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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이 Jul 11. 2019

윤동주 '서시' 감상

한참의 새벽을 즐기기 위한 선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대적으로 불운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 슬픈 천명을 타고난 윤동주 시인의 시는 여전히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아무래도 삶과 실존에 대해 오랫동안 골몰해 있던 터라 시인의 시가 더욱 달갑다. 윤동주의 시는 우리의 삶을 고스란히 대변해준다.


 어느 누구나 죽는다. 삶을 살아간다기보다는 죽어간다는 말이 더 옳다. 언젠간 임박할, 공교롭게 찾아올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어느 누구도 더 이상 말할 거리가 있을까? 우리는 죽어가기 때문에 삶을 잘 살아내고 싶은 소망을 간직한다. 소중함이란 유한성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우리는 실수투성이다. 항상 실수를 하면서 쓰라림을 겪는다. 그런 마음들이 자신을 억압하고 괴롭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사랑하고 사랑해야만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더더욱 나를 사랑해야 하고 만약 그렇지 못할지언정 맹목적으로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이 말들이 주체의 단순한 기표로서 기능한다고 해도 이를 끊임없이 수용하고 긍정해야 한다.


 별은 항상 빛나고 있다. 어둠에 둘러싸여 있어도 우리는 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확실하게 빛나고 있기 때문에 그 존재를 인지하기란 어렵지 않다. 별은 불확실하고 우연의 향연인 삶 속에서 우리를 행복의 지평으로 이끌어 줄 유일한 이정표이다. 몹쓸 바람이 불어온다 해도 그 별은 결코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어느 누구나 가슴속에 별이 있다. 자기 자신만의 유일한 의미들이 있다.

 

 별빛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은 빛이 약해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 아니라 어둠이 옅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별을 바라보지 않는 사람은 별을 바라보아야 한다. 누군가는 나의 별이 될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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