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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May 10. 2022

작은 관심, 큰 감동

A의 가족사에는 아픔이 많다. 평소 가족을 챙기거나 효도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자기중심주의자인 A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번 어버이날에는 어머니와 1박 2일 여행을 계획했다.


중산층의 고급진 여행은 아니고, 휴양림에서 1박 하고 주변 지역을 관광하는 일정이다.


여행을 마치고 너무너무 행복해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A는 많은 가책을 느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알만한 통도사도 60 평생 안 가보셨가는 어머니. 지역을 벗어나 구경해 본 적이 거의 없다는 어머니.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중에 우거진 숲과 탁 트인 호수를 너무 좋아하신다.


이틀 시간을 내서 어머니를 모시고 가까운 데 여행하는 게 뭐라고 수십 년을 이렇게 무심했던가. 작은 관심에 이렇게 기뻐하시는데.


A는 최근에 장모님도 모시고 가까운 편백숲에 다녀왔다. 사진을 찍어드리니 마다하지 않으신다. 실로 수십 년 만의 외출에 함께한 딸들도 너무 행복해한다.


A는 또 여동생에게도 엊그제 카톡으로 생일 선물을 보냈다. 미리 알고 챙긴 건 아니고 카톡에 알람이 떠서 떡케이크 하나를 선물했다. 케이크가 도착할 때면 이미 생일은 지났겠지만 안 챙겨주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었다. 며칠 후 동생은 다니고 있는 미용학원 사람들과 케이크를 가운데 두고 노래 부르며 축하하는 영상을 보내왔다. '케이크 안 보냈으면 어쩔 뻔했나. 이렇게 기뻐하는데'


어버이날이라고 선물을 사들고 휴양림 숙소까지 온 막내의 짠내 나는 사회생활 이야기를 들어봐도 A는 별로 해준 게 없는 아버지다.


어머님, 장모님, 여동생 모두 상처가 많은 인생이다. 내도 힘든 학창 시절을 겪었다. A는 일련의 이번 일들로 반성 모드가 된다.


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중심적이다. 그러나 성숙할수록 조금씩 남을 돌아볼 줄 알게 된다. 삶은 사랑받고 사랑하면 행복해진다. 단순하다.


A는 생각한다. 부모에게든 자식에게든 만족스러울 만큼 베풀 순 없다. 박봉에 물가는 오르고, 현실의 삶은 팍팍하다. 공과 출세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와중에도 우리는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을 권리와 의무와 가치가 있다. 초코파이에 초를 꼽더라도 말 한마디 없이 생일을 지나치는 것보다는 낫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죽을 때까지 사람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우 자기중심적으로 살아봐야 삶의 범위와 나의 입지가 더 좁아져서 재미없고 공허한 삶이 될 뿐이다. 부족한 대로 사랑을 나누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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