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타일리스트와 CF감독의 프렌치 감성 아파트
2013년, ‘인테리어’보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가 아직 낯설던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자신만의 세계가 분명한 한 부부를 만났다.
남편은 CF감독, 아내는 푸드스타일리스트.
일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섞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 집의 시작은 형태가 아니라 감각의 리듬을 설계하는 일이었다.
빛이 머무는 방식, 일과 쉼이 공존하는 구조,
그리고 서로의 직업이 대화할 수 있는 집.
이 세 가지가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
이 집의 변화는 거창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고 정확한 선택들이 하루의 동선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주방 옆 방을 허물어 다이닝룸 겸 가족서재로,
부부침실의 실외기실을 남편의 서재로,
욕실 앞 복도를 파우더존으로 전환했다.
공간을 바꾼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하루를 다시 그린 셈이었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인 아내는 늘 ‘빛과 향이 있는 공간’을 꿈꿨다.
그녀의 하루는 주방에서 시작되고, 일상 또한 그곳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주방은 민트 컬러와 원목 상판,
그리고 식물과 꽃으로 채운 자연스러운 프렌치 무드로 완성했다.
촬영을 위해 늘 세심히 정리된 그 공간에는
일과 생활의 경계가 없는’ 그녀의 감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주방이 아니라,
아내의 감각이 피어나는 무대였다
이 집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가 머무는 곳은 다이닝룸이었다.
책장에는 두 사람의 책과 카메라, 요리책, 그리고 여행의 흔적들이 함께 놓여 있었다.
식사 공간이자 가족의 서재이자, 때로는 아내의 작업 공간이 되기도 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은 두 사람의 세계를 이어주는 배경이 되었다.
책과 물건, 사진이 자연스럽게 섞이며 이 집의 리듬을 만든다.
누군가는 일을 하고,
누군가는 식탁에서 책을 펼친다.
이 집은 그렇게 일과 쉼이 공존하는 구조로 계획했다.
이 집의 완성은 구조보다 재료에서 시작되었다.
2013년 당시, 주거 공간에서 이런 재료를 사용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바닥에는 노출 콘크리트 질감의 미콘 마감,
주방에는 원목 상판,
현관과 다이닝 사이의 벽에는 구로철판을 사용했다.
이 세 가지는 당시 ‘집’의 문법을 완전히 벗어난 선택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직업과 취향을 담기엔
그보다 더 적합한 재료는 없었다.
“남편의 화면 안 질감과 아내의 식탁 위 질감이
서로의 세계를 연결해주는 재료가 되었다.”
부드러움과 거침, 따뜻함과 차가움.
그 대비가 이 집의 긴장감이자 매력이었다.
그때는 실험이었지만, 지금은 우리에게 기준이 되었다.
남편의 세계는 언제나 ‘프레임 안의 질서’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래서 거실은 가죽소파의 묵직함과 화이트 벽돌의 단정함으로 완성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 점의 잭슨 폴록의 블루 작품이 걸렸다.
그림은 강렬했지만, 공간을 압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안에 흐르는 자유로운 리듬이
이 집의 구조와 닮아 있었다.
부부침실은 가장 단정하고 조용한 공간이었다.
햇살이 깊이 스며드는 창가에는 작은 서재를 두었다.
남편은 그곳에서 시나리오를 읽고,
아내는 조용히 차를 마셨다.
이 집을 완성한 건 자재도, 가구도 아니었다.
그들의 직업과 감각, 그리고 삶의 방식이었다.
콘크리트의 거침과 민트색의 부드러움,
그 사이의 균형이 두 사람의 대화 같았다.
결국 집은,
그 사람이 일하고 쉬고 살아가는 방식을 닮는다.
두 사람의 세계가 공존했던 이 집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감각이 머무는 프레임’으로 남을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프로젝트 속에서
각각의 집이 어떤 이야기를 품고,
그 이야기가 어떻게 공간의 형태와 구조로 이어졌는지
‘살아있는 디자인’의 기록으로 계속 이야기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