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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 bam Feb 27. 2023

저는 여러 명의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연애와 주식의 평행이론 8가지

저는 국내에서 17명, 미국에서는 9명의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습니다. 소수의 몇 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저에게 크나큰 상처와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네, 바로 제 여자친구들은 제가 가지고 있는 주식 종목들입니다. 설렘보다 상실감을 더 크게 안겨주는 주식은 연애와 같습니다. 수많은 고통을 받으며 깨닫게 된 "주식과 연애의 평행이론 8가지"에 대해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1. 고백보다 이별이 어렵다. (=매수보다 매도가 어렵다)

연애를 하다 보면 깨닫는 것이 있다. 고백보다 어려운 것이 이별이다. 그간 쌓인 정 때문인지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받기를 원치 않기 때문인지 막상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인지, 그 이유가 무엇이든 이별은 항상 어렵다. 주식 또한 매수 버튼보다 매도 버튼이 쉽사리 눌리지 않는다. 고백할 때처럼 "그냥 질러"의 마인드가 매수에 적용되고 이별할 때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는 "망설임"이 매도에 적용된다.


2. 설렘보다 상실감이 더 크다. (=오르는 기쁨보다 내려가는 슬픔이 더 크다)

연애 초반의 설렘을 그다지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이별했을 때의 상실감은 말로 하지 못할 정도로 오래갈 수 있다. 주식 또한 마찬가지이다. 오를 때의 기쁨은 일시적이고 더 큰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손실을 볼 때도 있다. 하지만 내려갈 때 찢어지는 나의 마음은 이로 말할 수 없이 크다. 심지어 조금씩 떨어지는 주식 종목은 다시 오르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주게 되어 팔지 못하고 지하실을 마주하게 된다. 마치 연인이 속으로는 마음이 떴지만 연애를 오히려 질질 끌다가 더 많은 시간이 지나 훨씬 큰 충격을 주는 것과 같다.


3. 집착할수록 결말은 좋지 않다. (=매번 차트의 시세에 좌지우지당하면 결과가 좋지 못하다)

집착하는 연인을 두면 그 끝은 좋을 수가 없다. 매번 연락을 하고 상대방이 어디 있는지, 뭐하는지, 언제 답하는지 체크를 한다면 서로가 불행해진다. 주식하는 사람 중에 매번 차트에 집착하고 그 하루의 등락폭에 일희일비를 한다면 중요한 선택을 할 때 판단력을 잃게 된다. 차트에 집착하다 보면 감정적으로 변하고 적절한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놓치고 오히려 적절치 못한 타이밍 속에 결정을 내린다. 결국 집착하는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연인에게도 주가에게도 이별을 당한다.


4. 감정 상태가 좋지 않음을 직감했지만 끝까지 믿다가 배신당한다. (=기업 실적이 좋지 않지만 그 기업을 맹신하다 더 나락으로 간다)

연애를 하다 보면 상대방의 감정이 식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현실을 외면한 채 그 사람에게 더 의존하고 사랑을 더 강요하고 한 없이 마음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 끝에는 이별통보만이 존재할 뿐이다. 수많은 어닝 쇼크(기업 실적 악화)를 보고 그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좋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은 괜찮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맹신을 가지고 한 없이 기다리는 투자자가 있다. 주식 역시 그 기다림의 끝에는 지하실 밑의 지구 핵이 존재할 뿐이다.


5. 자신만의 매력이 없으면 진정한 연애를 꿰찰 수 없다. (=자신만의 명확한 투자기법이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연애 방식을 따라가거나 주변에 있는 멋지거나 예쁜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 해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사람들은 진실되고 긴 연애를 할 수 없다. 결국에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정체성이 느껴지지 않기에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거나 연애를 하더라도 그 사람의 밑바탕이 드러나 짧은 연애만을 반복하게 된다. 주식 또한 팔랑거리는 귀를 가지고 주식 유튜버의 추천 혹은 신문 기사에 적힌 대세의 흐름을 따라 투자하게 되면 큰 성공을 바라기 어렵다. 자신만의 투자기법 없이 기업을 선정하다 보면 수많은 기업을 매수하게 되고 큰 손실을 본다. 그러다 결국 주식 시장을 떠나게 된다. 매번 "난 역시 연애와 맞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6.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 (=돈을 벌어본 종목에 다시 돌아간다)

남자들은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주식에 있어서는 남녀 불문 돈을 벌어준 첫 주식을 잊지 못한다. 나에게 돈을 가져다준 종목은 매도 이후에도 꾸준한 관찰리스트에 포함되고 그 주식이 다시 저점이 되었다는 판단이 되면 그 주식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마치 전 연인이 이별하여 슬픔의 슬럼프에 빠져있다 생각될 때 다시 연락하는 것처럼.


7. 남에게 행복 연애를 얘기하면 욕먹고 이별 얘기하면 베프 된다. (=주식으로 돈 번 얘기하면 칼 맞고 돈 잃은 얘기 하면 친구 된다)

사람들은 친구가 행복한 연애 상태에 대해서 알려준다면 기꺼이 들어주긴 하겠다만 "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친구가 이별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어주고 감정에 공감하며 긴 시간 이야기 하게 된다. 주식 또한 같은 선상에 있다. 다른 사람이 주식으로 돈 번 이야기를 하면 기쁜 소식이긴 하다만 그리 달가운 이야기 주제는 아니다. 하지만 주식으로 잃은 이야기를 하면 서로 기뻐하고 "너도? 나도!"라며 갑자기 가까운 친구가 되어 버린다.


8.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 (=주식은 다른 주식으로 잊혀진다)

수없이 많은 이별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는 것은 항상 새로운 사랑에 있다. 새로운 연애로  연인을 잊어가고 새로운 기억으로 고통의 빈자리를 채워간다. 마치 카카오뱅크가 내게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Meta 자사주 매입으로 인한 주가 급등이 잊게 만들어준 것처럼 말이다.



주식은 다른 주식으로 잊혀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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