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함과 유치함 그 사이?
DC 영화 리뷰 샤잠2 신들의 분노. DCEU 종말과 함께 새롭게 시작되는 DC 유니버스 사이에 놓인 것처럼 진지함과 유치함 사이에서 방황한다. 물론 전작을 재미있게 봤다면 코믹 요소들이 마음에 들었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전작에 만족하지 못했다면 도긴개긴이다. 분명 1편에 비해 스케일은 커졌다. 적들 역시 강력하다. 그러나 기본 뼈대인 유치함은 변하지 않았고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다고 해도 유치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피식하는 웃음이 있을 수 있지만, 웃음을 주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참고로 쿠키 영상은 2개이며 원더우먼 갤 가돗 카메오로 출연했다.
샤잠 패밀리는 필라델피아의 문제아가 되어있었다. 사건을 해결하고 도움을 주긴 하지만 어설픈 영웅들로 표현된다. 물론 변신 전 아이들이라는 설정은 충분히 납득된다. 그러나 유치뽕짝 히어로 활동은 별다른 감흥이 없다. 긴장감을 느껴야 하는 상황에서도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그저 힘을 가진 아이들이 투탁 거리면서 놀고 있는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렇기에 애초에 몰입감이나 액션에서 박진감 따위는 개나 줘버려가 된다.
무려 이번 DC 영화는 신들의 힘을 훔친 마법사가 힘을준 인간들과 신의 딸들이 대결한다. 인간과 신의 대결이 벌어진다. 그러나 전작의 초딩 같은 논리의 악당보다는 그나마 괜찮아졌지만, 역시 이번 악당들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막강한 힘을 가진 신들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유치함이었다. 챔피언이라는 강력한 상대가 아닌 유치함으로 인해 고전한다. 사람들을 죽이지 않는 설정으로 쭉 이어졌다면 괜찮다. 그러나 이것은 초반 돌로 만들어 죽이면서 왜 샤잠 패밀리에게는 특혜를 주는지 알 수 없다. 한꺼번에 처리하기 힘들다면 각개격파로 샤잠 패밀리를 죽이면 될 것으로 애써 고생하며 허황된 이야기로 상영 시간만 잡아먹을 뿐이다.
입체적이고 악랄해 보였던 악당들은 중반을 넘어가면서 바보가 된다. 레이첼 지글러가 연기하는 신의 딸 앤시아는 영계 킬러로 등장한다. 고딩을 마음에 들어 해서 언니들의 계획에 방해가 되는 일을 저지른다. 얼씨구나 개판이구나! 칼립소 역시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 능력을 사용해 적(샤잠 패밀리)을 진심으로 상대할 때는 사용하지 않고 라돈 타고 하늘을 날면서 마법 지팡이 힘에만 의존한다. 헤르페소 역시 마찬가지로 뒤통수를 맞더라도 좀 그럴싸하게 당하든지 대놓고 난 바보요 윽! 당했구나. 호호호 난 진짜 악당이 될 테야 이보다 더 개판 일순 없다. 영웅들이 유치하니 우리도 같이 유치해져야 한다. 유치함이 강한 자가 승리한다. 빠라빠라 ~~빰
내가 알던 그 유니콘이 아닐 수 있지만, 신들의 음료를 마시고 좋아한다던 그 생물은 인간계의 달콤함에 빠져 길들여진 야생마가 되고 만다. 달콤함이 그 달콤함이 아니지만, 상관없다. 빌리 뱃슨은 결국 필라델피아를 구하고 장렬히 잠든다. 네가 정신을 잃은 것이든 진짜 죽은 것이든 상관없다. 결말로 가려면 이렇게 해야 하니 너 묻어주고 장례도 치러줄게? 아니 인간인데 왜 신들의 땅까지. 아차차 영웅이자 신이 되었다고 했지... 그 말은 결국 빌리 뱃슨을 신들의 땅에 묻기 위한 장식에 지나지 않았다.
갤 가돗의 원더우먼 난! 신이야 그러니 이곳을 살릴 수 있어. 이얍 변해라~~ 그리고 깨어난 빌리에게 웃음 한번 보여주고 퇴장. 전자보다 CG가 좋아하지고 스케일이 커졌다고 해서 큰 기대는 금물이다. 승리는 그 사람의 능력이나 힘이 아니다, 얼마나 더 유치함을 갖고 있느냐가 승리를 결정짓는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