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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 bam Sep 27. 2023

[런던, 06] 템즈강을 따라 만난 킹스턴

Kingston upon Thames

뚜렷한 목적 없이 도시 곳곳을 방랑하는 것을 어려서부터 좋아했다. 내가 서울에서 모르는 곳이 거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런던에 지내면서 주말 동안 집에만 있었던 적은 극히 드물었다.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주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아무 곳이나 가는 것은 아니다. 나름 애플맵을 통해 가고 싶은 섹터(주로 공원이나 강변)를 정한 후 그곳을 향해 출발한다.


그날은 센트럴보단 조금 더 외곽으로 나가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지도에 Richmond Park가 눈의 띄었다. 하지만 방랑자가 늘 그렇듯, 행선지는 바로 그 옆에 있는 Kingston으로 변경되었다.


Kingston upon Thames

킹스턴은 남부 런던 교외에 위치해 있다. 템즈강을 따라 도시가 형성되어 있으며 런던 센트럴에서 약 15km 정도 떨어져 있다. 사진으로 알 수 있다시피 킹스턴 내에서 가장 애정하는 공간은 템즈강변이다. 템즈강에 따라 펍과 레스토랑이 있어서 즐비해 있으며 운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한, 잔디밭이나 보도블록에 앉아 많은 사람들이 맥주나 와인을 즐기기도 한다. 잔디에 앉고 눕는 것을 즐겨하던 나는 와인과 함께 낮술과 낮잠을 취했다.



킹스턴은 관광지로서 크게 내세울만한 것은 딱히 없다. 마치 특별하고 싶었지만 누구보다 평범했던 나의 과거처럼.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볼수록 나의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듯이 킹스턴의 고요함은 나에게 너무나 특별하게 다가왔다.





데미안의 작가로 저명한 헤르만 헤세는 침묵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했다.

"It was still quiet in the house, and not a sound was heard from outside, either. Were it not for this silence, my reverie would probably have been disrupted by reminders of daily duties, of getting up and going to school."

"집안은 여전히 조용했고, 밖에서도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만약 이 침묵이 아니었다면, 나는 일어나 학교에 가야 한다는 일상적 의무감에 대한 생각으로 나의 환상이 방해받았을 것이다.


고요함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새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여행에서 침묵은 필수불가결하다. 우리는 침묵 속에 있을 때, 진정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 생긴다.


Photo by B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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