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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Jan 05. 2021

올드보이처럼 3년간 김치콩나물국밥

3년 넘게 아침마다 해 먹는 김치콩나물국밥 레시피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군만두를 그렇게 (억지로) 처묵처묵 한다고 하는데, 나는 자의로 3년 넘게 아침마다 김치콩나물국밥을 해 먹고 있다. 나의 시답잖은 글 <살림남이 되기로 했습니다>가 다음 메인 <홈&쿠킹> 카테고리에 올라가는 영광을 어제 누려봤기에, 기념으로 레시피 관련 글을 하나 쓰기로 했다.


만성 변비인 나는 아침 사과 한 개 등 수많은 민간요법의 건강식품들을 먹어봤지만 내 장은 착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교활할 건지  금세 그런 식품들에 적응해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전과 비슷한 상태로 돌아오고 말았다. 콩나물국밥은 위장에 부담이 없고, 하루에 섭취해야 할 섬유질 일부를 아침에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으며, 뜨근한 국물은 잠들었던 장을 활성화시켜 신호가 오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사과 한 개와 함께 아침식사로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식단이다.


김치콩나물국밥 요리의 근간은 이 통3중 스텐 냄비다. 스테인리스와 열 전도율이 좋은 알루미늄의 장점을 결합해 몸통 전체를 통3중으로 만들었단다. 내가 써보니 1~2인용으로 끓여 먹는 요리에는 뭘 해도 이만한 게 없다. 내가 정신없이 지른 물건 중에 본전의 최소 10배 이상은 뽑은 게 이 물건이다. 열전도율이 좋아 빨리 끓으면서도 잘 식지 않는다. 누룽지, 계란 삶기, 라면, 번데기 조림 다 좋지만 나는 콩나물국밥을 끓이는 데 가장 애용한다. 여기에 김치콩나물국밥 2인분을 해 먹을 수 있다. 


<준비물>

1. 통3중(통3겹살 아님) 스텐 냄비

2. 다시 멸치

3. 콩나물

4. 신 김치

5. 밥(식은 밥, 따신 밥, 누룽지 상관없음)

6. 국간장(옵션)


시중에 파는 다시 멸치는 저렴한 큰 것과 비싼 작은 것이 있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다. 큰 것은 국물이 빨리 우러난다. 대신 잘못 사면 비린내가 많이 난다. 멸치 몸통에 누런 빛이 많이 도는 건 신선도가 떨어지는 멸치다. 정확한 건 코를 갖다 대고 냄새를 맡아보면 안다. 비린내가 많이 나는지, 괜찮은 바다 냄새가 나는지. 작은 멸치는 비린내가 안나는 대신에 오래 우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또, 다 우리고 난 다음에 건져내기가 힘들다. 부서진 멸치대가리 등은 더욱 그렇다. 큰 건 반대로 수월하다. 나는 귀찮기도 하고 멸치 본연의 맛을 위해서 다시용 망 같은 건 안 쓴다.


콩나물은 국산콩이나 수입콩이나 맛이나 식감에 별반 차이가 없다. 가격은 국산 콩나물이 훨씬 비싸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몸통이 굵은(실한) 콩나물은 사면 안된다. 이건 아귀찜 등 찜용이다. 굵은 콩나물은 국물이 잘 우러나지 않을뿐더러 잘 익지도 않고 식감도 질기다. 뿌리가 긴 콩나물이 좋다. 내가 사 본 여러 메이커 중에는 CJ 콩나물이 제일 좋았다. 


신김치는 멸치, 콩나물과 함께 국물 맛을 내는 핵심이다. 양념이 얼마나 무쳐진 김치인가에 따라서 투하량이 달라지는데, 위의 통3중 냄비를 기준으로 국간장으로 따로 간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적당량을 넣으면 된다. 아주 성공적으로 숙성된 김치를 기준으로 배추 잎 부분 3~4조각, 줄기 부분 3~4조각, 김칫국물 약간이면 적당하다.


밥은 탄수화물이 부담스럽거나 다이어트 중인 분이라면 어른 숟가락으로 한 두 숟가락이면 충분하다. 콩나물과 국물 만으로도 충분히 포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원한 국물보다는 약간 구수하고 뜨물 같은 국물을 원한다면 밥을 반공기 정도 넣는 게 좋다. 단 시중에 파는 누룽지는 뜨물이 우러나지 않으니 집밥을 적당히 섞어야 한다.


국간장은 김치를 생각보다 적게 넣고 요리가 끝나갈 때를 대비한 비상용 아이템이다. 좀 싱거울 때 약간만 가미하면 간이 완성된다.


자, 그럼 요리를 하러 가보자!


a. 통3냄비에 멸치 9개(큰 거 기준, 작은 건 15개 정도)를 넣고 물을 3/4 정도 부은 후 팔팔 끓인다. 물이 끓으면 흰 기포(멸치 말릴 때 생긴 불순물 등)가 생기는데, 국자나 숟가락으로 제거한다. 불을 중불로 한다.


b. 미리 소쿠리에 씻어둔 콩나물을 투하한다. 솥이 넘치지 않으면서 너무 빡빡하지 않게, 너무 헐겁지도 않게 넣는다. 물과 조화를 이루게. 차가운 콩나물이 들어갔으므로 물이 다시 끓도록 센 불로 바꾼 후 이내 끓으면 중불로 한다.


c. 신김치와 김칫국물을 넣을 차례다. 김치를 넣고 나서도 위에 빨간 거품이 생기는데 이것도 제거한다. 멸치 기름과 김치가 섞인 불순물일 수도 있고... 아무튼 나는 제거한다. 깔끔한 국물 맛을 위해.


d. 김치까지 넣고 나면 큰 멸치 기준, 5분 정도(작은 멸치 12분) 끓인 후 멸치를 건져 낸다. 멸치가 우러나기 전까진 약불보다 중불이 좋다.


d. 밥을 넣을 차례다. 이 요리는 잘 넘쳐서 기본적으로 뚜껑을 열고 하는 건데, 굳이 뚜껑을 닫고 싶은 분도 밥을 넣은 후에는 꼭 뚜껑을 열어 놓아야 한다. 밥이 끓기 시작하면 국물이 반드시 넘친다. 


e. 적당량의 밥까지 넣고 나면 이제 불을 중약불, 혹은 약불로 한 후 5~7분 정도 더 끓인다. 이 사이, 공복일 때 사과 하나 깎아 먹는다. 이 통3중이 열 전도율이 좋아 너무 오래 끓이면 국물이 다 졸아 버린다. 타이머를 맞춰 놓던지, 불안한 분들은 중간중간 확인하시기를.




드디어 인스턴트가 전혀 가미되지 않고, 요리도 간단한 김치콩나물국밥이 완성되었다. 마지막 간을 볼 때 싱겁다면 국간장을 숟가락으로 매우 조금씩 부어가며 간을 맞추면 된다. 1인 가구에서는 한번 끓여서 두 끼를 먹을 수 있고, 신혼부부는 같이 한 끼를 먹으면 되겠다. 추운 겨울은 말할 것도 없고,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속을 든든하게 해주는 나의 필수 아이템이다.^^


※ 주의 사항


- 콩나물은 수분이 많아 구입 후 일주일 이상 보관하면 물러진다.


- 콩에 대한 소화력이 약한 사람은 소쿠리에 콩나물을 씻은 후 바닥에 가라앉은 콩나물 대가리들은 적당히 버려도 된다.


- 신김치가 아닌 익지 않은 김장 김치 등으로는 깊은 국물 맛을 낼 수 없다.


- 총각김치 등으로 대신 맛을 낼 때는 무가 부드러워지려면 조금 더 오래 끓여야 한다.


- 김치를 썰 때 김치 대가리(배추 뿌리 부분)는 버리지 말고, 김치콩나물국밥에 넣으면 국물 우리기에 아주 좋다.


- 요리 도중에 물 조절, 불 조절을 잘못해서 국물이 부족하다 싶으면 생수(이 단계에서 수돗물을 부으면 국물이 비릴 수 있음)를 더 붓고, 다시 끓을 때까지 잠시 센 불에 둔다.


- 밥은 흰쌀밥보다는 현미, 보리 등 잡곡밥이 국물을 더 구수하고 시원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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