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우 Aug 17. 2023

클리셰 타파하려다 설익은 밥이 된 영화 보호자 리뷰

정우성 배우의 감독 데뷔작

배우 정우성에서 감독 정우성으로 변신을 꾀한 영화 보호자. 주연까지 겸한 영화로 닳고 닳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클리셰를 어떻게 변주를 줘서 색다르게 보여줄지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그러나 대체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클리셰 타파를 외치다가 이도저도 아닌 실망스러운 영화가 된듯하다.


온갖 클리셰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였다. 물론 이야기 자체 역시 너무나 식상하다. 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들고 나온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였다. 조직에서 배신이 아니라 모시는 형님을 따라가기로 노선을 정하면서 보스에게 칼침을 놓는다. 이후 10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형님은 깡패 조직을 넘어 그룹의 회장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남자는 모아놓은 돈도 없으면서 주는 돈도 마다하고 평범하게 살려한다. 그러나 능력이 안 되는 조직의 자칭 이인자가 시키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난장판을 그려냈다.


설마 싸우는 이유가 이건 아닐 거야! 그래 아니겠지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모든 사건의 발단은 형 저 마음에 안 들죠! 였다. 성준은 괜히 폼 잡으려고 수혁의 아구창을 몇 대 날리기도 하고 으스대다가 보스 응국의 지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세탁기(킬러 2인조)에게 깔끔히 처리하라고 지시한다. 


세탁기 2인조는 대체 왜 죽이지 않는 걸까? 특별한 이유는 처음에 있었다. 딸이 놈들 손에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여자 친구를 죽여도 분노하다가 이내 차가운 이성으로 자신을 몇 번이나 죽이려 한 놈들은 왜 살려둘까? 이것이 변주일까? 낡고 닳은 이야기를 하면서 미안했는지 클리셰를 타파하고자 했던 것일까? 응국은 조직에 피해를 입혔는데 왜 수혁에게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을까? 

죽이지 않고자 노력하면서 모든 것이 뒤죽박죽 되었다. 서사의 개연성은 어는 순간 사라졌고 감독의 욕심이 앞을 달리면서 나머지는 뒤쫓아 오지 못하면서 무엇을 말하고 보여주고 싶었는지 스스로 길을 잃은 듯 보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상영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놀란 감독이 필름으로 빚어낸 한 인물의 파괴적인 초상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