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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Feb 02. 2022

완성은 없다 마감이 있을 뿐

유재하 <사랑하기 때문에> 피아노 커버

유재하 <사랑하기 때문에> 피아노와 노래 녹음을 마쳤다. 언제나 그렇듯 겨우 마쳤다. ㅎㅎ '완성은 없다. 마감이 있을 뿐' 이 비슷한 말을 작가 은유의 책에서 보았다. 어떤 예술 작품이든 완벽하고 완전한 완성은 없고, 단지 마감이 있을 뿐이라는 말이다. 글이란 게 퇴고하면 할수록 끝이 없고, 내 기준에 완벽해서 기분 좋게 마무리를 해도 타인의 기준엔 부족할 수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내 피아노 연주가 완벽해서 녹음을 마무리하는 게 아니다. 경험으로 알게 된 사실인데, 반복해서 치다 보면 잘 쳐질 때가 있다. 그 녹음본이 듣기에 그럴듯하면 녹음을 마무리한다. 막바지 단계에서 항상 뒤에 받은 녹음본의 퀄리티가 높으란 보장은 없다. 지나치게 잘 치려 할수록 오히려 힘이 들어가 더 꼬인다. 그렇다고 적당히 대강 쳐서 원하는 퀄리티가 나오는 건 또 아니다. 어느 수준까지는 노력이지만, 그 이상의 영역에서는 운이 많이 좌우한다. 피아노를 칠 때의 컨디션, 잡생각이 안 떠오르고 연주에 집중 될 때... 등등. 집중이라는 것도 집중하려고 용을 써서 되는 건 또 아니다.


또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잘 쳐지는 타이밍을 절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녹음 막바지 단계에 가면 사실 많이 지친다. 잘 나가다가 거의 마지막 지점에서 아까운 실수, 건반은 맞게 눌렀는데 강약 조절 실패, 다 괜찮은데 박자가 살짝 밀림, 서스테인 페달을 밟는 타이밍이 안 맞아서 음이 끊김... 다시 쳐야 하는 실패의 원인은 참 많다.


언제나 그랬는데, 이러다 과연 완성본을 녹음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이 한 곡을 가지고 한 달, 두 달을 넘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자신감이 없어지는 건 흔한 일이다. 그래도 계속 친다. 너무 지칠 땐 좀 쉬다가 - 너무 많이 쉬면 안 됨. 감을 잃음. - 치다 보면,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된다. 되는 순간이 온다. 내가 치지만 내가 알 수 없는 타이밍에 말이다.


세상일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나는 다만 도모하고 노력할 뿐, 성취와 성공의 순간은 알 수 없는 게 말이다. 그래서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내가 늘 하는 말이지만.



이 곡은 반주 악보 없이 코드만 보고 친 최초의 곡이다. 기본 4비트 반주에 왼손으로 리듬의 변화를 준다. 차분한 Verse 부분은 주로 정박으로, 분위기가 고조되는 Chorus 부분은 엇박으로 변화를 주는 식이다.


노래하는 모습을 처음 찍어봤다. 쑥스럽지만 뮤지션이라면 얼굴도 공개해야 하지 않나 해서. ㅎㅎ 2분할 화면도 처음 편집해 봤는데, 나는 기타도 조금 칠 줄 아니까 작곡 공부와 성과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면 기타도 다시 잡고, 드럼도 배우고 해서 4분할 화면을 만들고 싶다. 원맨밴드 말이다.


아내가 녹음이 잘 됐다고 하니 연휴에 용쓴 게 그나마 보람이 있습니다요~~^^


https://youtu.be/6imuGHn0s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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