶도 대단한 성공보다는 실패하지 않는 것이 먼저다.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은 하루하루의 삶에 충실함을 말한다. 더 쪼갠다면 1시간, 아니 10분을 실패(허비)하지 않고 충실히 보내야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나는 손가락을 다친 이후에 악기를 다시, 열심히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건강이 상당히 상한 후에, 공무원 시험 재도전을 접고 어릴 때부터의 꿈인 음악을 당장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언제 다칠지 모르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습관 들이기는 아름다움을 완성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매일 하는 똑같은 일이지만 똑같지 않은 일. 잔잔하게 나를 변화시키는 힘. 그것이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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