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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Feb 05. 2023

과거에 머무르는 삶


내 삶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언제나 성공 - 어떤 의미의 성공이든 - 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캐럴 드웩의 『마인드셋』을 읽고 있다. 처음에 읽을 때는 뻔한 이야기를 이렇게 두꺼운 책으로 이야기할 게 뭐 있나 싶었다. 우리말로 하면 마음가짐, 정신상태 뭐 이런 거 아니겠나 하는 생각. 이 책은 성장을 믿는 마음가짐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삶의 모든 부분에서 나의 성장 가능성을 진심으로 믿고 있나'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을 때 시원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우선 내 집, 내 방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 2016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한 공무원 공부, 그 교재들이 아직 책꽂이를 꽉 채우고 있다. 진즉에 나눔하거나 팔았어야 할 책들, 이제는 시간이 지나 쓸모가 없어진 책들이다. 2012년에 일한 푸드트럭 관련 부자재도 아직 집에 있다. 이태리제 물병 등이 나뒹굴고 있다. 더 이전, 2003년에 시작해서 2016년에 폐업한 컴퓨터 가게 부품들도 아직 집에 있었다. 정말이지 과거를 정리하지 못한 삶이 맞다.


이제는 음악과 글쓰기가 삶의 목적과 목표다. 다양한 장르의 책들과 음악 관련 책들이 책꽂이를 차지하고 있어야 마땅하건만 그렇지 못하다. 이렇듯 내 환경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데, 어찌 성장하는 삶을 살 수 있겠는가.


독립한 아들의 빈방에 임시로 쟁여놓은 온갖 짐들을 아내와 함께 정리했다. 이 정리를 시작으로 우리 부부는 집을 하나 둘 정리하기로 했다. 우선 버리는 게 먼저다. 과거에서 벗어나야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마인드셋』 작가 캐럴 드웩의 말처럼 못 하는 나, 잘하는 나 모두 버리고 오직 성장하는 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나만 기억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과거에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현재의 공기를 마시고 있는 실존자다.


내 삶이, 생각이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은지 자주 돌이켜 보자. 머무르면 썩는다. 새로운 물결을 헤치고, 새로운 공기를 마시며 새로운 구상을 해보자. 어제까지의 모든 것을 분해하고 소멸한다. 머무르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동(動)의 느낌, 삶의 느낌을 맛볼 수 있다.


나는 지금 과연 삶의 느낌을 맛보고 있나? 여행지에 가서 바람을 가르는 그런 느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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