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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 bam Dec 21. 2022

Mistletoe, 로맨틱 공허함

kiss me under the mistletoe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찾아오는 왠지 모를 쓸쓸함 혹은 공허함을 느껴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솔로이냐 커플이냐, 미혼자냐 기혼자냐의 여부와 관계없이 찾아오는 감정이다. 설령 사랑하는 사람이 당장 곁에 있더라도 외로움과 우울에 빠지게 되고 그 감정을 상대방에게 숨기게 된다. 사랑과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연상되는 명사는 따듯함, 행복, 웃음 등이 있는데 왜 그런 우울한 감정들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크리스마스가 로맨틱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그들만이 꿈꾸고 바라는 크리스마스가 존재하며, 그것이 이루어지는 상상을 펼치곤 한다. 그들이 상상하는 크리스마스에서는 그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이루어질 수 있다. 나 또한 어려서부터 꿈꿔왔던 크리스마스가 존재한다. 나의 크리스마스 로망은 미국에서 시작된다. 어느 미국 시골에 있는 한적한 몰(Mall) 그리고 야외 벤치에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앉아 있다. 시간대는 약 20시 30분, 몰의 마감시간이 다가오며 사람들은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기다란 야외 거리에는 우리가 몰을 대관이라도 한 듯 정적을 이루고 평온을 느낄 수 있다. 해가 지며 어두워졌지만 길가에 켜져 있는 가로등이 우리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다. 내려도 쌓이지 않는 눈이 살랑거리며 내리고 가로등에 붙어있는 조그마한 스피커에서는 Frank Sinatra 혹은 Dean Martin과 같은 저음 목소리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벤치에 나란히 앉아 고개를 올려 어두운 밤하늘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 이것이 내가 상상하고 꿈꿔왔던 크리스마스 로망이다.


나와 같이 크리스마스에 대한 꿈을 꾸는 사람들은 여럿 존재한다. 어떤 이는 유럽의 레트로 한 집에 있는 벽난로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조용한 캐럴에 맞춰 춤을 추고, 어떤 이는 크리스마스 양말에 포장된 선물을 서로 교환하고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고, 어떤 이는 뉴욕 록펠러 센터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서 키스를 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주는 로맨틱한 꿈은 생각보다 실제로 일어나기 어렵다.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든 말이다. 나 또한 나의 꿈을 아직까지 이루지 못했고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나만의 크리스마스를 꿈꾸고 있다. 결국 크리스마스가 공허하고 쓸쓸한 것은 그만큼 크리스마스가 로맨틱하고 사람들에게 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 꿈을 꾸지 않았다면 그 슬픈 감정들이 찾아오지 조차 않았을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로맨틱 크리스마스를 꿈꾼다.


크리스마스에 Mistletoe 아래서 키스를 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주 유명하고 이제는 크리스마스 관습처럼 받아들여진다. 그것이 미신인지 진실인지의 여부는 중요치 않다. 여전히 그 이야기가 가져다 주는 로맨틱함에 매료되어 많은이가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를 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공허하고 쓸쓸하지만 그와 동시에 행복함을 느끼고 사랑을 이룰 수 있다. 그렇기에 공허함은 로맨틱하다. 다시 말하면, 로맨틱하기에 공허함을 느낀다. 현재 내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 크리스마스에 말해보는 게 어떨까?


'Kiss me under the Mistletoe'


Photo by B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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