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첫번째 집

블루로 물든 신혼집 이야기

by 상아

블루, 우리의 세계를 잇다


신혼집이라는 말만으로도 설레는 무언가가 있다.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이자, 함께 꾸려가는 첫 공간이라는 의미는
디자이너인 나조차도 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2014년, 지금처럼 뜨거운 여름.
해외에서 생활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한 신혼부부를 만났다.


그들의 첫 집은 새 아파트가 아니었다.
남편이 어린 시절을 보내며 자란 집,
20여 년 전 어머니가 직접 지은 이야기가 많은 집이었다.

현장을 함께 둘러보던 날,
식탁 위 조명을 어머니가 어렵게 구해오셨다는 이야기,
좋은 나무로 만든 오래된 문에 담긴 세월의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그 집에는 이미 시간이 남긴 결이 있었고,
그 위에 이제 막 시작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얹어야 했다.


기억과 이어지는 현재의 공간

남편은 자기 방 앞에서 잠시 멈췄다.
밤마다 만화책을 읽다 잠들던 자리,
좋아하는 뮤지션의 포스터가 붙어 있던 벽.
그 시절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 방은 이제 두 사람의 작업실이자,
현재의 삶을 담아낼 새로운 공간이 되려 했다.

부부는 외국계 회사에 다니며 재택근무가 잦았다.
때로는 함께, 때로는 따로 일을 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다.
한 사람은 일하고 다른 한 사람은 쉬기도 하는,
각자의 시간을 존중하는 리듬.


그래서 나는 다이닝과 이어지는 벽을 허물고
그 자리에 두 개의 문을 만들었다.
닫히면서도 열려 있고, 분리되면서도 이어지는 구조.
그 선택은 두 사람의 삶을 닮아 있었다.



첫인상이 남긴 선택

두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은 아직도 뚜렷하다.
유학생 같은 자유로움과 자신감,
그리고 분명한 자기 색.
그 속에 디자이너를 존중하는 배려까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집에서는 흔히 신혼집에 쓰이는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
조금 더 과감한 자재와 색을 쓰고 싶어졌다.

벽돌과 블루가 강렬하게 어우러진 패턴 타일,
오래된 고재로 만든 화장실 문,
새롭게 철제로 만든 도어.

그 모든 선택은 단순히 ‘예쁘기 때문’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자유로움과 자신감,
그들의 색을 닮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블루, 우리의 세계를 잇다

블루를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블루를 사랑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났다.


그 만남은 단순한 취향의 우연이 아니었다.
우리의 세계를 연결해준 색이었고,
집을 채운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 되었다.

벽과 문, 패브릭과 그림 속에 스민 블루는
두 사람의 삶과 기억을 이어주는 결이 되었고,
내게도 오래 남는 상징이 되었다.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블루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집.
그만큼 강렬하게 남아 있는,
디자이너인 나에게도 특별한 프로젝트였다.



나는 이 집의 다이닝 벽에 잭슨 폴록의 파란 그림을 선물했다.
강렬하면서도 자유로운 선들이 겹쳐진 그 그림은
두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인상과 닮아 있었다.

자유로움과 자신감, 그리고 분명한 자기 색.
그 속에 서로를 존중하는 배려까지 담긴 두 사람.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집에,

폴록의 푸른 그림은 어쩌면 가장 잘 어울리는 한 조각이 아닐까.

오늘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단순하다.
공간은 결국 그 안에 사는 사람을 닮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집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유행도, 완벽한 스타일링도 아닌,
그 사람의 기억과 취향,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라는 것.





다음 글에서는,

또 다른 집에서 만난 ‘삶의 방식’을 담아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한 사람의 직업과 생활 리듬이 어떻게 집의 구조와 표정을 바꾸는지,

특별한 과정을 함께 나누고 싶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