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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우 Sep 21. 2022

늑대사냥 리뷰. 핏빗 향연을 위해 희생된 개연성

때론 장난처럼 느껴지는 잔인함.

스포 포함

영화 늑대사냥. 극단적인 잔인함을 추구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때론 잔인함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들이 자연스러운 이야기 흐름에 맞춰 진행되기보다는 오로지 보여주기 위한 장면을 추구하면서 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극명한 취향이 갈리는 영화로 호불호는 심할 수뿐이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개연성 부분은 결국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내용들이 취향에 맞는다면 철저히 무시하고 피의 향연을 즐겨도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국 발목을 잡는 내용들이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범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도망친 범죄자들을 한국으로 이송하기 위한 작전이 시작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감춰진 비밀이 숨겨져 있고 이로 인해 끔찍하고 잔인한 피의 향연이 벌어지게 됩니다. 바보가 아니라면 필리핀으로 도망친 범죄자들이 조직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화물선에 탑승한 선원들 역시 신분 확인조차 하지 않고 위험천만하고 극악한 범죄자 호송 작전에 투입된다는 것에서 시작부터 삐거덕 거립니다.


왜 형사들로만 구축된 인원들이 호송 작전에 참여한다는 것도 아무리 영화라지만 이해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범죄자들 인도받으면서 그 흔한 몸수색 하나 없이 그대로 배에 태운다니 상식적으로 금속탐지기 검사라도 하든지 몸수색이라도 해야 그나마 시궁창에 버린 개연성을 만회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시작부터 개연성의 늪에 빠진 서사를 무시하고 오로지 보여주고자 하는 내용을 즐긴다면 1 막은 그야말로 시간 순삭입니다. 범죄자들이 화물선을 장악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은 스릴을 보여줌과 동시에 액션의 탈을 쓴 핏빛 잔치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에 의해 날것 그대로의 잔인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르가 전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때론 시간을 너무 질질 끈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자칫 SF 장르로 생각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괴인이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는 오로지 피의 향연을 위한 질주일 뿐입니다. 잔인함은 괴인의 특성상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녀와 같은 초인 물로 장르가 변하면서 여기에 잔인함을 추구하는 내용들을 보여주기 위한 전개와 내용이 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주인공이라 생각했던 캐릭터들이 죽음은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살아남을지 알 수 없게 만들었지만, 죽게 만들기 위한 무대 설정은 보면서 허탈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개차반 성격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면 살아남았던 캐릭터의 죽음이 허탈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괴인과 대결에서 죽을 것이라 생각했던 캐릭터의 어이없는 생존, 지극히 갈비뼈 몇 대는 나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위력에 성한 곳 없이 살았다가 내 할 일 끝났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식의 스토리 역시 구멍 난 개연성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들입니다.


영화 늑대사냥 장르 전환과 함께 조금씩 밝혀지는 과거의 비밀들은 생각보다 더 큰 세계관을 갖고 있는 영화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색한 흐름의 향연 속에 장르적 재미를 주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영화가 나왔구나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보여주기 위한 잔인함은 고어 영화를 연상케 합니다.


모든 개연성은 철저히 무시하고 오로지 보여주기 위한 잔인함의 핏빛 향연을 즐긴다면 괜찮게 볼 수 있지만, 그 이상을 바란다는것은 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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