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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Jan 03. 2021

복리의 두 얼굴

의도적인 누적, 무계획한 방치

최근 유튜버 신사임당 채널의 영상들을 보고 있다. 거기서 주식을 해야 한다고 설파하는 존 리의 영상도 봤다. 역시나 복리의 위대함과 신용카드의 해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찐 경린이(경제 어린이)로서 경청할 필요가 있기에 그분의 말씀을 유심히 들었다. 


복리라는 것은 쌓인 이자가 원금에 더해지면서 더 큰 이자가 붙고,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어 거대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질러진 방을 바라보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복리(누적)의 효과나 해악은 인생 전반에 걸쳐 있었다.


나는 20대, 서민들이 신용카드를 만들기 시작한 시기(1990년대였나?)에 직장 동료의 부탁에 마지못해 만든 신용카드의 늪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1인이다. 그때 분명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한두 번 거절했었는데, 신용카드가 이 정도로 무서울 줄은 몰랐다. '자제하면 되겠지, 계산하고 쓰면 되겠지' 했던 것이다. 다음 달 급여 안에서만 소비한다는 것은 막상 써보면 잘 되지 않는다. 마치 어린아이 앞에 사탕이 놓인 격이다. 


그러니 돈의 무서움을 모를뿐더러 숫자에 약하고, 산수를 싫어하는 나 같은 풀(신사임당이 말하는 자본주의 먹이 사슬의 제일 끝자락)은 리볼빙이니, 무이자 할부니 하는 카드사의 술책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거다. 즉, 마트에서 '만 원짜리 먹거리 하나 돈이 아까워서 못 사면 인생이 너무 비참하잖아' 하면서 산 것들이 누적이 되어 다음 달 내 월급을 삼키고, '좋아하는 일을 위한 도구(낚시 도구, 음악 장비 등)는 인생의 행복을 위해서 당연히 사야지' 했던 것들은 할부로 내 급여를 옥죄면서 나를 '몸을 움직여야 먹고사는 노동자'의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금 와서 이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재테크 카페의 고수 짠돌, 짠순님들을 똑같이 모방하는 것은 무리일 거다. 다만, 나쁜 방향의 복리(누적)의 무서움을 몰랐던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 음식물 쓰레기를 안 버리고 방치하면 파리가 끓기 시작한다. 더 오래 놔두면 구더기가 생긴다. 이것은 음식물 쓰레기라는 원금에 시간과 온도가 더해져 파리와 구더기라는 복리가 생긴 격이다. 실제로 퇴비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유익한 복리의 과정일 것이다.


그 당시에는 분명히 필요했던, 인터넷 쇼핑몰에서 지른 물건들이 집에 쌓인다. 나만 해도 휴롬, 누룽지 제조기, 토스터기, 팝콘 제조기, 다용도 믹서, 이태리제 물병 등등 그 당시에 필 받아 지른 물건들이 지금은 먼지만 자욱이 쌓여 있다.(실제로는 예시로 든 물건의 열 배는 족히 넘을 듯) 물건은 또한 거실과 주방의 수납공간과 여백을 잡아먹는다. 그걸 볼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인다. 스트레스는 부리지 않아도 되는 짜증을 유발하고, 이는 부부싸움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신중히 결정하지 않고 산 물건들은 먼지 + 공간 차지 + 스트레스 + 짜증 + 부부싸움이라는 복리를 낳았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불규칙한 식사, 운동부족, 인트턴트 식습관은 위장병을 낳고, 위장병은 생활의 전반적인 퀄리티와 컨디션을 떨어뜨린다. 이것도 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스트레스 때문에 폭식과 과음을 한다면 역시 악순환의 반복, 혹은 자포자기라는 어마어마한 복리가 쌓인다.


반면,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공통적인 복리는 역시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채널에 등장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유심히 들어보니 특별해지려는 (단기간의) 노력, 몰빵 이런 것들보다는 평범함의 누적이 훨씬 중요함을 깨닫는다. 사교육비의 과도한 투자보다는 어린 자녀에게 주식을 사주라는 존 리, 하나를 팔더라도 부담 없이 쇼핑몰을 시작했다는 신사임당. 


물론 이런 측면이 전체적인 시각이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뭐 하나 터트려서 대박 나야지 했던 마인드의 소유자였던 나로서는 지나칠 수 없는 교훈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로 예를 들면, 완전 대박 띵곡을 하나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기보다는 곡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여러 요소들로부터 내 멘탈을 잘 지켜서 꾸준히 곡을 쓰는 게 중요한 것이다. 내 멘토 작곡가 도나 님의 말씀처럼 곡 하나 쓸 때마다 한 가지의 변화는 준다는 자세로.


그리고 이미 완성한 곡은 곡의 퀄리티나 상대방의 반응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최대한 많이 뿌리는 것이 좋다. 신사임당이 말하는 많이 뿌리라는 것. 쇼핑몰의 어떤 물건이 많이 팔릴지 모르니 처음부터 품목을 딱 정하기보다는 여러 물건을 시도해 보라는 것. 붕어낚시 고수들도 고기를 잡는 게 목적이라면 최소한 낚싯대를 열 대 정도는 편다. 어디에서 입질이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곡을 뿌리는 것도 최종 청취자는 둘째 치고, 곡을 사 줄 당사자(가수나 기획사 담당자)의 취향과 생각은 내가 알 수 없으므로 최대한 여러 곳에 찔러보는 것이 좋다.


그래서 결론은!! 나쁜 복리 효과가 생기지 않게 나쁜 복리의 씨앗은 제때제때 제거하는 것, 좋은 복리는 대박이나 유명세를 꿈꾸기보다 - 이러면 조급해지고 빨리 지침 - 평범함을 진리로 감사히 여기고 부지런히 Just Do It 하는 것이다.


요즘 위장병이 고통스러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래도 간밤에 숨이 끊어지지 않고 아침에 눈이 떠지는 걸 보면 아직은 더 살아야 하나 보다. 그래서 이 중고차(몸뚱이)를 더 소중히 관리하고, 내가 어린이인 모든 분야를 인정하고, 좋은 복리를 쌓아가는 하루하루를 만들어야겠다. 사소한 행복도 부지런해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매일매일 조금씩 하는 거라 사실 그렇게 힘든 것은 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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