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새 Apr 24. 2022

국면적 본능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호황 VS 불황> p.22

인간의 감성은 그렇게 안정적이지 않다. 나는 감성으로부터 나와서 우리의 생각을 규정하는 것을 '국면적 본능'이라고 부르겠다. 우리는 바깥세상의 형편에 따라서 신이 창조한 최선의 세상에서 살아간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다윈이 창조한 것처럼 보이는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살아간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신은 세상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다윈은 세상을 우연의 법칙이 지배하도록 내버려 둔다. 우리는 우리 감성이 각각의 시대를 어떻게 느끼는가에 따라서 어떤 때는 이렇게, 또 어떤 때는 저렇게 생각할 뿐이다.


<호황 VS 불황> p.23

'국면적 본능'이란 지배하는 자들의 관점과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국면에 따라 변화한다는 의미다.


<호황 VS 불황> p.55

부동산시장과 노동시장에는 국부적 영리함(전체적인 통찰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에서 국부적 영리함이라는 표현을 썼다)...


모든 사람이 상황에 따라서(휩쓸려서) 이리저리 생각하면서도 스스로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경제 관련 책이고, 아직 몇 페이지 읽지 않았지만 '국면적 본능'이란 주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세상은 비합리 생각과 행동이 거미줄 같은 인과관계를 형성하면서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비합리 세상(정치, 경제, 사건사고, 자연재해) 나 자신에 대처해야 한다.


더 큰 실수 실패, 낭패를 당하지 않기 위한 방어적 지혜가 필요하다. 방어적 지혜의 첫 번째는 '내가 아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겸손이다. 그러니까 웬만해선 확신이나 속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의 마음나 미래 등에 대해서 말이다. 아무리 꼼꼼하게 조사했다고 해도 내가 찜한 주식이 오를지 내릴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의 국면적 본능은 때로행운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나는 시에서 주최하는 '문화 활성화 방안' 공모전에 대략 30분 만에 쓴 글로 금상을 받았다. 하지만 음원과 악보까지 제출한 창작곡은 참가상조차 받지 못했다. 그 당시 심사위원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 분명 어떤 국면적 본능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국면적 본능은 양날의 검이다. 내가 완벽한 상태에서 세상에 나가려 할 필요도 없고, 세상이 완벽하길 기다리며, 나가길 주저하고 세상을 원망할 필요도 없다.


그건 마치 '출세한 후에 효도하겠습니다' 또는 '부모님이 완벽하지 않고 허점이 많으니 나는 부모님을 등지고 살겠습니다' 하는 생각과 같다.


국면적 본능 속에 엉켜서 살 수밖에 없는 이라서 연약하고 허점 많은 나와 타인을 이해할 수 있고, 조심하게 된다.


아무리 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한들 우리의 지혜가 매우 미미하므로 더 공부하고 생각하게 된다. 또 반대로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르는 것도 필요하다(치밀하게 계획하고 움직인다 해도 결과가 반드시 예상대로 되지는 않으므로).


그렇다고 방종이나 충동이 좋다는 말은 아니다. 능숙한 작곡가가 성학에서 살짝 벗어난 음을 쓴다고 해서 그것이 소음이 되지 않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편인 것 같다. 어제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든 농땡이를 쳤든 잊고, 일단 오늘 하루만 의미 있게 사는데 에너지를 쏟는 방법이다.


지금 내가 말하는 주제를 실천하는 많은 재야의 고수들이 계시겠지만, 삶이든 기술이든 모든 단계가 다 의미가 있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진정 가치 있는 삶이라 믿는다.




나의 국면적 본능을 잘 다스리고, 세상의 국면적 본능에 잘 대처하면서도 그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우리들이기를 소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둠이 나를 급습할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