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격리 5일째. 컨디션도, 기분도 꿀꿀한 가운데 내 유일한 숙제는 <고향의 봄> 완곡하기. 신나는 일이 없다 보니 연습도 속도가 붙지 않고 지지부진이다. 집중이 안된다. 왼손 아르페지오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정확히는 왼손은 아르페지오, 오른손은 코드를 치는 건데 4비트와 스타일이 틀려서 적응이 쉽지 않았다. 동요라 만만하게 봤는데, 은근히 사소하게 운지가 헷갈렸다. 왼손과 오른손이 따로 또 같이 노는 타이밍이 자주 바뀌니 수많은 반복을 통해서만 겨우 익숙해졌다.
오전에 추성훈 선수 기사를 봤다. 47세의 나이에 믿기지 않는 도전(대회 출전)과 승리. 건강 문제로 지쳐가는 내게 힘을 주는 소식이었다. 먹고 살만큼 돈도 있을 텐데, 굳이 도전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인생의 갈림길에선 평탄한 길 대신 험한 길을 택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따른 결과라고 한다. 그래. 피아노를 틀리지 않고 완곡하는 것도 평탄한 길은 아니다. 하지만 험한 길을 완료하고 나면 뿌듯한 성취감이 있고, 작은 미(美)를 완성한 기분이다.
현재 나의 음악에 대한 도전은 힘이 넘치지는 않지만, 꽤나 끈질겨진 것 같다. 역시 노력으로 극복해야 할 건강만 조금 더 좋아진다면 훨씬 더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텐데. 힘들지만 신이나 환경이나 나를 원망해서 얻을 건 없다. 작은 노력들의 반복과 끈기로 어쨌든 버텨내야 하고 살아내야 한다.
아버지의 잦은 전근으로 내 물리적 고향, 그리운 고향은 없다. 내 맘의 고향은 어디쯤일까? 그곳으로 돌아가 좀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