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시시콜콜한 나의 음악 여정을 기록하면서, 음악을 사모하면서도 여전히 선뜻 나서지 못하는 어른들이 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형은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지만, 학원에 좀 다녀보니 자신은 도무지 소질이 없어서 그만두었다고 한다. 막내아들은 어릴 때 1년가량 피아노 학원에 다닌 게 당시엔 싫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더 다닐 걸'하는 후회가 된단다.
JYP(박진영)도 그의 책을 읽어보면 어릴 때 반강제로 피아노 학원을 다닌 게 작곡가로 변신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을 사랑한다. 음치인 아내와 함께 합창단에 다닐 때, 자신의 음정이 상당히 교정됐다며 아내는 무척 기뻐했었다. 지휘자님의 의도와 배려로 잘 부르는 사람 옆자리에서 계속 따라 부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음정이 어느 정도 교정된 것이다.
노래방에만 가면 자신이 없어진다는 아내. 노래를 부르고 즐기고 싶지만 마음껏 그러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음치가 아닌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이렇듯 우리를 음악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두려움이다. 두려움의 구체적인 정체는 어렵다, 복잡하다, 막막하다 등의 느낌이다.
또 하나의 큰 두려움이자 방해꾼은 이른바 천재설이다. 곡을 듣고 피아노로 바로 옮기는 사람,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 악기를 금방금방 배우는 사람 등 타고난 사람, 잘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설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고, 주눅이 들어서 음악에 과감하게, 혹은 끈질기게 다가가지 못한다. 나도 그랬다.
기타나 재즈피아노를 배우게 되면 처음 접하게 되는 <코드>라는 것. 나의 경우, C 코드나 G 코드 같은 간단한 3화음은 어떻게 익혔는데, 그다음부터가 두려웠다. m(마이너), M(메이저), 7(세븐), sus4, add2, 9(나인) 등등...
하지만 내가 나름 인내심을 갖고 배워보니 이건 단지 표기가 어려운 거였다. C add2란 단순히 두 번째 음 '레'를 추가하라는 거다.
먹을 게 많다. 푸짐하다 = 진수성찬, 산해진미
많을수록 좋다 = 다다익선
글자 수도 별로 차이가 안 나는데, 사자성어로 옮겨놓으면 괜히 어려워 보이고, 있어 보인다.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C 코드(도미솔)와 C add2(도레미솔)을 쳐보고 그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실제로 느껴보는 것이다.
내가 만약 피아노와 음악을 가르친다면 나는 학생들과 함께 이런 부분에 대해 충분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것이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김치찌개에 콩나물을 넣고 안 넣고의 차이, 참치와 돼지고기의 차이, 몇 분간 끓이느냐, 강불과 약불 등등 재료와 조리법에 따른 미세하거나 확연한 맛의 차이에 대해 자유롭게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음악 교육에는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그저 '여기에는 이런 코드를 쓸 수 있으니 외워라'는 식이다. 물론 그 사람이 그런 지루함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훗날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하게 된다면 스스로 음악에 대한 해석력을 갖겠지만, 그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장벽이 너무 높은 것이다.
한마디로 대화와 존중이 없는 스파르타식 교육이다. 특히나 스승은 숙련자 혹은 천재요, 제자는 초보자 혹은 보통사람이니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기보다는 먼저 기가 죽어버린다.
나는 처형이든, 아내든, 막내아들이든 얼마든지 다시 재밌게 음악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숙련자가 되기 전에 먼저 이해를 해야 하고,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느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천재가 음악을 잘한다고 해서 모든 보통사람이 천재의 음악을 사랑하는 건 아니다. 보통의 평범한 통속가요가 때로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프로씬에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천재들이 음악계를 떠나기도 한다. 잘하는 사람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끝까지 남고, 끝까지 붙들고 있는다.
음악을 천재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기고, 거대한 벽 앞에 서있다고 느끼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렇지 않다고. 인내심을 가지고 음악과 조금이라도 친해지려 노력해 보라고. 껍데기를 보고 지레 겁먹지 말라고. 그렇게 음악과 친해지다 보면 자신의 성장하는 모습에 점점 더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