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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Feb 26. 2021

허접하거나 아름답거나

두려움이 나를 조롱하고 계속하지 못하게 한다

개그맨에게 대시 곡을 드디어 완성했다. 정식으로 대시하는 두 번째 곡이다. 완성하고 나면 나는 항상 만족한다. 100%는 당연히 아니지만 나름 만족한다. 왜냐하면 스스로의 기준에서 OK가 될 때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아직 입봉을 못한 내가 그나마 행복한 것은 신곡이 나올 때마다 피드백을 해 줄 선배 작곡가도 있고, 신곡을 궁금해하는 친구도 있으며, 멜론 등 음원사이트를 통해 대중의 반응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벽만 보고 하는 방구석 예술에서 조금은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곡을 만들수록 두려움이 커지기도 한다. 곡을 완성한 후에는 염두에 뒀던 가수들에게 대시가 시작되는데, 그들이 내 노래를 듣고 허접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말이다.


팀을 이뤄서 작업을 할 여건이나, 레슨을 받을 여유가 안 되는 나는 오로지 홀로 방구석 가내수공업으로 음원을 완성하는데, 대중음악은 말 그대로 대중에게 어필해야 하는 음악이라 이런 방식으로 만든 음악이 전문가로부터, 대중들로부터 비웃음을 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늘 있다.


이번에 만든 곡도 개가수(개그맨 가수)들에게 뿌려야 하는데, 생각보다 개가수가 많지 않더라. 아직 50명을 채우지 못했다. 감사하게도, 놀랍게도 한 분이 연락이 오셔서 조율 중인데, 아직 계약 성사는 아니라 최종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망태에 들어와야 내 고기고, 심지어 망태에 든 고기도 도망가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선배 작곡가는 불필요한 효과음을 많이 써서 전체적인 사운드가 많이 지저분하다고 피드백을 해주신다. 하긴 너무 신나게만 만들려다 보니 효과음을 과하게 넣었나 보다. 고수일수록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워야 하는데, 나는 아직 피라미 작곡가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또, 내 목소리는 선천적(?)으로 좀 슬퍼서 음색이 어둡거나 우울하다는 지적이 많다. 또랑또랑하고 칼칼한 목소리의 가이드보컬을 쓰고 싶지만, 팔릴지 안 팔릴지 모르는 곡에 매번 가이드 보컬 비용과 녹음실 비용을 쓸 형편이 못돼서 안습이지만 내가 직접 불러서 녹음한다.


노래 만드는 건 안 말리는데, 부르는 건 니가 하지 마라는 지인들도 많고, 반대로 목소리에 진정성이 있다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보라는 지인도 있다. 이것 또한 호불호가 갈린다.


이런 와중에 나는, 결국 나는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싶다. 하지만 허접함을 통과하지 않고는 진정한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없는 것 같다. 나 스스로 허접하다고 느끼든 남들이 그렇게 말하든 그런 감정을 통과하고 넘어서지 못하면 나만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빛낼 수 있는 그 지점에 도달할 수 없으리라.


허접하다는 것은 사실 별로 신경 쓸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허접하기 때문에, 추하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꿈꾸고, 예술을 추구한다. 서투른 솜씨로 진흙을 계속 매만지다 보면 조금씩 더 아름다운 나만의 피조물이 탄생하리라 믿는다.




허접하다고 생각하고 포기해 버리면 허접함에 머문다. 허접함을 인정하고, 거기에 개의치 않고 계속 나아가면 우리는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다. 인생이든 예술이든 마찬가지다. 당신과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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