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들이기 프로젝트 3편
1. 하루 중 컨디션이 가장 좋은 시간에 가장 소중한 일을 하라.
내게는 현재 피아노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 30분, 1시간 이렇게 들쭉날쭉하던 것이 근래 열흘 정도 꾸준히 1시간 연습을 지켜내고 있다. 이 페이스를, 습관을 잘 유지한다면 내가 60세쯤 되면 피아노를 아주 잘 치진 못해도 그런대로 잘 치는 중년이 돼 있을 것이다.
최백호의 노래처럼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피아노 한곡 정도는 멋들어지게 칠 수 있는 중년 같은 노인. 악상이 떠올랐을 때 피아노로 바로 연주해 볼 수 있는 노인. 내가 바라는 노인상이다.
그래서 나는 하루 중 컨디션이 가장 좋은 시간이 되면 우선 피아노 앞에 앉는다. 오전 알바를 마치고, 한숨 자고, 큰 볼일을 보고, 샤워까지 마친 상태. 속도 비어서 가볍고, 몸도 개운한 상태다.
식사 직후나 술을 한잔 했을 때는 역시 컨디션이 많이 떨어진다. 잡다한 뉴스를 많이 봐도 주의력이 분산된다.
그다음 순번이 독서다. 현재는 30분을 목표로 한다. 세 번째는 운동.
이 세 가지를 무탈하게 해내고 나면 내 삶에 최소한의 자양분을 공급한 느낌이라 충실하고 안정된 기분을 느낀다.
이렇듯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에는 하루 중 내 컨디션이 가장 좋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좋다. 속이 가볍고, 몸이 깨끗하고, 공간까지 쾌적하면 더할 나위 없다.
2. 모든 것은 변한다.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바로 자리에 앉으라.
내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해서 언제나 그 일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오히려 욕구는 들쭉날쭉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하고 싶었다 하기 싫었다 한다. 그래서 미루면 안 된다. 미루면 하고 싶은 마음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아내와 외출을 할 때 내가 먼저 준비하고 자투리 시간이 남으면 피아노 앞에 앉는다.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과 접촉하는 시간, 그래서 피아노와 친해지는 시간은 단 1분이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느낌을 몸이 기억하는 것과 하루를 그냥 패스하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난다.
3.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삶이 힘들어 자포자기하고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살면 신이 우리를 불쌍히 여겨서 무슨 대단한 일이 일어날까? 미안하지만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 신은 여전히 아무런 말씀이 없고 삶은 그야말로 될 대로 된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몸과 머리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식물과 동물, 자연계를 보면 이건 지당한 진리다.
하기 싫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어떻게 하라고? 하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피아노를 치기 싫으면 피아노를 치고, 운동이 하기 싫으면 몸을 움직여라. 그러면 다시 에너지가 생기고 그 에너지가 다시 하고 싶은 욕구를 일으켜 세운다.
요리가 하기 싫다고 인스턴트식품만 사 먹으면? 돈도 많이 나가고, 맛없는 식사에 건강까지 상하는 생활이 반복될 뿐이다. 시금치라도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으면 요리가 시작된다.
악화된 건강, 지병, 나이, 학력, 경험 부족... 그 어떤 장애물이 있더라도 일단은 포기하지 마라.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어떤 역사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는 게 너무너무 중요한 거다.
당연한 거지만 타인의 호의와 운도 움직이는 사람에게 따른다.
4. 꿈꾸는 늦깎이의 자산은?
쌩쌩하고 총명한 어린이나 젊은이에 비해 늦깎이의 자산은 무엇일까? 우선 실패의 경험이다. 실패의 경험은 소중하다. '지난번에 이렇게 해봤더니 안되더라' 하는 경험은 포기에 대한 면역력을 형성한다.
그다음은 절박함이다. 내 손가락이 부러진 일생일대의 사건은 악기 연습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을 가져다주었다. 내가 가진 이 멀쩡함을 언제든 뺏길 수 있기에 멀쩡함, 건강함은 당연한 게 아니라 매일매일의 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생긴 것이다.
실패의 경험과 절박함이야말로 젊은이들은 쉽게 가질 수 없는 늦깎이만의 대단한 자신이다. 그러니 꿈꾸는 모든 늦깎이들이여, 절대로 기죽지 마라. 우리는 우리만의 자산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