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마케터의 로망
도쿄를 방문할 때면, 이제는 숙소를 긴자역으로 정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신주쿠, 시부야와 달리 복잡하지 않고 깔끔한 거리와 한적한 분위기가 나를 사로잡았다. 특히, 백화점 마케터 출신인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긴자의 매력적인 장소 중 하나가 바로 긴자식스(Ginza Six)이다.
긴자식스는 도쿄의 심장부, 긴자의 화려한 빛 속에서 우아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단순 쇼핑센터라고 치부하기에는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문화의 교차로이다. 전통적으로 도쿄의 고급 상업지구로서 명성을 떨쳤던 긴자는 메이지 시대부터 귀족과 예술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긴자식스는 이러한 유산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2017년도에 탄생했다.
긴자식스는 얼핏 보면 백화점으로 분류되어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이곳은 '복합 문화 상업 시설'이다. 그렇다면 백화점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 바로 운영 및 사업 모델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은 입점 브랜드로부터 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특약매입 방식이지만, 긴자식스는 브랜드가 벌어들이는 매출과 상관없이 고정된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다. 장사가 잘된다는 전제가 있다면, 브랜드 입장에서 고정 임대료 방식이 더욱 합리적이다.
공간 구성에서도 차이가 있다. 백화점이 쇼핑 중심이라면, 복합 문화 상업 시설은 라이프스타일, 레저, 비즈니스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 공간이다. 물론, 현대의 백화점들도 이러한 경계를 넘나들며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만 긴자식스는 복합 문화 시설로서 더 다양한 가치를 색다른 경험으로 제공한다. 오늘은 긴자식스만의 특별함과 겨울에 더욱 빛나는 모습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겨울의 긴자식스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듯한 감성을 품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로비와 외관은 화려한 일루미네이션으로 빛나며, 매장의 쇼윈도는 저마다 다른 겨울 이야기를 펼친다. 하지만 진정한 낭만은 옥상에서 바라보는 도쿄타워 야경과 함께한다. 겨울 특유의 맑은 공기는 시야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도쿄타워의 빛이 한층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마지막 낭만의 클라이맥스는 겨울에만 열리는 스케이트장이다.
'22년에 긴자식스를 방문했을 때, 사람들이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이곳에서 스케이트를 타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24년에 마침내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스케이트를 타며 그리던 궤적처럼, 그곳에서의 기억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남았다.
겨울의 색을 입어 한 편의 시와 같았던 긴자식스의 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그날 긴자식스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머금고 감각을 채우는 경험을 내준다.
아름다움이란 단순한 형체가 아니라, 그 안에 깃든 마음이다. 스케이트장의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발자국들 속에서 지나간 시간은 미래와 교차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깃든 낭만은 겨울의 긴자식스를 완성시킨다.
아름다움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점점 더 가치가 커지며, 인간에게 영원한 안식처와 위로가 된다는 낭만주의적 사상을 표현한 영국의 시인이 있다. 바로 John Keats이다. 그는 그의 시 <from Endymion>에서 이렇게 말했다.
A thing of beauty is a joy for ever:
Its loveliness increases;
it will never Pass into nothingness;
but still will keep A bower quiet for us, and a sleep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
그 사랑스러움은 늘어나고,
결코 무로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에게 조용한 안식처를 제공하고, 편안한 잠을 안겨주리라.
Photo by B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