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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Mar 18. 2022

장구 치는 신난 사람들

당신은 뭘 치시렵니까

음악이 나의 부캐이다 보니 - 실상 속맘은 주캐지만 - 이래저래 음악 부근에 서성거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어제 아는 형님 가게에서의 술자리 멤버는 나 빼고 대부분 장구 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이었다.


장구의 신 박서진처럼 - 박서진은 물론 자기 노래에 장구라는 악기를 추가한 것이지만 - 트로트를 틀어놓고 리듬에 맞춰 장구를 신나게 두드리는 식이었다. 100% 오리지널 연주가 아니라 곡을 틀어놓고 하는 이런 방식은 오부리 같아서 사실 싫어한다.


팬들(?)의 성화로 형님이 닭을 튀기다 말고 홀에 나와 장구를 치기 시작한다. 님을 시작으로 돌아가며 장구를 친다. 눈을 지그시 감고 진심으로 흥에 겨워하는 그들을 보니 귀엽다. 1년 된 분이 전체적으로 제일 안정적이다. 나를 초대한 형님7,8개월 연습한 것 치고, 리듬감도 있고 소질이 있다. 세 번째 여인은 박자도 안 맞고 몸이 굳어서 많이 엉성했지만,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자신을 분출할 수 있는 이런 취미에 진심인 이들을 보니 왠지 흐뭇하다.


나는 가끔 서울에 가서 프로신에 있는 작곡가도 만나고 프로 밴드에서 편곡과 건반을 담당했던 형도 가끔 만난다. 다른 한편에는 내가 음악이 하고 싶어 설레발치면서 알게 된 아마추어 지인들이 있다. 직장인 밴드를 하면서 알게 된, 실력이 그야말로 엉성하고 허접한 엉성이들. 물론 나도 상당히 엉성하다. ㅎ


이 두 그룹의 수준, 그 간극은 정말 크지만, 음악으로 남을 기쁘게 하는 걸 빼고 오로지 자신만 즐거우면 된다는 기준으로 보면 두 그룹을 상하로, 수준차로 나눌 이유가 없어진다.


음치든 박치든 오부리든 본인이 음악 안에서 신이 난다는데 누가 뭐라 할 것인가.


팔리는 곡을 만들어 보려고 용을 쓰며, 자주 지치기도 하는 나로서는 오로지 취미로만 음악을 대하는 이들의 모습에 오히려 숨통이 트이고 마음이 즐거워진다.


내가 일렉기타를 배운 지 얼마 안 됐을 때 - 아마 30대 후반이었나 - 처음으로 직장인 밴드를 결성했는데, 우리의 연습 겸 공연 장소는 라이브 카페였다. 멤버 중 드럼 치는 형님이 라이브 카페 사장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연습곡 중에는 에릭 클랩튼의 <원더풀 투나잇>이 있었다. 나중에 밴드가 깨질 때 알게 된 거지만 베이스 담당과 드럼 형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그런 눈치는 1도 채지 못했다. 코러스(기타 이펙터)가 걸려 나오는 아르페지오 기타 소리가 어찌나 멜랑꼴리한지, 그 소리에 흠뻑 빠져 기타를 연주했다. 잘 친다는 소리는 못 들어도 연주가 느낌 있다는 소린 들었다. 멋도 모르고 자신의 연주에 빠져들던 그때가 행복했던 것 같다.


10대 후반에는 교회에 다녔었는데, 주일 아침 일찍 코드 3개로 후리는 내  찬송가 피아노 연주를 듣고. 전도사님 사모님이 은혜를 받았다고 간증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근거들로 나는 음악에 소질이 있다는 믿음을 부여잡고 있다. ㅎㅎ 그 시절의 나나 지금 장구 치는 사람들이나 순수하고 귀여운 면이 있지 않나.


하지만 신곡을 진지하게 감상하거나 예술회관 관람석에 앉아 있을 때는 니름대로 예민한 평론가가 된다. 아무 거나 '아름다움'이라고 할 순 없지 않은가.


이 아름다움을 완성하려고 연습을 수없이 하고. 녹음을 수없이 한다. 그렇게 해도 대중의 찐 마음을 얻기란 쉽지 않다.




어찌 됐건 음악이란 것도 삶을 넘어설 순 없다. 삶 안에 녹아있는 것이고 삶이 녹아야 진정한 음악이 나온다.


당신도 나도 가끔, 혹은 자주 근엄하거나 친절하거나 매너 좋은 사회적 가면을 벗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몰입할 수 있는 그런 활동 속에 빠져들었으면 좋겠다.


그 모습, 그 표정을 보고 누가 키득키득 웃더라도 당신이 만끽할 해방감을 어찌 거기에 비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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