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딴따라 Jul 18. 2021

사람 사이에 파동이 있다.

너와 나 사이의 말

말은 그 사람의 파동이다.      

만나면 편하고, 헤어질 때 샤워한 듯 개운한 사람이 있다. 삶살아볼 만해지고, 함께 할 때 시너지가 폭발하는 만남이  있다. 파동이 부드러운 사람은 상대의 상태를 고려해 흥분하지 않고 나지막이 말한다. ‘고마워, 미안해’가 장착된 배려는 누구의 마음이든 연다. 중심이 있기 때문에 쉽게 요동하거나 시끄럽지 않고 갑작스러운 일에 야단법석 치기보단 어떤 행동을 할지 생각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믿을 만하다 하며 지혜롭다 한다. 시시한 학벌 얘기가 아니다. 진심으로 말하되 적게 떠들고 많이 들으려는 태도 때문에 삶의 분별력과 사람을 향한 이해가 넓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지지직거리는 인생의 주파수를 원 없이 질러도 받아줄 것만 같다.

인생을 사치하지 않고 가치 있게 살고 싶다는 이의 고백을 들을 때마다 종종 나의 얼굴은 붉어진다.




누군가는 만나면 기 빨린 듯 기진맥진하다.

부정적인 말은 묵직한 저음처럼 처음엔 잘 안 들리지만 한번 귀에 박히면 떼기가 쉽지 않다. 호기심은 의혹으로 변하고 불안과 두려움이 자리 잡는다. 일어날 일은 언제나 나쁠 것이며 지금 좋은 건 나빠지기 전의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염려는 긍정과 부정에 붙어서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고 모든 상황이 어떻게든 안 될 거라는 절망을 준다. 대책 없는 긍정이라고 좋을까. 고주파처럼 찌르는 무책임한 긍정은 알맹이가 없어 힘이 없다. 이런 말의 중심은 대부분 남 탓이다. 억울한 사람은 자신이며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있다. 더 가여운 건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 때문이라는 수렁을 가진 사람이다.     


불평, 불만과 남 이야기, 부정적인 말을 화젯거리로 삼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 대책 없이 휩쓸리다간 무차별적인 에네르기파에 쏘여 기를 뺏길 수 있다. 모두가 내 사람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나 자신은 지금껏 어떤 파동을 냈는지 의문이다.


유키즈온더블록은 사람이 주제다.
 

뭔가를 성취해낸 유명인사가 주인공인 대부분의 방송과 달리 대단치 않은 삶을 사는 흔한 이웃이 나온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는 거리에서 만난 일반인이 내는 파동이 감동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환경을 탓하지 않고 살아내는 이웃의 미소는 내 맘 같지 않은 세상과 억울함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한다. 그리고 사실은 자신도 출연자처럼 감내할 힘을 가졌음을 발견한다.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희망의 파장은 브라운관마저 통과한다.




1%의 소수가 세상을 이끈다 해도 99%를 채우는 건 우리 같은 일반인이다. 태양의 흑점처럼 우리가 내는 소리와 에너지는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세상을 움직인다. 우리는 민감하게 파동을 느껴야 한다. 굽이치는 사람과 함부로 어울려 깨지든, 좋은 에너지로 가치 있는 삶을 만들든 선택사항이다. 좋은 파동은 사람을 구하고 세상을 구할 수 있다. 가급적이면 혼자보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진동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함께라면 사막도 바다가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