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하는 말은 쉽게 타인의 영혼을 짓누른다
추천픽
* "아...그게...저기..." 로 대화가 끝나는 사람
* 집에 돌아가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이불 킥하는 사람
* 카톡 이모티콘을 주로 쓰지만 실은 말 잘하고 싶은 사람
"너의 나라 바다는 무슨 색이니?"
삼면이 다르고, 계절마다 다르고, 아침저녁으로 다른 바다 색깔을 두고 '블루'로 싸잡아 표현한 과거의 나.
작가가 일생의 화두를 선물 받고 글을 썼다.
인연을 만들고, 관계를 끊는 매개가 '말'이다. 갓난아이의 첫소리인 울음이 지나 옹알이, 엄마를 거치면서 사회적 존재로 드러나는 것도 '말'이다. 말은 곧 존재를 의미하고. 말로써 생명을 얻는다.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살아있다고 볼 수 있을까. 묵언수행하는 스님조차 그 순간에는 눈빛과 표정으로 소통을 한다.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중년을 넘어서자 생각나지 않는 단어뿐 아니라 생각한 대로 나오지 않는 말 때문에 어렵다. 슬픔을 겪은 사람 앞에서 어떤 위로의 말이 좋을지 고심하다 결국 서 있을 때도 있다. 10대도 아닌 20대도 아닌 반백의 나는 아이를 성인으로 키웠고, 어딜 가든 어리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 나이다. 그런데 이제야 '말하기'의 어려움에 봉착했으니, 작가가 일생의 화두를 선물 받았듯 나 역시 숙제를 받은 셈이다.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이다.' - 비트겐슈타인
대화가 통한다는 건 언어적 직관이 통한다는 의미다. 농담을 맞받아치고, 숨어있는 의도를 알고 공감하는 사람과의 대화가 얼마나 즐거운가. 말이 통하는 사람이 끌리는 이유는 '언어'의 유희를 끌어내기 때문이다.
말의 힘은 말하는 사람의 인격으로 획득된다. 인격은 연출이 불가능하다... 어떤 사람은 단 몇 마디를 할 뿐인데, 그가 말하면 진리 같다.
제법 말 좀 한다는 소리를 듣던 내가 더듬기 시작한 이유가 궁금했던 차에 책을 읽으면서 내게 없는 걸 찾아냈다. 나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말공부를 하지 못했다. 스티브잡스가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보기 전까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라고 했듯, '말'이 가진 아름다운 뜻을 이해해야 했다.
언어는 나다. 나의 세상은 언어의 한계만큼 작거나 크다.
쉽게 쓰고, 말하고, 지우는 일이 흔한 시대다.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편한다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상사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인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인공지능에게 묻는 일을 지혜롭다 할지 모르겠다.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읽고 쓸 수 있을까 의문이다. 자신에게는 혹시 말을 건네는지 궁금하다.
사람은 지금 이 순간에는 지금 이 순간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이해한다. 담을 수 있을 만큼만 담을 수 있는 그릇과 같다.
반 세기를 사는 동안 깨우친 게 있다면 누군가의 오늘을 보고 함부로 내일을 예측하지 말자는 것이다. 고작 한두 개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못된 습관이다.
사람은 자기 세계 밖에 있는 상대의 언어를 당장 이해하지 못한다.
언어는 강철보다 견고한 인간의 생각과 마음을 두드려 금 가게 하고, 틈이 생기게 하고, 마침내 드나들 수 있는 길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