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각해 보라. 생각보다 내가 싸지른 똥이 많다는 사실에 놀랄 걸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운다' 사자성어 '결자해지(結者解之)'와 비슷한 뜻이다. 너무 당연한 이 말을 내가 하는 까닭은 우리가 싼 똥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자는 의미다.
알바를 하고 있는 일터에서 나는 아침마다 청소를 하는데, 버려진 쓰레기 중 담배꽁초가 단연 으뜸이다. 그다음으로 사람들이 잘 버리는 건 껌인 듯싶다. 요즘은 코로나 시대에 보기에도 찝찝한 마스크도 많이들 버린다. 얼마 전 유튜버 신사임당 채널에 출연한 분(청소업체 운영)이 말하기를 사람들이 건물 옥상 등에 그렇게 똥을 많이 싸질러 놓는단다. 담배꽁초부터 똥까지, 사람들은 버리는 순간과 그 후에 과연 얼마만큼 양심의 가책을 받고, 자신의 행동을 기억할까? 모르긴 해도 금방 망각을 하고,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기 때문에 무단으로 버린 쓰레기가 세상에 넘쳐나고, 이런 세태가 반복되는 게 아닐까?
지금껏 우리의 삶을 곰곰이 돌이켜 보면 생각보다 내가 싸지른 똥이 많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충동적으로 내가 지른 물건들과 그 때문에 쌓인 빚,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완성을 하지 못하고 그만둔 일들,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가족과 친구와 연인에게 준 상처, 스트레스 해소를 핑계로 먹고 마셨던 음식과 술, 그로 인해 생긴 뱃살과 질병들.
길가에 버린 쓰레기에 대해 의도적인 망각을 하듯이 우리는 내가 싸지른 똥을 일부러 회피하며, 뭔가 또 새로운 일을 도모한다. 하지만 내가 싼 똥에 대한 정확한 책임 의식이 없으면 새로 도모하는 일도 또 다른 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일에서도 책임지려는 마음은 없이 뭔가 성급히 잘 되기만을 바라고 덤빈다면? 귀찮아서 길가에 담배꽁초와 껌을 버리듯이 조금 힘들다고 나의 초심을 버릴 것인가. 다가올 문제들을 귀찮고 부담스럽게 여기면서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대강 싸지르고 덮어버릴 것인가.
사업하느라 빚 투성이인 남편과 산다고 박미선을 높이 샀지만, 알고 보니 본인의 빚은 본인이 다 갚았다는 걸 알고 이봉원이 멋져 보이더라. 청소년기는 차치하고라도 성인이 된 후의 29년 동안 내가 싸지른 똥이 얼마나 많았던가. 지금이라도 치울 수 있는 똥은 치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안 좋은 습관과 아집 같은 것들 말이다.
똥을 안 싸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인간인 이상 쌀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운다는 자세는 참 중요하다. 그동안 내가 싼 똥이 무엇인지를 우선 고찰해야겠고, 그다음엔 싼 똥 중에 치울 수 있는 건 치우고, 똥을 안 싸도록 스스로 조심하는 마음가짐. 이게 필요하다.
담배꽁초와 껌을 길가에 버리고, 똥을 옥상에 싸질러놓고 깨끗한 척하는 인간은 되지 말자. 치우면서, 싸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천천히 가는 삶이 결국 승리하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