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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Mar 12. 2021

요린이의 두 번째 간단 레시피 <홍합어묵탕>

매일 사 먹을 수는 없잖아요

아이들이 다 독립을 하고 아내도 일을 다니다 보니 끼니를 스스로 해결해야 할 때가 많아졌다. 30~40대 땐 귀찮다는 이유로 사 먹는 걸 선호했지만 주로 단짠과 조미료, 저가 재료로 맛을 내는 식당 음식이 이젠 질린다. 내 위장도 나이가 들어 자연식을 선호하니 자연히 요리를 배우게 되고, 생존을 위해 배워야 한다.


홍합어묵탕 또는 홍합탕은 술집에 가면 기본 안주로 많이 나온다. 그만큼 요리가 간단하다는 뜻이다. 부엌 근처엔 가본 적도 없는 중년남이나 사회초년생이 요리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요리가 되게 복잡하거나 어렵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에 '나물 무치기'에도 도전했는데, 요리 과정이 생각보다 너무 간단해서 건강식을 해 먹는 게 그리 멀고 먼 길이 아니라 가까이 있음을 새삼 느꼈다.


치킨과 피자에 지친 위장이 가끔 뜨뜻하고 시원한 국물을 원할 때가 있다. 동태탕, 대구탕, 아구탕, 복국 이런 게 맑고 시원한 국물이긴 하지만 손이 많이 가고, 복국은 사 먹기에 비싸다.


담치라고도 하는 홍합은 저렴한 가격이 장점인데, 마트 수산코너에 가면 3000~4000원이면 살 수 있다. 당연히 껍질 채 있는 홍합을 사야 한다. 껍질이 단단히 닫힌 놈들이 싱싱한 홍합이다. 양은 중간 사이즈의 냄비에 끓여서 혼자 서너 끼 먹을 수 있는 정도다.


그다음엔 어묵을 사야 한다. 취향에 따라 사면 되는데, 연육 함량이 많을수록 비싸다(제품 뒷면 원재료 및 함량 부분에 나옴). 저렴한 보통 사각어묵 중에는 삼호 제품이 괜찮았다. 이 두 가지로 준비물은 끝.


'홍합어묵탕' 요리에서 가장 주의할 점은 사 온 즉시 요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냉장고에 넣는 순간부터 신선도가 떨어져서 늦게 조리할수록 완성해도 비린내가 많이 나게 된다. 자, 이제 요리를 시작해 보자.


1. 흐르는 찬물에 홍합을 씻는다. 부드러운 소재의 수세미나 그냥 손으로 씻는다. 껍데기 표면이 지저분해 보인다고 결벽증을 가질 필요는 없다. 대강 씻어도 무관한 게 이물질(껍데기 표면에 붙은 홍합 신체의 일부?)은 솥 바닥에  가라앉기 때문에 깨끗한 국물을 마실 수 있다.(내 요리 컨셉은 '대충, 얼렁뚱땅, 간단히 하자'이므로 씻는 데 너무 힘을 빼면 안 된다)


2. 어묵을 씻어서 사각 어묵의 경우 적당히 잘라 놓는다. 어묵은 물에 들어가면 붇기 때문에 그걸 감안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어묵은 기름에 튀긴 제품이라 표면에 기름이 많다. 맨손으로 만지면 손이 미끌미끌한 게 촉감이 별로다. 위생장갑을 끼면 좋다.(환경을 생각한다면 그냥 맨손으로 만진 후 손을 씻자) 기름기가 덜한 담백한 국물을 원한다면 따뜻한 물로 적당히 씻으면 어묵의 기름기를 좀 뺄 수 있다.


3. 중간 크기의 솥에 씻은 홍합과 물을 붓는다. 물 양이 중요한데 너무 많이 부으면 국물이 맹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합들이 잠긴 수면에서 조금 더 부으면 적당하다. 홍합이 끓기 시작해서 시간이 조금 지나면 뽀얀 국물이 우러난다. 센 불에 두고, 표면의 거품들을 걷어낸다.


4. 국물이 전반적으로 뽀얗고 되고, 홍합 껍데기가 열릴 때까지 중불에서 5~6분 정도(정확하지 않음. 취향에 따라 적당히) 끓인다. 홍합은 금방 익는다. 너무 오래 끓이면 홍합이 질겨지고 맛이 없다. 국물 맛으로 먹는 거긴 하지만 식사용이기 때문에 홍합도 맛있게 먹어야 한다. 바닷물을 머금고 있던 거라 국물을 맛보면 약하게 간이 돼 있다. 여기에 소량의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된다.


5. 국물이 시원하고 삼삼하게 완성됐다 싶으면 잘라 놓았던 어묵을 투하한다. 어묵은 금방 불기 때문에 가스불을 끄기 1~2분 전, 마지막 단계에 넣어야 한다.




자, 완성이다. 홍합과 어묵과 시원한 국물이 있기 때문에 반주로 막걸리 한잔 곁들여도 좋다. 자연식 밥상 한 끼가 간단히 완성됐다. 단돈 5000원을 투자해서 당신의 찌뿌둥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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