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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May 10. 2023

정엽-Nothing Better 코드만으로 반주만들기


이 곡은 b(플랫)이 2개 붙은 Bb 키의 곡이다. 내가 연습한 전주와 Verse 8마디는 Bb - Cm7 - Bb - Eb - F 로 평범한 코드 진행이다. 1 - 2 - 1- 4 - 5도의 진행. 그런데도 곡이 아주 세련되게 들린다. 왜 그런지는 공부를 더 해봐야 알 것 같다. 이 곡은 『지은샘의 30일 피아노 코드 반주』 23강에 과제로 나와 있는 곡이다. 코드와 멜로디 악보만 주어진 상태에서 왼손 반주를 직접 만드는 과제이다. 아르페지오로 반주를 만들어보는 단계인데, 마디 사이에 붙임줄이 많아서 자연스러운 반주 만들기가 초보인 나로서는 어려웠다. 댐퍼 페달을 마디에서 뗐다 밟으면 붙임줄로 연결된 멜로디가 끊어지는 것 같고, 붙임줄에 맞춰 뗐다 밟으니 왼손 화음이 마디가 끝나기 전에 끊기는 느낌이라 어느 게 맞는지, 적합한지 헷갈렸다. 교재에도 설명이 없고, 교재와 연결된 유튜브 영상에도 설명이 없어 아쉬웠다. 어릴 때 피아노를 꽤 쳤던 사람은 30일 만에 이 책을 마스터할지 몰라도 나 같은 초보에겐 어림도 없다. 그냥 상징적인 책 제목이라 생각한다. 오래 걸린다고 하면 책을 아예 안 살 테니까.


피아노의 왼손 반주는 밴드 음악에서 드럼과 베이스 즉, 리듬과 저음을 모두 담당하기 때문에 멜로디와 어울리지 않게 반주를 만들면 리듬도, 화음도 충돌한다는 걸 직접 만들어 보면서 더 확실히 느꼈다. 코드만 주어진 상태에서 왼손 반주를 세련되게 만들 수 있으면 그만큼 내공이 쌓인 연주자이고, 왼손의 구성음과 멜로디가 충돌한다든지, 왼손 리듬의 통일성이 없거나 멜로디를 방해하는 리듬 흐름이라든지... 이러면 초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만들어 보았는데, 어찌 들어보면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들어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 곡은 하루 한 시간씩 연습해서 교재에 나와 있는 전주와 Verse 8마디를 완성하는 데 21일이 걸렸다. 왼손 악보를 그려 넣는 것까지 포함해서.


지금 60여 일째 <하루 한 시간 피아노 습관 들이기>를 지속하고 있는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침에 한 시간씩 피아노 앞에 앉아서 액션을 취하다 보니 막막하고 답답했던 것들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아서 매우 뿌듯하다. 아마 어릴 때부터 음악을 전공한 사람은 이 감정을 잘 모를 것이다. 프로가 되기 전에 진정한 - 음악에 대한 애정과 실력이 있는 - 생활예술인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요즘 생각한다. 예술로 현재 돈을 못 벌고 있으면 생활예술인이란다. 저작권료로 치킨값은 벌었지만, 그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돈(수입)'의 개념에 안 들어가니까. ㅎㅎ


밉게도 고장난~ 이 부분에 논다이어토닉 코드인 Ebm 코드가 나온다. 4도 마이너 코드다. 다이어토닉 코드 안에서는 메이저 코드인 Eb만 올 수 있는데. Eb의 3음인 G음 대신에 Gb을 쓰는 것이다. 화성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하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다음 코드인 Gm(6도 마이너)로 진행하면 반음 진행이 된다. Eb의 구성음 Eb은 D가 되고, Gb은 G가 된다. Bb은 그대로 가져가고. 이런 코드 구성음의 반음 상행 또는 하행 진행은 보통 묘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작곡가 뮈(임미현) 님이 유튜브 영상에서 현대화성학의 핵심은 반음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내의 급 1박2일 여행 요청으로 오늘 아침에 피아노를 못 치고 있어서 피아노 에세이로 대신한다. 60일째의 반복 속에 뭔가 에너지와 자신감이 조금씩 붙고 있다.




여러분도 어떤 악기든 도전을 시도해 보세요. 50대 아저씨인 저도 합니다. ㅎㅎㅎ악기를 꾸준히 연습하면 삶이 성실해져요.


https://www.youtube.com/watch?v=Q68OVo80K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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