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선택이란 게 참 얄궂다.
두 손에 다 쥐고 싶은데, 하나를 놓아야만 할 것 같은 순간들.
친한 중학교 친구가, 최근에 고민이 생겼다고 한다.
초기에 합류한 스타트업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고,
회사가 빠르게 성장해 해외 진출까지 준비 중인데
그 일을 총괄할 사람으로 본인이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아직 30대 초반.
그 나이에 그런 기회는 정말, 흔치 않다.
어디에서나 할 수도 없고, 아무나 할 수도 없는.
그런데 그게 단순한 출장 정도가 아니라,
최소 2~3년은 해외에 상주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문제는, 한창 연애 중인 여자친구가
장거리 연애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는 점이다.
솔직히... 이해된다.
내가 여자친구였어도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 같다.
그 얘기를 듣고 나서, 문득 생각했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해외에서 (그것도 총괄로) 일하는 경험이라는 게
정말 흔치 않은 기회니까.
반면에, 좋은 사람을 놓치는 건 또 다른 리스크다.
그런 인연이 다시 올 거란 보장도 없고.
나였다면, 어쩌면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좋은 기회라도,
그 선택이 어쩌면 아주 소중한 관계를 놓는 일이 된다면
그게 과연 '성공'처럼 느껴질까 싶어서.
꼭 그 길만이 성장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어디서든, 어떻게든,
나름의 방식으로 길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다.
그렇다고 친구가 떠난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마다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게 다르니까.
누군가에겐 커리어가 더 중요할 수 있고,
누군가에겐 관계가 우선일 수도 있고.
결국 중요한 건,
자기가 뭘 더 후회할 것 같냐는 거 아닐까.
물론 후회라는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모양이 달라지곤 한다.
그때는 분명 최선이라 여겼던 선택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엔 '왜 그랬을까' 싶은 기억이 되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그 선택의 순간의, 가치관과 감정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더 현명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지금의 기준으로밖에 선택할 수 없으니까.
그 순간의 가치관이야말로
내가 그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그런 선택 앞에 서는 일이 종종 생긴다.
정답이 없어서 더 오래 붙들게 되는 고민들.
근데 그런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꽤 괜찮은 일 같기도 하다.
적어도 대충 살고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