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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얼송 Dec 02. 2020

(3) 다시 태어난 날

책, 사람, 사색

# 미라클 미드나잇

쌕쌕
깊이 잠든 두 아이의 숨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조용히 안방 문을 닫고 나와 식탁에 불을 켰다.
노란 불빛이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딱딱한 식탁의자에 앉아서 책을 펼친다.
책을 보면서 감정은 옳고 그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대로 인정하고 흘려보내야 한다는 것을..
그동안 누구에게도 꺼내놓지 못했던 외로움과 슬픔, 분노 나의 감정들을 풀어냈다. 내가 읽는 책들이 다 나를 위해 만들어진 거 같았다.  
한 글자 한 글자 필사하며  마음에 새겨내려 갔다.
모두가 잠든 밤. 책과 함께 하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내 마음을 공감해주는 책뿐 아니라 경제서적도 읽었다. 아이 둘을 케어하며 다시 일을 시작할 용기가 없었다. 13년의 경력이 무색할 만큼 너무 적은 월급을 받으며 일을 하는 것도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근로소득 외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공부했고, 내가 선택한 것은 부동산이었다.  손품 지도를 만들고 네이버 거리뷰를 보면서 온라인 임장을 시작했다.

집에 앉아서 손품을 팔고 전화임장을 했다. 날씨가 따뜻해질 때쯤에는 직접 임장에 나섰다. 첫째아이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둘째는 아기띠로 매고 나섰던 날들.

아이의 하원 시간에 맞춰서 다시 돌아와야 했기 때문에 먼 지역을 가지는 못했지만, 집 근처 다른 도시들을 임장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책과 부동산 공부를 하면서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었다.
  

 





미라클 미드나잇.
모두가 잠든 밤 책을 읽기 시작했고, 말라서 시들어버린 내 마음속 정원에 작은 새싹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Q. 착한 아이 콤플렉스, 어떻게 벗어날까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저렇게 고생하시니까 나라도 잘해야지'하며 부모님의 말을 무조건 따르려 했습니다. 모두를 위해 희생을 한 건데
오히려 무시받으니 이제는 이렇게 살아온 것이
억울하고 분하기만 합니다."



A.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젠 중요하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날 어떻게 키웠든
이제는 나도 날 키운 부모님보다
모자랄게 하나 없는 똑같은 어른입니다
어른인 내가 나를 무시하지 않고
챙겨주고, 위해줘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야 합니다
남이 아껴주지 않으니까 내가 더 나를 좋아해야 합니다.
그리고 더 멋있어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부족하고 모자라서 멋있어지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기에 더 멋있게 변하려는 겁니다

착한 아이가 아닌,
나 스스로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는 것.
이것을 목표로 잡아 꾸준히 노력해보십시오

[마음을 읽는 시간] 서천석


# 인연 :: 사람

인생이 추울 때 너를 만나
나를 꽃으로 대해 준 네가 고맙다
많이 밟힌 여정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한 시선
너를 만남으로 나를 새롭게 만났다
인생이 추울 때 너를 만나
나를 꽃으로 대해 준 네가 고맙다
[ 만남 - 허금주 ]




인생이 추운 날 한 사람을 만났다.  
스치는 인연으로 끝이 날 수 있었던 만남이었지만,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었다.
우리는 책과 부동산이라는 공통주제로 밀도 있는 만남을 이어갔다. 여정언니로 시작된 만남이 멘토들과 연결되는 계기가 되었다.

인연의 시작으로 꿈을 이루며 살 수 있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나의 꿈은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었다. 가끔 싸울 때도 있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 부모는 부모의 책임을 다하며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아이는 그저 아이답게 해맑은 모습으로 함께 하는 그런 평범한 가정을 꿈꿨다.
멘토님들, 그리고 동행자들. 그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나"를 마주하는 연습을 하게 되었고, 나는 단단해졌다.
나는 꿈을 이루며 사는 사람이 되었다.



 


# 나는 아직 괜찮지 않았다.

책을 보면서 나의 감정을 공감받고 위로받았다. 내 옆에는 따뜻하게 품을 내어주는 사람들도 생겼다.
매일 밤 베갯잇을 적시지 않고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이제 "나는 괜찮아졌다" 생각했다.
용기 내어 세상으로 나간 첫날.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세상과의 연결, 퍼스널 브랜딩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의 키워드는 결핍과 치유였다.
그 순간 "내가 아직 괜찮지 않다"는걸 알게 되었다. 다시 울고 싶지 않아서, 괜찮은 척 지냈구나..
"나는 아직 괜찮지 않다"라고 자각하는 순간 왼쪽 가슴이 묵직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역에서 한참을 울었다. 주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느껴졌지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언제까지 더 아파야 괜찮아질까? 하는 막막함과 무기력함이 밀려왔다.

한참을 울고 나서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내가 아직 괜찮지 않다 라는걸 알게 되어 다행이다"
본격적으로 털어내 보자.
책을 보면서 위로받고 공감받았던 내 마음을 이제 글로 써보자.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가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자동적 생각이나 감정을 배제하고 관찰자의 입장으로 떠오르는 것들을 써내려 갈려고 노력했다.
일상의 기록으로 시작된 이야기의 끝은 무의식 속에 있는 나였다. 줄기를 하나 잡아당기면 고구마가 주렁주렁 나오는 것처럼.
내 안의 이야기가 꺼내져 나오는 과정이 신기했다.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깊숙한 곳에 있던 나와 마주했다.







# 다시 태어난 날

2019년 10월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여느 때와 같이 길을 나섰다. 집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내가 좋아하는 공원이 나온다.
흔들리는 갈대 너머로 반짝반짝 바다가 빛나고 있었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평소 내가 가던 길이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익숙한 곳의 낯선 모습에 여행을 온 거 같은 설렘을 느꼈다.
내가 땅 위를 걷는 건지 무빙워크 위에 있는 건지 모를 정도로 그냥 걸었다. 꼬박 2시간을 걷고 카페에 앉았다.
하얀 종이에 나에 대해 적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현재의 나는 어떤 모습인지?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이고 싶은지?

과거의 나는 작은 어항 속 물고기였다.
내가 있는 어항의 크기도 알지 못한 채 그곳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며 사는 물고기.
오빠의 죽음과 뒤늦은 사춘기로 그 어항은 산산조각 나 버렸다.
깨진 어항 옆에 펄떡펄떡 몸부림치는 물고기의 모습에서 나를 보았다.


그 순간 마음을 울리는 깨닫음이 왔다,.

내가 엄마를 위해 살았던 삶이 어른들의 잘못된 신념에 의한 강요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아온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기로 선택한 것이고, 그렇게 살아온 것이 나의 선택이고 결정이었다는 것을.

더 이상 과거의 내가 불쌍하거나 무기력하거나, 하찮아 보이지 않았다.
힘든 상황에서도 그 안에서 나는 나의 최선을 다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누구보다 생활력이 강했고, 나의 분노나 감정을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는 독서로 해소하는 법을 알았다.
 
결과에 대한 원인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환경 때문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결과라는 생각이 드니까 모든 것이  편안해졌다.

과거의 나는 "착한 아이"라는 거짓 자아에 갇힌 내가 선택한 삶이었다.
그것을 인정하고 나니 앞으로의 내 모습은 지금부터 내가 선택하는 것들로 달라진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가벼워졌다.
자유로워졌고, 그 어느 때 보다 자신감에 가득 차있었다.

내가 다시 태어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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