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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Feb 12. 2022

<엄마 수다 사용설명서> 리뷰

중년남자도 수다가 필요한데요

<보통사람들>의 기획자이자 공저자인 최미영 작가님이 또 일을 냈다. 그녀 개인적으로 벌써 네 번째 책이다. 최 작가님이 또 누구랑 꿍꿍이를 해서 어떤 책을 냈는지 호기심 불끈. '수다'라는 단어도 참 호감이 간다. 뒷담화와 험담이 주를 이루는 나쁜 수다도 물론 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수다가 필요하다. 중년남자인 나도 다분히 그러한데, 수다를 떨 친구가 없는 게 현실이다. 어릴 적 친구들도 다들 살기 바빠 그런지 수다를 어색해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도 꺼린다. 그래서 이렇게 브런치에 열심히 글을 쓰는 것 같다^^


최 기자님은 '다리힘이 좋은 여자'라고 공저자 안 작가님이 붙여준 별명처럼 추진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함께 한 방송국기자단 활동 중에도 최우수 기자상을 수상했고, <보통사람들> 추진에도 총대를 맸다. 아이가 둘인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기자단 활동, 서평 블로그 활동... 그 외 내가 모르는 다수의 활동을 하시느라 늘 바쁘다. 그 와중에 비우는 삶, 집밥(요리) 등등등...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게는 '헉' 소리 나는 일상을 사신다.


저자 세 분 모두 예상대로 하고재비(의욕이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육아와 살림이라는 짐을 지고도 자신만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어떤 형태로든 해나가고 있는 분들. 중년에 시작한 음악을 끌고 나가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에게는 남 이야기 같지 않아 공감이 많이 됐다.





<김진미 작가 - 영화, 질알, 질알노트, 지랄>


며칠 전, 둘째 아들이 말했다. "엄마, 우리한테 욕하지 마. 지옥 간대." "미안, 엄마도 너희한테 좋게 말하고 싶은데 자꾸 욕이 나와." "못 고치겠어?" "응. 고치기 힘드네. 노력하고 있어. 너희도 가끔 욕하는 거 엄마가 뭐라 안 하마.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어."

둘째의 순진무구한 눈빛을 보면서 뜨끔 했다. 질알노트를 진작 샀어야 하나보다 하고. 그로잉맘 이다랑 대표는 마음껏 지랄하고 싶은 엄마 감정을 노트에 옮겨보라고 질알노트를 제작 판매한다. 현실 엄마의 지랄 맞은 감정 일부를 있는 그대로 반영한 결과들이 세상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칼럼리스트답게 영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글에 언급된 많은 영화들을 핸드폰 메모장에 메모해 두었다.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며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영화육아(?)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지랄, 질알이라는 단어에서 빵 터졌다. 난 '지랄'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경상도에서는, 나 어릴 때는 "지랄하네", "지랄하고 자빠졌네" 이런 말을 잘 썼다. 사전에는


지랄 : 마구 법석을 떨며 분별없이 하는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말.

발광 : 어떤 일에 몰두하거나 어떤 행동을 격하게 함을 낮잡아 이르는 말.


이렇게 나온다. 50이 되었지만, 사실 이렇게 점잖게 사는 건 내 스타일과 안 맞아서, 답답해서 자주 맘껏 지랄을 떨고 싶다. 내가 말하는 지랄이란 음악과 춤 속에서 마음껏 흔들어 재끼고, 고함도 지르고, 웃음도 터트리는 거다. 젊었을 때 한두 번 그렇게 논 것 말고는 그런 기억이 없다. 가끔, 자주 지랄발광이 하고 싶다. ㅋㅋㅋ


오후에는 간호조무사 일을 하며 영화칼럼리스트로서 글도 쓰신다니. 엄지 척. 나도 현실에 굴하지 않고 음악을, 작곡을 잘해나가야 할 텐데. 작가의 삶이 용기를 준다.



<최미영 작가 - 환경, 비움, 집밥, 나눔>


햄버거, 피자, 떡볶이를 통에 담아오고, 감자탕을 냄비에 포장한다. 다른 분들의 '용기내'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죽집에서 반찬통을 내밀기 위해 용기를 내야 하고, 치킨집에서 어색한 마음에 용기를 내야 하고, 용기를 내어 용기를 내미는 힘이 필요하다.


최 작가님의 글은 읽으면서 많이 찔렸다. 대부분 내가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덕목들이라 그렇다. 아이들과 줍깅을 하고 - 바닷가에 놀러가서도 줍깅을 하셨다니 놀랍다 -, 장을 보러 갈 땐 용기를 준비해 가신단다. 환경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좋은 일을 하는데도 눈치를 봐야 한다니... 정말 다수가 이상한 짓을 하면, 소수의 정상인이 이상한 놈이 되는 이상한 세상이다.


비움 부분에서도 많이 찔린다. 우리 집도 짐이 정말 산더미지만, 우리 부부 모두 일과 일상에 치여 치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치워야 하는데 언제가 될지... 아직은 음악 하기에도 여유가 없어서 계속 미루고 있다.


나눔 역시... 공무원 시험 교재도 떨어지고 바로 나눔 했으면 원하는 사람이 꽤 있었을 텐데, 지금은 수년이 흘러서 폐지 외에는 가치가 없어졌다. 그 외 푸드트럭 할 때 꼽혀서 산 이태리제 물병 등등 사용하지 않는 잡동사니들이 굴러다닌다. 나눔을 하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들기에 미루다 보니 이것도 이 꼴이다.


아무튼 최 작가님의 삶을 본받아 조금씩이라도 고쳐 나가 봐야겠다.



<강지해 작가 - 웹디자이너, 그림책>


나이 40이 넘어서야 나의 장점 중 하나가 '꾸준함'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꾸준함은 타고난 게 아니다. 변덕이 죽 끓듯 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면 그렇다. 나를 믿지 못하고 팔랑대던 귀와 밖으로 향해 있던 눈으로는 무언가를 꾸준히 하기가 힘들었다. 마음먹고 시작해도 세상 모든 것이 방해요소로 다가온다.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해야 했다.

꾸준함 속에는 믿음이 필요하다. '나를 믿는 힘' 말이다.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분명 그 길 안에서 무언가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내 안에 믿음이 자리하려면 작은 꾸준함이 우선되어야 한다.


꾸준함이 부족해서 음악을 꾸준히 하려 애쓰는 내게 와닿는 글이다. 최근에 그레첸 루빈의 행복에 관한 글을 읽다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작곡가>라 생각하는 내가 하루에 한 시간도 작곡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갑자기 당황스럽게 다가왔다. 물론 작곡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피아노 연습에 열중하고 있지만, 피아노 연습은 세부적으로 보면 작곡과는 또 결이 다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매일 글을 쓰듯, 스스로 작곡가라 생각한다면 더욱이 아직 입봉을 못했다면 더더욱 매일 작곡을 해야 할 터였다. 그래서 완성도를 떠나서 매일 한 시간씩 작곡에 투자하기로 했다. 나는 무슨 일이든 몰빵 스타일인데, 역시 시간을 잘 쪼개서 작곡도, 피아노 연습도 꾸준히 하는 수밖에 없다.


2주에 한 곡씩 꾸준히 곡을 완성하는 게 올해의 목표다. 킥(드럼)만 찍든, 멜로디 네 마디만 만들든, 뭘 하든 어쨌든 최소 한 시간은 '작곡'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




가정과 육아 속에서 자아를 찾고, 행복을 찾아가는 그녀들의 삶은 내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최근 그레첸 루빈의 <무조건 행복할 것>이란 책을 읽었다. 성공한 변호사에서 성공한 작가로 변신한 그녀의 일상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그녀가 느끼는 행복감도 나와 크게 차이가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행복감과 불안감, 불행감 모두 일상의 사소한 것으로부터 비롯되며, 시시각각 변한다는 사실.


죽기 전에는 종점이 없다. 자아실현, 지혜, 감정기복 등등. 절대적 진리를 깨닫는다고 해서 성인군자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하루하루 나를 잘 다스리고, 작은 행복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사는 것이 답인 듯하다.


오늘 <엄마 수다 사용설명서>를 리뷰할 수 있고, 반주법 한 페이지를 패스했으며, 저녁에 새 노래 8마디 정도를 작업할 생각에 나는 행복하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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