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성악설에 기초한 악의 탄생
북유럽 공포 스릴러 영화 이노센트 2022년 우리나라를 제외한 여러 나라에서 개봉한 영화를 굳이 OTT 공개가 아닌 극장에서 개봉하는 이유를 사실은 잘 모르겠다. 굳이 돈을 주고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는 아니다. 엄청난 몰입감이 있는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강한 울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극장에 오고 가는 시간과 티켓 비용을 고려하면 집에서 OTT로 영화를 보는 것이 이득이다. 영화 분위기는 따뜻함을 찾아볼 수 없는 스산하면서 고요하다 못해 적막이 흐르는 느낌으로 성악설을 확신하는 모습을 통해 아이가 가진 초능력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느 날 이다와 안나가 이사 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벤자민이라는 악의 마음을 가진 소년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혼란과 고통 그리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악은 악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선은 악에 물들 수 있지만, 착한 본성이 악을 누르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는 감독의 확고한 생각이 곳곳에서 보인다. 초능력을 가진 아이라는 주제를 사용했지만, 특수 효과를 통해 그 능력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아닌 심리적 묘사와 간단한 효과를 통해 구현하고 있다.
이다의 언니 안나는 자폐 증상으로 부모의 관심을 받고 있었고, 그 관심으로 인해 소외되었다고 느끼고 언니를 싫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혼자 놀고 있던 벤자민과 이다는 이내 친해졌고 벤자민이 가진 초능력에 호기심을 보인다. 그러나 선한 이다와 다르게 벤자민은 훗날 끔찍한 악당 또는 괴물이 될 아이로 싹수 있는 모습을 통해 이다를 놀라게 한다. 어느 날 안나는 이아샤란 소녀를 만나게 되면서 말을 하기 시작한다. 텔레파시를 통해 안나의 생각을 읽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4명의 아이는 친구가 되었지만, 벤자민으로 인해 모든 것이 뒤바뀐다.
아이들 모두 각자의 아픔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비추지만, 벤자민의 경우 원래 나쁜 아이로 못을 박으며 성악설을 옹호하는 감독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분노와 증오로 뭉쳐 자신에게 힘이 생기자 그 힘을 사용하는 데 있어 망설임이 없었다. 동심을 잔혹하게 뒤엎기보다는 악으로 뭉친 벤자민이 싹을 틔우고 행동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후반부 역시 아이샤를 죽이면서 폭주하는 것이 아니라 악의 입장에서 당연한 듯 보였고, 그 악에 대항하는 선한 마음을 지닌 안나와 아다 자매의 마지막 대결로 이어진 듯 생각된다.
이노센트 악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난 것이다. 다만 외부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거대한 악의 탄생은 결국 누군가의 희생이 있고 난 뒤에 멈추는 것이 가능함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