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연간 강우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뉴욕의 연간 강우량에 비교하면 600mm 정도로 약 절반에 이른다. 하지만 강우량이 무슨 문제가 되겠나. 비 오는 날의 수는 연간 평균 110일 정도 되는 것을. 연간 1/3 정도는 비가 내린다고 보면 되고 그것마저도 그저 구름 낀 날은 배제한 값이다. 우중충한 날로 따지면 체감상으로 연 중 반 이상이 우중충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해외생활을 할 때면 내가 가장 먼저 하는 것은 '현지화'이다. 내가 하는 현지화는 단순히 따라 하는 것을 넘어선다. 런더너로 빙의되는 것이다. 도쿄와 캘리포니아에서 거주할 때도 최선을 다해서 현지화를 실현시켰다. (물론 일본에서는 아기였으니까 자동현지화지만) 런던에서 했던 나의 현지화 행동을 대충 나열하자면 이렇다.
[현지화 과정]
1. 비 오면 맞기
2. 쥐 나오는 펍에서 맥주 마시고 취하기
3. 우울해지는지 확인하기
왜 이런 어리석어 보이는 과정을 겪는가 묻는다면 이것이 다 해외 적응 프로세스이다. 한국에서 살면서 생긴 나의 관습, 패턴을 모두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해외생활이 힘들 것이 하나도 없다. 보통 해외생활을 하면서 적응에 실패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보통 한국에서의 생활을 비교하고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매일 비를 맞으며 우울증을 얻었다.
*따라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