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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Apr 17. 2022

아내의 웃음, 행복한 추억


주말에 인근으로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휴양림, 해변공원, 유채꽃밭... 원 없이 자연을 보고 걷고 왔다. 운수대통한 날인지 내가 좋아하는 야생동물과 야생화도 많이 만났다. 눈앞에서 산새 두 마리가 싸웠고, 뱀이 혀를 날름거렸으며, 멀리 소나무 밑에 쉬고 있는 꿩을 봤다. 내 주위를 맴도는 다람쥐를 신기해했더니 내가 선 자리 바로 앞이 다람쥐의 집(땅굴 같았음)이었다. 생태 공원 연못엔 대부분 베스 새끼들 뿐이었지만 나는 커다란 잉어를 가까이서 봤다. 바위 위에서 쉬고 있는 거북이도 보고, 등나무 꽃 아래 벤치에서 쉴 때는 땡벌들이 머리 위에서 웽웽거렸다. 꼭 아이가 웃는 듯한 표정의 이름모를 들꽃과 여리여리한 연두색의 병꽃.



추억을 담기 위해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아내는 사진 찍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집에 와서 보여주면 "찍길 잘했네" 한다. 사진 속 아내가 밝게 웃을 때는 내가 웃기거나 안아줄 때였다. 아내에게 그 얘길 했더니 "그럴 때 내가 마음의 안정감을 느끼고, 또 즐거운가 보다" 말한다.


집에 와서 큰 TV 화면으로 사진들을 다시 보고, 여정을 돌이켜보니 아내를 웃게 하는 일에 내가 참 무심했구나 싶다. '어떻게 하면 아내를 자주 웃게 할까? 자주 아내를 행복하게 해 줄까?' 이런 생각을 평상시에 안 하고 살았다는 말이다. 웃으면 이렇게 예쁜 여자인데. 나를 만나 28년 동안 세파를 겪으면서 많이 늙어버린 사람인데.


"당신은 입을 벌리고 웃을 때 예뻐. 치아가 가지런해서" 아내의 말이다. 내가 봐도 그런 것 같다. 나는 위장병에 지치고, 느리디 느린 음악 진도에 약간 소심해진 모습이지만, 그런대로 평안해 보이는 표정이다. 젊었을 때 같은 패기는 없지만, 조금은 겸손해지고 조심스러워진 모습이다. 



여행이 행복한 건 자연은 나를 평가하지 않고 말없이 품어주기 때문이다. 또 같이 여행하는 동반자와 시답잖은 이야기라도 주고받으며 외롭고 적막한 감정을 느낄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소소한 나들이를 통해 바람을 쐬면서 지치고 의기소침해진 마음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 본다. 용기를 내본다.


어떻게 하면 앞으로 아내를 자주 웃게 할 수 있을까? TV 보기에만 딱 좋은 거실 인테리어를 부부 대화형으로 가구 배치를 바꾸고, 중년으로 접어든 만큼 가구나 옷은 되도록 밝은 색으로 교체하고... 등등 아이디어를 떠올려 본다.


어떤 근엄한 목표가 있더라도 그것만큼 똑같이 현재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나이가 들수록 더 느낀다. 찬송가 가사처럼 세월은 살(화살)같이 빠르게 지나고 쾌락은 끝이 나기 때문이다.


옆에 있는 사람, 가족을 웃게 하면 나도 더 많이 웃게 될 것이다. 행복을 가꾸는 데도 고민과 지혜가 필요하다. 화분 하나를 가꾸듯 정성과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 얼굴의 주름은 늘었지만 해맑게 웃는 얼굴을 서로 더 자주 볼 수 있도록 조금씩 고민과 공부를 해봐야겠다. 연애할 때 애인의 선물을 고르는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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