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용의출현 조선의 선비 VS 일본의 사무라이
한산 용의출현 기대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마지막을 수놓을 우리의 자랑스러운 승리를 위한 초반 과정은 누군가에는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 초반 지략 싸움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중반을 넘어서면서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가 지난 후 압도적인 승리는 소위 말하는 국뽕을 느끼기에 차고 넘쳤습니다. 명량과는 결이 다른 영화로 고요함 속에 북받쳐 오르는 뜨거운 쾌감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한산 용의출현 신파와 인물의 개인사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장에서의 치열한 승부를 보여주는 전면 승부를 택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옳았습니다. 이제 울어라! 울어라! 이래도 안 울어 하는 신파의 시대는 구시대의 산물입니다. 물론 무미건조한 이야기 역시 좋을지 몰라도 약간의 MSG가 곁들여진다면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고 몰입된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라는 진실에 영화적 상상력이 결합되면서 실제 전장에서 있을만한 일들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왜군 진영을 포괄적으로 조명하는 것과 동시에 조선의 당시 상황 역시 조명하면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각각의 인물들의 사연을 여기에 녹여 내었다면 또 신파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오로지 벌어질 전투에 초점이 맞춰 진행됩니다. 그러나 너무 사실적이라 여겨진다면 건조한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과하지 않은 적당한 MSG는 오히려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더 돋보이게 만들어 줍니다.
이순신 장군 역을 연기한 박해일 배우의 모습이 이질적이라 생각하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완전히 오판이었습니다. 과묵하고 말 수가 없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당시의 상황에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속내를 가히 짐작하기 힘든 모습으로 명량의 비장미가 느껴졌던 이순신 장군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와키자카 야스하루 역을 연기한 변요한 배우의 모습은 이순신 장군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끓어오르는 야망이 넘쳐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혈기왕성한 모습입니다. 오로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승리를 하겠다는 그의 모습은 조선의 선비 VS 사무라이 대결로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조용하지만, 힘 있게 서사를 쌓은 전반부 이야기 덕분에 해전은 카타르시스가 정말 폭발합니다. 서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지략 싸움이 빛을 발하면서 기존의 클리셰를 정말 뒤집습니다. 어린진 VS 학익진 싸움이 폭발할 때 이걸 이렇게 사실적으로 보여주는구나 하고 김한민 감독의 연출에 손뼉을 쳤습니다.
전작 명량이 해전 전투를 묘사하면서 실제로 바다에서 촬영한 장면이었다면, 한산 용의출현은 CG를 사용해 완성된 장면입니다. 물론 하나하나 따지고 든다면 허점이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봐주고 넘어갈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CG는 곧 돈으로 엄청난 인력과 돈이 들어가는 작업입니다. 비록 아쉬운 점이 있지만, 현장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해전은 역시 이 영화의 백미였습니다.
한산 용의출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통해 신파와 국뽕으로 점철된 전작과 다르게 전략적 재미, 고증을 지키면서도 영화적 상상력을 통한 담담한 전개와 신파 없는 서사는 오히려 더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물론 작위적인 설정도 있지만, 적당한 MSG로 인해 오히려 개인적으로 더 재미있는 영화로 와닿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