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일기 - 동생(2)

2025년 12월 18일(목) 아침의 일

by 현재

오늘 아침은 우리 집에서 여덟 시 반에 만나기로 했다. 모두 모처럼 쉬는 날이기도 했고, 나도 어제 늦은 시간까지 드라마를 봤던지라 부모님도, 나도 만나기로 한 시간에 늦어 아홉 시가 되었다. 시간 맞춰 우리집으로 오기로 한 동생도 오지 않았다. 아빠가 전화를 했을 때 동생의 폰은 꺼져있었다. 충전기를 꽂았는데 충전기가 꽂혀있던 콘텐트의 전원이 나가 있었다고 했다. 식사를 마쳐갈 때 쯤 동생이 왔다.


동생의 무표정과 다문 입에 또 짜증이 났다. 나는 애써 왔냐며, 아는 체를 하고 밥을 먹을지 물으니 "먹어야죠" 답하는 동생을 피해 부엌으로 갔다. 다시 빵을 잘라 에어프라이기에 넣고 방울 토마토와 소시지를 굽는다. 동생이 먹을 것들을 준비하며 나는 궁금했다. 왜 아침 먹는 시간 늦어서 번거롭게 해 미안하다던지, 고맙다던지, 그런 말을 하지 않는걸까. 그렇다고 직접 움직이는 척이라도 했으면, 생색을 내지 않으면 병에 걸릴 것만 같은 사람을 보며 괴로웠던 적이 있었는지라 나는 동생에게 절대 생색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또 나는 참지 못 하고 말을 꺼낸다.


동생네 집에서는 비슷한 메뉴(주로 빵, 과일, 커피, 요거트 등이다.)로 아침을 먹지만 자신은 주로 아침에 김치와 밥을 먹는다고 했다. 소화가 잘 안되기 때문이라나, 나는 내일부터 그럼 밥과 김치를 꺼내준다고 하니 동생은 괜찮다고 한다. 난 냉장고에 있는 요구르트를 먹을지 묻고 꺼내줬다. 그래놀라를 섞어주면서 아무 말 않고 먹기만 하는 동생에게 불만이 삐져나오려 한다.


"너는 고맙다, 미안하다, 잘 잤냐 등 기본적인 안부 묻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 난 그런 걸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저희 집에 있을 때는 아빠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아침부터 시끄럽다고 짜증내셨거든요."


"너는 그럼 다른 사람들이 다 네 아빠 같다고 생각하는거야?"


"..."


난 이후에 동생의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이 이야기를 했다. 본인은 기억이 없다고 하신다. 나는 동생이 앞뒤 맥락을 잘라먹고 단편적인 것만 기억해 사람들 앞에서 나를 난처하게 만든 순간을 떠올린다. 동생의 말을 그대로 신뢰하고 싶지만, 동생의 아버지에게도 확인하는 집착을 보이고야 만다.


대화라는 것에는 맥락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당시 동생이 기억하는 말을 했던 분위기는 동생이 쓰고 있는 모자에 먼지가 잔뜩 붙어 돌돌이를 좀 쓰지 하며 집에서 그걸 찾아준 일인데, 날이 워낙 추워 장갑과 목도리 등을 챙겨주려 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게 있으면 이야기해 라고 말해주니, 동생은 그렇게 묻는게 민폐 같다고 했다. 나는 내가 대체적으로 하고 있는 생각을 공유했다.


난 사람이 서로 어느정도의 불편을 주고받으며 산다고 생각한다고, 또 어떤 때는 사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서로에게 피해이기도 한 채로, 그걸 넘어서려 서로 잘해주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것 같다고 말하니 동생은 대뜸 내 지인이 와 있는 자리에서 "누나가 제가 존재 자체로 피해래요." 라고 말해버린 사건이 있었다. 나는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라하며 말을 절었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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