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usa River Wilderness Park
2주간 LA에 있으면서 거의 10개의 해변을 돌았다. 어렸을 적 고향을 방문하는 것 외에는 특정 계획이 없던 나는 웨스트 코스트 라인을 섭렵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해변전문가가 되기 전에 이제는 산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지도에서 가장 가까운 캐년을 찾아 즉흥적으로 출발했다.
지도로 확인한 캐년은 LA에서부터 차로 대략 40분 거리에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멀찌감치 산맥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대중으로 산의 높이를 맞히는 걸 좋아했기에 친구와 나는 바로 추측하기 시작했다.
"음, 저긴 2,000m가 넘을 거야"
친구에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바로 검색해서 검증에 들어갔다. 산맥의 이름은 샌 가브리엘 산맥(San Gabriel Mountains)이었고, 최고봉 높이는 무려 3,069m였다. 백두산(2,744m)보다 대략 300m 더 높은 높이이다. 최고봉이 아니더라도 주변의 산맥 또한 최소 2,000m는 넘을 것이 분명했고 오후 2시였던 당시 하이킹은 무리로 판단이 되었다. 우리는 산맥 초입에 트래킹을 할 수 있는 Azusa River Wilderness Park로 행선지를 변경했다. Azusa River Wilderness Park
웅장한 산맥 사이에서 즐기는 아주사 공원까지의 드라이브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시원했다. 곧이어 공원에 도착했지만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유동인구가 없는 트래킹 코스는 우리에게 막연한 두려움을 주었다. 오후 3시에 아무 준비 없이 트래킹을 시작해도 안전한 곳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이 너무 좋았기에 트래킹을 포기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트래킹 난이도는 7살 어린아이도 쉽게 정복할 수 있는 3 miles round 코스였다. 대략 왕복 5km 정도로 1~2시간 안에 빠르게 다녀올 수 있다. 트래킹 당시에는 난이도를 몰랐고 사람도 없었기에 왠지 모를 스릴이 넘쳤다. 그리고 산모기로 인해 힘껏 뛰어다녔고 그 덕에 1시간 만에 왕복할 수 있었다.
결론은 LA에서 가족 동반 간단한 트래킹을 하고 싶다면 Azusa River Wilderness Park가 최적의 장소이다. 또한, 그랜드캐니언을 방문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비교적 가까운 샌 가브리엘 산맥으로 자연과 산책을 동시에 즐기기를 추천한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냐 묻는다면 '아마'로 답변할 수 있을 것 같다. 구글에 상당수의 리뷰가 있는 것으로 보아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공원임에는 틀림없다.
*국내 써치엔진(네이버)에는 정보 거의 없음
6월의 어느 날, 선선한 날씨 속 미국여행의 마지막은 트래킹과 함께 평온하게 마무리되었다. 그곳에는 LA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의 화려함도, 그랜드캐니언과 같은 광활함은 없다. 그저 친구와 좋은 날씨에 좋은 시간을 보낸 기억의 소중함이 있을 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주한 하늘은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귀국 전 마지막 날이라고 오랜만에 캘리포니아의 노을 위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Photo by B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