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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May 19. 2022

나는 왜 장수에 반했을까

장수까지  100km. 약간은 부담스러운 거리다. 운전을 싫어하지만 내가 사는 경남을 벗어나려면 어쩔 수 없다. 가끔 서울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도로에 보이는 장수 이정표를 볼 때마다 왠지 조용한 골짜기 동네일 것 같아 호기심이 있었다.


방화동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은 둥글고 낮아 여성스러워 보이는 봉우리들이 첩첩산중을 이루고 있었다. 특이하게 녹색(아마 소나무) 사이에 연두색이 많이 섞여 있었는데, 그 색의 조화와 울창함이 가슴을 설레게 했다. 다른 동네를 다녀봐도 우리나라 산은 주종이 소나무라 짙은 녹색 천지더라. 그래서 장수의 숲들이 더 귀하게 여겨진다.


도시처럼 땅이 비좁지 않아서 그런지 공원들을 엄청 널찍하게 만들어 놓았다. 주차하기도 수월하고, 인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입장료도 없다. 본연의 지구는 이렇게 널찍하지 않았을까. 땅의 효용을 덜 따지는 시골이 그래서 좋다.

 

아내와 다니는 여행은 사실 상당히 제한적이다. 나는 호기심이 많아  많이 걷고 약간 고생스러운 여행을 좋아한다. 아내는 조금만 높은 언덕이 나오면 더 이상 못 걷겠다고 한다. 지금은 무릎이 안 좋아 더 그렇다. 그래서 산 중턱이나 정상은 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지금 나 따라다니는 여자, 말동무 길동무 해줄 친구는 아내뿐이다. 감사해야지!! ㅎㅎㅎ


이렇게 여유 있는 자연과 시골 속에서 즐기다가 도시로 돌아오면 자동차 소음, 자극적인 불빛, 높은 빌딩에 숨이 턱 막힌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에 볼모가 잡혀 당장 도시를 벗어날 순 없다. 그때 찍었던 사진을 보며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방어운전이 필수이듯이 방어인생도 필수다. 건강을 위해서는 유해한 음식을 방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좋은 음식을 먹어줘야 한다. 도시의 공해를 피해서만 되는 게 아니라 자연의 여유를 누려야 스트레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다.




장수가 그립다. 내 맘속에 그 이미지들을 잘 보전해서 가족, 친구처럼 친근해지고 싶다. 지금 짓고 있는 노랫말 속에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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