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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Aug 03. 2022

디테일은 변화를 가져온다

오랫동안 앓아온 위장병의 원인 중 하나가 과식이었음을 깨닫고, 과식을 하는 심리적 요인과 행동적 습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심리적 요인 1번은 정서적 욕구불만(내 삶은 왜 이래)이었고, 2번은 손실보전 심리였다. 불만스러운 삶을 먹을 때만이라도 잠시 잊고자 하는 욕구, 음식을 남기는 게 손해라는 생각(본전 생각)에 무식하게 위장으로 음식을 밀어 넣는 것이다. 음식은 위장에 들어가 소화를 시키기 위해 가스를 발생시키며 팽창하므로 약간 부족하다 싶을 때 수저를 놓는 게 제일 좋다. 그래야 또 식후 과일 한 조각, 차 한잔 들어갈 공간이 있지 않겠는가.


점심 자율배식에서 부족할 것 같아서 늘 많이 담고 결국 남기는 패턴도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완전히 고치지 못했다. 식당에는 주걱과 집게가 준비돼 있는데, 양 대중을 못하면서 욕심이 많은 내게는 이것도 문제였다. 도구가 크니 한번 들면 많이 들게 된다. 식판의 크기도 문제다. 밥과 찬을 놓는 홈이 너무 크다. 그래서 나는 아침을 먹을 때는 밥은 숟가락으로, 국은 젓가락으로 건더기를, 국자로 국물을 따로 펀다. 주걱으로 밥을, 국자로 국물과 건더기를 같이 퍼게 되면 확실히 적당량보다 많이 퍼게 되기 때문이다.  밥그릇도 작은 걸 사용한다. 이 방법은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소망하는 프리랜서가 되면 이런 디테일(방법론)을 통해 식단을 관리할 생각이다.


최근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많이 보다 보니 눈이 많이 아팠다. 종이책을 마음껏 펼쳐놓기에는 눈치가 보여서 전자책을 이용하는데, 엊그제는 눈이 빠질 것처럼 아픈 것이다. 결국 나는 이북 리더를 질렀는데 확실히 눈이 많이 편해졌다. 핸드폰도 흑백모드로 바꿨다. 처음에는 영 어색하더니 이젠 적응에 돼 편하다. 핸드폰으로 거의 글만 읽기 때문에 불편함이 거의 없다. 가끔 사진을 찍기 위해 컬러 모드로 전환하면 여태 이 화려한 화면을 눈이 아파서 어떻게 봤나 싶다. 결국 나는 이북 리더(30만 원 상당)에 대한 투자와 핸드폰 화면 흑백 전환을 통해 독서습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20대 초반에 직장으로 찾아온 카드 영업 사원에게 카드를 발급받은 이후, 50이 다 된 지금까지 카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그때도 처음에는 만들지 않겠다고 거절했는데 말이다. 아마 나도 내가 생각 없이 카드를 마구 쓸 것 두려웠던 모양이다. 재테크 책에 보면 과소비 습관을 없애기 위해  당장 카드부터 잘라버리라고 말한다. 공감하지만 당장 실천이 잘 되지 않았다. 편리한 데다가 포인트도 많이(?) 주니까 말이다.


그러다가 문득 과식과 과소비의 원인이 같은 원리라는 생각 들었다. 카드는 후불 결제인 데다가 사용한도가 월수입보다 당연히 많다. 훨씬 많다. 밥을 퍼고 담는 그릇에 비유하면 주걱과 큰 식판(밥그릇)인 것이다. 그러니 적게 담으려고(쓰려고) 해고 잘 안될 수밖에. 나는 고수가 아니고, 식탐도, 소비욕도 잘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체크카드는 통장잔고를 내가 인지하고 있으며, 카드를 긁을 때마다 통장잔고가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이므로 적어도 통장잔고 안에서만 소비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현금은 어떤가. 현금은 손으로 직접 만지기 때문에 돈이 빠져나갈 때마다 우리 뇌가 위기를 더 직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실물을 시각과 촉각으로 직접 인지하기 때문이다.  디테일하게 5만 원권, 만 원권, 천 원권을 비교해 보자.


2만 5천 원짜리 수박을 구매하려 할 때, 위 세 가지 경우로 5만 원을 갖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내 생각엔 5만 원권을 가장 쉽게 쓸 것 같다. 지갑에서 한 장만 꺼내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천 원권은 25장을 꺼내고 세어야 하기 때문에, 또 빠져나갈 양이 많기 때문에 지출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볼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어젯밤에 당장 신용카드는 책상 위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체크카드를 주머니에 넣었다. 우선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고, 나중에는 현금 사용에 도전해 보려 한다. 신용카드를 잘 보이는 곳에 둔 건 그것이 내 가난의 원흉이라 생각하고 자주 보며 경각심을 갖기 위함이다.


독서 기록에도 디테일이 필요하다. 그냥 읽고 마는 방법이 있고, 종이 노트에 글로 써서 책의 주요 내용과 나의 깨달음을 기록하는 방법, 컴퓨터나 휴대폰의 메모 어플을 이용해 기록해 두는 방법, 블로그 등에 공개적으로 기록하는 방법이 있다. 종이 노트도 어떤 재질을 사용하느냐, 어떤 펜을 사용하느냐가 독서의 즐거움과 습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결국 즐겁지 않으면 오래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피아노 연습에도 디테일이 필요하다. 매일 연습을 하더라도 어느 시간대에 하느냐에 따라 성과에 차이가 난다. 내 경험으로는 쾌변 직후, 샤워 후, 자기 전이 좋은 것 같다. 몸이 가볍거나 컨디션이 좋을 때,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시간에 연습하면 한층 더 집중이 잘된다. 두 시간을 연달아 연습하느냐, 30분이나 한 시간씩 끊어서 하느냐도 디테일한 방법론이다. 싫증을 잘 느끼고 진득하게 한 가지 일을 오래 못하는 나 같은 스타일일수록 디테일한 방법론이 중요하다.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삶의 즐거움은 사소한 데에 많이 숨어 있다. 좋은 습관을 들이는 건 강력한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 차 한잔을 마셔도 찻잔에 따라 기분이 달라진다. 나의 꿈, 나의 삶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서 디테일을 신경 쓰는 것은 나를 위한 무한한 지원이다. 몰아붙이지만 말고 세심하게 배려하고 신경 써줘야 한다. 자신에게 말이다. 내 삶이 더 좋아지도록 하기 위해 어떤 배려를 해야 할까? 어떤 디테일에 변화를 주어야 할까? 그건 본인만 안다. 잘 생각해 보고, 실천해 보자. 삶이 변화하는 재미를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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