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 bam Feb 21. 2023

런던 하늘의 비밀을 알고 있어?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영역

"너는 런던 하늘의 비밀을 알고 있어?"


런던에서 지내면서 사람들에게 종종 던지던 질문이다. 질문의 대상자는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 포함되었다. 하지만 런던 하늘의 비밀을 듣고 나면 모두가 믿지 못했다. 그들은 그 비밀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늘을 자주 대면하게 된다.


내가 이 비밀을 알게 된 계기는 하늘을 보는 습관에서 비롯되었다. 시간에 쫓겨 살다 보면 하루에 한 번도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아주 잠깐 몇 초만 투자한다면 충분히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지만 종종 우리는 그 기회를 놓치고 만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나는 하루에 최소 한 번은 하늘을 바라보고 잠시 감정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런던에서 생활하던 당시 그 습관을 이어가고자 했다. 하지만 일주일 중 4~5일은 우중충한 런던의 하늘은 쉽사리 내게 맑은 하늘을 내놓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맑은 날이면 공원에 나가 드 넓은 하늘을 더욱 오랫동안 바라보게 되었다. 오랜 시간의 관찰 끝에 우연히 나는 런던 하늘의 비밀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면 런던 하늘 상공에는 항상 비행기가 있었던 것이다. 다만 런던 1 zone 혹은 2 zone 구역 안의 넓은 하늘을 볼 수 있는 장소에서 봐야 한다는 것과 구름 한 점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말이다.


런던 하늘에 항상 비행기가 떠 있다는 비밀은 사실 그리 놀라운 현상은 아니다. 런던의 동서남북에 각각 위치한 4개의 공항은 수많은 런던 방문객의 교통 수요를 충족시킨다. 런던은 방콕에 이어 2위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을 자랑하는 도시이다. 코로나 이전인 19년 기준 연간 방문객 수는 약 2천만 명가량으로 놀라운 수치를 보여준다. 어찌 보면 런던 하늘에 비행기가 보이는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16년 기준으로 단 하루동안 런던에 들어오고 나가는 비행기 수는 무려 1,293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 수많은 비행기가 런던의 우울한 구름들에 가려져 더 각박한 런던을 만들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하늘을 보기 이전에 불행한 삶을 살았다. 각박하고 바쁜 현대사회라고들 흔히 표현하지 않는가. 바로 그 현실에 이기지 못해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단 몇 초의 시간조차 내게 부족했던 것이다. 지구에서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아 순전히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영역은 하늘이다. 순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하늘에 단 몇 초의 시간을 투자해 보는 건 어떨까.


런던 하늘의 비밀은 항상 비행기가 떠 있다는 거야

Photo by Bam

작가의 이전글 천재이고 특별하고 싶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