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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Mar 08. 2021

아껴주면 더 사랑하게 된다

2년 만의세차가 준 깨달음

나에게 차는 이동수단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6년 전 새 차를 산 이후에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았다. 엔진오일 간 것 말고는 거의 없다. 자동차 검사에서 불합격 항목이 나오면 마지못해 수리를 하는 수준이었다. 공무원 시험공부 기간에는 한술 더 떠서 약 2년간 세차를 하지 않았다. 세차에 소모되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년째 더러운 차를 마주해 오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어제 드디어 세차를 했다. 묵은 때라 고압세차에도 잘 지지 않아서 물걸레로 일일이 차 표면을 닦아냈다. 나름대로 깨끗이 닦고 나니 차를 더 아끼는 마음이 생긴다. 사실 나에게 차는 중요한 음악 감상 공간이다. 차를 뽑을 때 일부러 Boss 오디오를 옵션으로 넣었다. 단속 카메라 경보음을 듣고도 자주 깜박깜박하기 때문에 스피드 리미터 등 거의 풀옵션을 넣었다.


이렇게 나름 돈을 들인 차였지만 관리를 안 하니 차에 더 무심했던 것이다. 내 인생(미래)도, 몸도,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정과 의리로 산다는 중년 부부, 우리 부부도 20년이 훌쩍 넘었다. 아내에게 무심할수록 아내와 더욱 멀어지고, 아내를 아껴주면 더 가까워진다. 이런 단순한 법칙이 떠올랐다.


가령 아내를 미용실에 데려가 스타일을 한번 바꿔주고 내 카드로 결제한다든지, 쇼핑몰에 같이 가서 비싸지 않아도 아내에게 어울리는 옷을 골라준다든지, 매일 먹는 반찬 말고, 특별한 요리를 하나 배워서 가끔 해주는 식으로 말이다. 아내뿐만 아니라 부모님, 자식, 친구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법칙일 테다.


자식들이 어릴 때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철없는 아빠였지만 지금이라도 생일을 챙겨주고 우리 먹을 밑반찬을 만들 때 아들 것도 같이 만들어서 보내준다면 자식과 더 가까워지겠지. 아직까지 우리 친구들 사이에는 생일 챙겨주는 문화는 없는데, 가벼운 카톡 선물이라도 하나 챙겨준다면 나이 들어가는 서러움에 조금은 위로가 되겠지.


내 몸도 마찬가지다. 병든 육체를 원망하고 짜증내기보다는 식단과 운동으로 몸과 이야기하고, 몸을 위로한다면 내 몸도 조금 더 편안하게 나를 마주해 주겠지.




얼마나 실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소망이 하나 생겼는데,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는 프랑스, 스페인, 이태리 요리들을 몇몇 가지 배워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대접해야겠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기쁨은 빼놓을 수 없는 삶의 큰 행복이니까.


후회로 점철된 삶이라 할지라도, 마음대로 안 되는 삶처럼 보일지라도 지금부터 내 삶을 더 아끼고 돌본다면 스스로 삶을 더 사랑하게 되고, 그러면 삶도 나에게 미소로 화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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