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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Oct 04. 2020

예측과 분석을 꼭 해야 할까요?

예측·분석 열심히 하는데 망하고, 안 하는데 잘된다?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단편적인 글이다. 예측과 분석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답을 내려는 글이 아니다. 그럴 수준도 못된다. 예측과 분석이 필요한 분야도 당연히 엄청 많다. 단지 내 경험에 기반해서 '예측이나 분석 없이도 잘 될 수 있는 것이 인생살이다. 때로는 예측과 분석이 전진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는 요즘 우리의 공저 책 <보통사람들> 3쇄를 기대하고 기다리면서 우리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자주 회상해 본다. 책을 내자고 먼저 설레발을 쳤던 나의 입장에서 보면 재밌는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났다.


피자집에서 우연히 책을 내고 싶다는 말이 누구 입에서 먼저 나왔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그 말에 너도 나도 동조를 했고, 그렇게 해서 육.책.만 밴드를 만들게 됐다. 그 후 예상치 못했던 대표적인 사례들.


C작가님이 갑자기 총대를 스스로 메고, 멤버들에게 원고를 요구하며 실질적인 책 만들기에 돌입할 줄이야. P작가님이 그림에 그렇게 소질이 있고, 우리 책의 일러스트를 담당할 줄이야. 원고를 못쓰겠다고 그렇게 빼던 A 작가님이 책이 나온 후에 그렇게 홍보에 열을 올릴 줄이야. 수많은 서평을 읽어보면 독자들마다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글(작가)이 다 다를 줄도 예상치 못했다. 


예측의 안 좋은 점은 그것이 미래를 틀에 가둔다는 것이다. 나의 좁은 식견과 시각에 미래 - 나와 사람들과 환경을 포함한 - 를 나도 모르게 구겨 넣으려고 하게 된다. <보통사람들> 공저자인 우리들이 만약 돈을 벌기 위해서 목표 판매금액을 정한다든지 하는, 어떤 강제성을 가지고 함께 책을 썼다면 이렇게 재미나게 함께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분위기가 다소 딱딱하고 트러블도 제법 많았으리라. 우리는 '내 책을 한번 가지고 싶다'는 보통사람의 소박한 소망. 그 순수함을 공유했기에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우리에게 커다랗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내가 성공하려고, 돈을 벌려고 애를 썼던 오디오 카페와 푸드트럭 창업 준비 시절과 비교가 많이 된다. 물론 그게 예측과 분석이든 실행력이든 내가 많이 부족해서 망했겠지. 하지만 완벽하게 준비하려는 그 마음 때문에 오히려 그 당시 내 삶이 많이 경직되지 않았나 싶다.


예측하고 분석하지 않는 것도 큰 범주에서는 준비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유연한 마음가짐을 가지겠다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상황이 내 생각과 달라도 가장 밑바닥의 베이스는 흔들리지 않겠다는 다짐이랄까. 또 한 가지는 성공, 특히 빠른 성공에 대한 집착을 버리겠다는 의미도 된다. 예측과 분석을 완벽히 하려는 건 빨리 성공하고 싶다는 조바심이 포함된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성공한 연예인들의 후일담을 들어봐도 완벽히 준비해서 성공한 케이스보다는 '우연'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사례가 훨씬 많다. 예측과 분석을 심하게 하면 안 좋은 또 한 가지는 손익을 너무 따지게 된다는 것이다. 손익을 따지면 사람을 순수하게 대하지 못하고 내 이익 - 이 사람이 나에게 돈이 되나, 안되나 - 과 결부시키게 된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자기 자신, 자신의 이익에만 시선이 쏠려 있으면 결국 졸부(拙夫)로 생을 마감할 확률이 크다.


우리가 익히 아는 '빈손이라야 무언가를 쥐어줄 수 있다.'라는 말. 손익계산서가 없는 빈손, 남에게 베풀고 난 후라서 빈손.




너무 예측·분석하지 말고, 손익을 따지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살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 그렇게 이미 나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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