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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Jan 13. 2022

당신의 인생이 최고의 예술 작품이다.

사람들의 삶은 무기력하거나 목표 편향적이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많다. 즉 목표가 없이 표류하거나 목표에만 꽂혀 살아간다는 얘기다. 분류를 하자면 나는 후자에 속한다. 곡을 빨리 팔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음악을 열심히 공부하고 악기를 끊임없이 연습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늘 시간이 부족하고 실력은 빨리 늘지 않는다.


내가 만든 노래가 멜론 1위를 찍으면 나는 최고의 작품(곡)을 만든 작곡가가 되는 걸까? 임영웅처럼 유명해지면 최고의 가수가 되는 걸까? 진정한 '최고'의 정의란 그런 게 아님을 요즘 어렴풋이 깨닫는다.


<'최고'란 자기만의 스토리를 가지는 것> 나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나의 스토리'가 최고인 이유는 그 스토리에 감동할 타자에 세상 어딘가에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내가 비록 예수가 아니라도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삶을 함부로 대하거나 살면 안 된다.


제일 위험한 생각이 '삶은 뻔하다' 식의 결과 예측이다. 제일 슬픈 삶은 '여건이 안돼서 못한다'는 잘못된 믿음에 사로잡혀 움직이지 않는 삶이다.


우리의 삶 전체는 <대작>이다. 대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다 밥도 먹고 똥도 싼다. 아이디어가 바뀌면 수정하기도 한다. 어쨌든 본인이 화가라는 신념이 변함없는 사람은 계속 그릴 것이고, 어떤 형태의 작품이든 결국 완성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믿음이 없는 사람은 도중에 붓을 놓게 된다.


'내 인생이 최고의 예술 작품'이라는 믿음을 갖는 게 그리 만만치는 않다. 끊임없이 외형과 돈과 명성으로 비교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 볼 일 없는 나'라는 믿음을 자꾸 주입시킨다. '별 볼 일  있는 나'를 꿈꾸며 돈키호테가 되라는 얘기가 아니다. 우린 정말, 리얼 '별 볼 일 있는 나'다.


OO가수협회 회장님(형님이라 부름)이 오늘 나 있는 곳까지 와서 점심을 사주고 가셨다. 왜? 모른다. 딱 두 번 만났고, 오늘이 세 번째다. 공무원 시험에 최종 탈락하고,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은 뒤 많은 신기하고 새로운 일들이 내게 일어났다. 그것이 꼭 출세와 연관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신선하고 감사한 일들 말이다.


물론 늘 잔칫집처럼 신나는 일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때로는 지겨운 피아노 연습, 곡에 대한 멘토의 뼈때리는 훈계, 음악생활을 방해하고 힘들게 하는 직장, 인간관계, 침몰하는 배처럼 스스로 빠져드는 침울함, 강박적인 분노. 이런 것들도 자주자주 나와 함께 했고,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다 최고의 작품(나만의 스토리)을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 우리는 인생 전반에 걸쳐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중이므로 단편적인 요소 하나에 빠져 팔랑거리거나 허우적댈 필요가 없다.


유튜브에 열심히 자작곡을 올리다가 구독자가 하도 안 늘어서 당분간 포기를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코로나 백신이 이슈라 그런지 이전에 만들어둔 <코로나 백신송> 조회수가 1000회를 넘기며 계속 올라가고 있다. 


오디오클립에도 피아노 연주곡을 한 때 열심히 올렸었는데, 최근 피아노를 연습하면서 다시 종종 올리고 있다. 나의 연주 실력은 정말 초급 수준인데, 오히려 이런 내 연주가 단순하고 담백해서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이 아직 영향력이 큰 채널은 아니지만, 구독자가 불과 274명임에도 문화·예술 카테고리 100위권 안에 꾸준히 버티고 있다.


브런치도 거의 의무적으로 라이킷을 누르는(죄송하지만 몇몇 분들의 라이킷은 그렇게 느껴진다) 분들의 라이킷 말고, 정말 뭔가가 느껴지거나 마음이 통해서 라이킷을 누르고 댓글까지 다시는 분들의 드문 흔적을 보면 글을 써야겠다는 의욕이 다시금 불끈 생긴다.


나(우리)의 책 <보통사람들>도 우연히 큰 글씨 전문 출판사와 계약이 돼서 큰 글씨 책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이런 일들은 정말 저질러보기 전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하긴 내가 신이 아니고, 타인이 아닌데 어떻게 예상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내가 앞에서 '결과 예측'이 가장 어리석고 위험한 생각이라고 한 것이다. 


발매한 내 노래 중 <남강이 그리워서>는 'OO맘'이란 분이 가장 많이 들었다. 왜일까? 나는 모른다. 남강에 얽힌 추억이 있는 분일까? 1000명이 1번씩 들은 노래와 5명이 100번씩 들은 노래, 어떤 노래가 더 의미 있을까? 적어도 후자의 의미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무언가를 노출하기로 작정한 이상 좋아요와 구독자와 조회수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지만 '많음 = 좋음'이라는 자본주의 논리에 휩쓸리지 말자. 거대하거나 크거나 많거나 화려한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나만의 스토리 - 최고의 예술 작품 - 을 만드는 데 집중하자.


내 삶을 내가 빚어가는 '최고의 예술 작품'으로 대우해 주자. 그렇지 않고 '별 볼 일 없는 인생'으로 낙인찍어 버린다면 정말 '별 볼 일 없는 인생'으로 마감할지 모른다.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잠시 외출을 하더라도 결코 붓은 놓지 않는 화가. 내 삶이 내가 그릴 수 있는 - 내게 그런 능력이 있는 - 최고의 그림이라는 믿음이 있는 화가가 되자.


'최고'란 에베레스트가 아니라 나만의 산, 나만의 색깔, 나만의 스토리란 사실을 잊지 말고. 내 스토리를 공유하며,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위로받을 타자가 세상 어딘가에 분명히 있다는 믿음을 갖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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