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화) 아침의 일
갑자기 스트레스가 확 올라왔다. 오늘 아침은 우리 집에서 먹었다. 부모님께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가 맛있는 베이글을 사 줬다고 우리 집에서 아침을 먹자고 했다. 부모님 집과 내 집의 거리는 1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부모님이 오셨고, 동생도 왔다. 동생은 부모님과 나의 대화를 거의 조용히 듣는 편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듣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대화 중 너는 어떻게 생각해? 하고 물어보면, 네? 뭐가요? 하고 되묻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저, 필요에 의해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이구나 생각할 때가 많다.
동생에게 질문하고 답을 들을 때는 조금 기다려야 하는 편이다. 나는 대체적으로 급한 편이고, 동생은 조금 천천히 반응하는 편이다. 알 지 모르겠지만 나는 동생의 대답을 기다리는 연습을 한다. 동생은 아마 자꾸 피곤하게 말을 걸어오는 내가 급한 내가 또 1분 전과는 다른 말을 하는 나를 견디는 연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꼭 동생 뿐 아니더라도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견뎌주며 지낸다는 것을 자주 생각한다.
아무튼,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데 동생은 식사가 먼저 끝난 채로 멍하게 앉아있는 것 같기에 피곤하면 억지로 앉아있지 않아도 괜찮다고(어제 외부 일정이 많아 기가 많이 빨렸다고 했다.), 네 방에 가서 쉬어도 된다고 얘기했다. 답하지 않았다. 다시 식사를 하는 듯 했다.
모두 식사가 끝나고, 화장실에 다녀오더니 이제 가서 좀 씻겠다고 한다. 나는 갑자기 확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대체로 본인이 필요한 것만 채워지면 돌아서거나 주변을 살피는 경우는 없는 것 같은 동생에게 나는 냅다 욕을 갈긴다. “야이 셰끼야, 양심이 있으면 이거 쫌 치우고 가라” 곁에 있던 아빠는 “어휴 무서워~” 하신다.
동생은 왜인지 웃는다. 본인에게 함부로 하는 내가, 스스로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의 모습이 나올 때, 동생은 종종 웃는다. 왜 웃는지 나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의 악한 본성을 일부로 끌어내놓고 짓는 악마같은 웃음인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동생을 대할 때는 자꾸 과격해진다. 나는 천성이 과격한 편이지만 그걸 드러낼 때 스스로 너무 힘들기 때문에 무진장 애를 쓰며 살려 한다. 또 그 과격함을 어떻게 건강하게 풀 수 있을지 평생의 숙제처럼 여기며 산다. 동생에게도 이 말을 했다. “내가 천성이 다정하지 않다.(다정한 아버지의 그늘 아래 크고 싶었다. 아버지는 지금은 다정한 사람이지만 내가 자랄 때는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그걸 너무 잘 알아서 사람들에게 다정하려고 얼마나 애를 쓰며 사는데, 넌 자꾸 날 과격하게 만든다!“ 이때도 동생은 웃은 듯 하다.
동생은 마지못하듯 다시 돌아와 식탁의 접시들을 부엌으로 가져다 놓고 나는 그 식탁의 접시들을 정리해준다. 두어 번 왔다갔다 한 동생은 식탁을 슥 훑더니(아직 치울 것이 남아 있었다.) “이제 갈게요.” 하고 가려 한다. 난 소리를 친 것에도 분이 풀리지 않아 가는 동생에게 성큼 다가가 어깨와 등을 퍽퍽 소리가 나게 친다. “아휴 이노무 시끼 이거 어짜면 좋겠노, 니 저거 빤히 보이는데도 그냥 가는 거 이거 이거 진짜 우짜면 좋겠노!” 동생이 웃는다. 웃는 동생을 보며 나도 웃는다. 문을 나서는 동생의 등에 대고 “잘 쉬어~”하고 말한다.
왜인지 화가 나는 채로 분을 못 이겨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저 웃기고 미안한 마음도 조금 든다. 그러고 생각하면 또 동생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종종 일부로 내 화를 돋우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실 동생과 대화하는 중 동생은 부산에 기대를 하고 온 게 있다고 했다. 온지 얼 마 안되어서는 내가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말에 난 꽤나 부담스러워했다. 부산에 오면 내가 자기를 놀아줄 것 같았단다. 동생은 스물 여섯 살이다. 그런데 내가 너무 바쁘더란다. 하고 싶은 일을 자꾸 벌리고, 나도 내 인간관계와 나의 개인적인 생활들이 있다. 그리고 나도 날 재미있게 해 주는 사람을 좋아하지 끊임없이 자신을 재미있게만 해 주길 바라는 사람과는 만남이 지속되면 체력이 고갈된다.
나는 동생의 말에 "내가 재미있어 하는 것을 너가 재미있어 하지 않는 것처럼 느낀다."고 답했다. 그리고 솔직히 같이 있더라도 동생은 거의 말이 없고, 나는 그런 동생이 편치 않다. 나도 나대로 살피는 사람이기 때문인 탓도 있겠지만, 살피게 하는 존재, 그것이 기쁨이기보다 불안으로 느껴지게끔 하는 존재. 물론, 동생과 함께 있을 때 좋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무조건적인 것을 바라는 것 같은 순간에, 별로 무언가를 함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함께 있을 때 딱히 같이 할 게 없으면 가 버리는 동생은 그저 함께 있으며 각자 뭔가를 하는 방법, 한 공간에 함께 존재하며 시간을 즐기는 법을 전혀 모르는 듯 보이고, 끊임없이 내가 자기에게 재미있는 것을 제공해주어야 하는 사람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에 나는 또 화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