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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Nov 16. 2023

재능으로 돈 벌어 보는 게 소원입니다.

좋아는 하지만 잘 할 자신이 없을 때, 잘 하지 못할 때, 게을러서 하기 싫을  때 우리는 쉽게 '취미'라는 말로 자신을 방어한다. '취미니까 못해도 괜찮아. 나는 프로가 아니니까'


물론 취미로 가볍게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대상에 대한 애정이 취미를 넘어선다면 돈을 벌어볼 목표를 세워보는 것도 동기 부여의 좋은 방법이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보는 것은 확실히 설레고 뿌듯한 경험이다. 나는 수년 전 방구석에서 완전히 가내수공업으로 싱글을 발매했다. 그렇게 만든 곡을 음원유통사에서 승인하고, 멜론 같은 음원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뿌듯했다. 2020년에 첫 발매를 했고 이후 네 곡을 더 발매했다. 지금까지 저작권료로 7~8만 원 정도 번 것 같다. 제작사의 몫이나 실연권도 내가 받았기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 금액이다.


책을 써서 받는 인세는 아직 한 푼도 못 받아 봤다. 하지만 짧게 기자 생활도 해봤고, 글을 써서 상금을 받은 적도 있다. 여덟 번 떨어진 브런치를 통해서는 '연애상담 앱에서 상담자로 활동해 달라'는 제안이 와서 유료 상담으로 돈을 번 적도 있다. 그러니 글로도 돈을 벌어본 셈이다.


올해는 <피아노를 포기하는 당신을 위한 심폐소생술> 이란 강의로 곧 40만 원의 수입이 발생할 것이다. 경남평생교육진흥원의 <시민지식강사>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온라인 강의 사이트에 올린 강의를 통해서도 브런치 구독자님 덕분에 수입이 발생했다.


재능으로 돈을 번다는 건 세상이 그 재능의 가치를 어느 정도 인정해 줬다는 뜻이다. 내가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여기는 분야에서 번 돈은 생업으로 번 돈에 비하면 투자 대비 너무나 미미한 금액이지만 그래도 이런 돈은 기분이 다르고, 특별하게 여겨진다. 마지못해, 돈을 위해 번 돈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음악이나 글을 전공한 적도 없고 가방끈도 짧은 내가 음악, 글, 강의로 돈을 번 것은 특별한 비법이 없다. 그냥 들이댄 것이다. 설레발, 경상도 말로 설치고 나부대서 일어난 결과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재능에 대해 너무 수줍어하는 소심한 분들에게 꼭 그 재능과 재능의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아 보라고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과 세상이 생각하는 기준은 다르다. 여러분에게는 하찮아 보이는 재능의 결과물이 세상 어떤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하고 소중할 수 있다.


세상에 내놓아서 인정을 못 받아도 나는 그 과정을 통해 피드백을 받고 발전할 수 있다. 실수나 무시가 두려워 세상에 내놓지 못하면 성장도 없다. 돈을 받는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돈을 받으면 그만큼 책임감이 생기고 퀄리티에 대한 부담이 쌓인다. 즉 스트레스가 생긴다. 하지만 또 그만큼 내 재능도, 실력도 성장한다. 명과 암, 득과 실이 있다.


나는 내년에 <예술활동증명>이란 절차를 통해 예술인으로 등록을 할 예정이다. 예술 활동을 위해 비영리민간단체도 만들어 볼 계획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작지만 수익을 내고, 활동 반경을 넓히는 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신나는 일이다.


과거  '음악은 천재만, 특출한 재능이 있는 사람만 하는 거야'라는 고정관념에 박혀 있을 때라면 감히 꿈도 못 꾸었을 행동들이다. 테크닉이, 스킬이, 이론과 학위가 부족해도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이 왔다. 그러니까 각자가 자기의 수준과 취향과 범위에서 재능을 펼치고 활동하면 된다. 재능이 큰 사람은 큰 물에서 놀고, 작으면 작은 물에서 놀면 된다. 작은 연못에도 물고기는 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일에, 작지만 드러나는 결과물을 목표로 삼아보자. 달리기를 좋아하는 분이면 하프마라톤 완주 메달이 될 수도 있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분이면 작은 버스킹 무대를 목표로 삼아도 좋다. 최고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세상에 공표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또 배우고, 교류하고, 친구가 생기고, 발전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로 번 돈은 특별한 데 쓰기로 정했다. 엄마 외투를 사준다든지, 아내 용돈을 준다든지, 나를 응원해 주는 친구들에게 커피 쿠폰을 쏜다든지, 여행을 간다든지(여행 갈 돈 되려면 많이 벌어야 하는데... ㅎㅎ)



텃밭에 방울토마토를 심고 처음 나는 토마토가 작고 보잘것없어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듯이, 여러분의 재능으로 처음 벌어보는 돈도 아마 그런 느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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