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최근 본가에 다녀왔다. 연 초에 자기 부모님과 일주일 정도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동생은 눈에 띄게 표정이 밝아지고 행동도 이전과 달라졌다. 밥 먹기 전, 또는 아침에 일어나 잘 잤냐고 물으면 동생도 "잘 주무셨어요" 하고 묻고, 밥을 먹기 전 후,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등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교회에서는 주일 점심을 먹고 설거지도 나서서 하겠다고 했단다. 집에서도 요리를 조금씩 해 우리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도 한다. 동생이 눈에 띄게 바뀐 모습들이 보여 나도 좋을 따름이었다.
어제는 지인이 사촌동생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자고 해 나갔다. (동생과 지인)두 사람도 잘 아는 사이다. 동생과는 같은 정류장에서 만나 출발할테니 출발 시간을 이야기했는데, 본인은 원래 조금 더 일찍 나갈 참이었으나 먼저 같이 가자고 해주었다. 나는 좋은 마음과 불편한 마음이 함께 들었다. 동생은 낮에는 특히 더 표정이 없다. 아침이라 정신 차리는데 시간이 좀 필요한지 그런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내가 또 괜히 성질을 부릴까봐 걱정스러웠다. 가볍게 아침 인사를 하고 이동하는 중에는 각자 편한 자리에 떨어져 앉아 갔다.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아침은 (우리)부모님과 같이 먹었는지 묻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지인을 만나 함께 점심을 먹는 동안 동생은 거의 말을 섞지 않았다. 좌석 자체가 일렬로 되어 있는데 지인이 벽 쪽으로, 내가 그 옆으로 또 내 옆으로 동생이 나란히 앉아 거리가 있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지인이 밥을 사는 자리였는데 동생이 여기 별로 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해 잠깐 당황스러웠으나, "너가 더 맛있는 곳을 많이 가 봤나 보네. 난 여기 맛있는 것 같은데?"하고 다시 지인과 대화를 나누었다. 밥 사는 사람 면전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생이 나는 좀 의아했고 집에 가는 길 너가 그렇게 이야기하니깐 당황스럽더라는 말을 하니 동생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밥을 먹고 카페에 가 대화 나누다 지인이 먼저 집으로 갔다. 가까이 천이 있어 동생에게 조금 걷지 않을래 하고 제안했더니 좋다고 했다. 동생과 걷는 중, 동생은 자신이 계속 병원에 있었다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까 요즘 이 고민을 한다고 했다. 병원에 있으면 본인이 하루의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프로그램 참여하고 때 되면 밥 주고, 외부적으로 통제 받는 환경에서 생활하는데 밖에 나와 있으니 자신이 온전히 다 일상의 계획을 세워야 하니 그게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나는 보통의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게 살지 않겠냐고 그랬다. 그리고 요즘은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하니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고,
날도 생각보다 따뜻했고, 걷는 길이 좋아 즐기는데 동생이 먼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꺼냈다. 이전에 자신이 자주 갔던 힐링장소에 대한 이야기, 언제 다시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 등, 모처럼 동생과 보내는 시간이 편안하고 즐거웠다. 한참 걷던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