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는 대단한 것이다. 박지성이나 김연아의 훈련과정을 보면 그렇다. 유재석이나 임영웅의 삶을 봐도 오랜 무명이라는 인내의 시간이 성공과 출세의 바탕이 됐다.
하지만 평범한 우리도 날마다 인내와 더불어 산다. 우선 자살하지 않고 삶을 유지하는 게 첫 번째 인내다. 삶은 녹록지 않고 감당해야 할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직장생활, 결혼생활에도 인내가 필요하다. 나도 살고 남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 타협점을 찾는 게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인내가 전제돼야 문제 해결, 평화가 찾아온다.
돈이 많고 직장, 결혼에서 자유롭다 하더라도 내 몸뚱이 하나 건사하는데도 인내가 필요하다. 때가 되면 배가 고파 오고, 배설도 해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몸이 더러워지고, 노화와 질병이 찾아온다. 양심이 있는 한 부모님에 대한 책임감도 무시할 수 없다.
추위와 더위에 대해서도 인내해야 하며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에 대해서도 인내해야 한다.
기분 좋게 놀러 가서도 참아야 한다. 유명한 곳이라 줄이 길어도, 가족과 식사메뉴가 맞지 않아도, 선택한 식당과 숙소가 예상보다 맘에 들지 않아도 참아야 한다.
좋아하는 모임에 나가도 오늘 누군가가 더 말하고 싶어 한다면, 내 이야기하고 싶은 맘을 참고 잘 들어줘야 한다. 이렇게 우리는 온갖 인내 투성이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참 잘 인내하며 살고 있다. 가정과 사회에서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살고 있다면 우선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갈등을 겪고 있는 중이라도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면 '참 잘했어요'를 찍어드리고 싶다.
나는 신부를 못한다('꾸준히 못한다'는 뜻의 사투리)는 말을 많이 들으며 살아왔다. 자영업이었던 컴퓨터 가게를 10년 넘게 한 것 말고는 3년을 넘긴 직장이 없으니 억울해하지 않고 인정하기로 했다.그래서 인내와 인내의 가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참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그것이 필요한 때에는 반드시 견뎌야 한다. 나는 현재 음악과 가정생활에서 인내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참으라고 하는 건 폭력이다. 참고 계속하려면 스스로에게 납득할 이유가 있어야 하고, 당근도 필요하다.
우리의 삶 자체가 인내의 끝없는 연속이므로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진 말자. 맘에 안 드는 직장에 다니려면 미래에 다른 일을 꿈꾼다든지, 퇴근 후나 주말이 즐겁다든지 하는 당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완충장치 없이 '까라면 까' 식으로 자신을 대우한다면 결국 인내하지 못하고 포기하게 될 것이다.
직장에서 꼭 인정받을 필요도 없다. 현재 내게 필요한 직장이라면 존재감이 없더라도 기죽지 말자. 다른 쪽에서 자아성취를 하면 된다. 1등이 아닌 사람도 살아갈 권리가 있다. 1등 남편, 1등 자식, 1등 부모가 아니지만 부족함 속에서 배우면서 참아내고 살아내고 있는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자.
인내는 특별한 사람만 행할 수 있는 특별한 습성이 아니다. 인내는 그냥 우리의 일상이고 생활이다. 잘 못해도 인내와 꾸준함이 전제되면 이룰 수 있는 게 꽤 많다.
그래서! 조급해하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고, 칼을 뽑았으니 무 뿌리라도 썰게 계속 가보자. 안 가고 머물러 봐야 또 뭘 좋은 걸 얻겠나. 먼지만 쌓인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이제 끝'이라는 생각보다는'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정신으로. 작은 실수와 실패가 연속되더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