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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an Aug 08. 2019

The Lobster (2015)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실겁니까?


더 랍스터. 이 영화에 관한 글을 나중에 쓰려고 계획했으나, 빨리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맴돌아 예상보다 일찍 글을 올리게 되었다. 참고로 영화니까 스포일러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좀 딱딱하고 분석적일 수 있다!



배경과 스토리


배경


커플이 아닌 것은 죄이며, 커플들은 도시에서, 솔로들은 한 외딴 호텔에서 생활을 한다. 그곳에서 45일간 짝 찾지 못한다면, 영원히 동물로 변하게 된다. 어떤 동물로 변할지는 자신이 고를 수 있으나 만약 커플이 되기 위해 거짓말로 상대를 좋아하는 척을 하다 걸린다면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동물로 변한다. 그리고 사냥에 성공한다면 1명당 1일의 체류기간을 늘려준다.

사냥은, 호텔과 도시 사이의 숲에서 호텔을 탈출한, 혼자만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마취총으로 잡는 것이다. 이 숲에서는 다른 곳과는 반대로 짝이 있는 것이 죄이며, 모든 활동을 혼자 한다. 말동무 정도는 가능하지만 꼬리 치거나 작업을 거는 행위는 처벌을 받게 된다.

도시에서도 경찰들은 혼자 다니는 사람들을 검문하여 커플 등록증을 확인한다. 그렇게 호텔과 도시에서의 생존은 곧 짝을 찾는 것이고, 숲에서의 생존은 혼자 있는 것이다.


사냥을 가는 호텔 이용객(?)들.


스토리


주인공, 근시 남자(데이비드)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떠나 외톨이가 된다. 그렇게 그는 개로 변해버린 자신의 형과 함께 호텔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거기에서 혀 짧은 남자와 절름발이 남자와 친구가 된다. 시간이 흘러 절름발이 남자는 일부러 코피를 터트려 코피 나는 여자와 함께 커플이 되고, 근시 남자(주인공)는 무정한 척 연기를 통해 무정한 여자와 커플이 된다. 하지만 이 여자는 그의 형(개)을 발로 차 죽임으로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그를 고발하려 한다. 근시 남자는 도망치고, 호텔 메이드의 도움으로 무정한 여자를 물리치고 숲 속으로 도망간다. 혼자만의 삶만을 추구하는 그곳에서 그는 결국 근시인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되고 둘은 점점 더 가까워진다. 하지만 솔로들의 리더는 그 둘의 관계를 알아채고 여자의 눈을 멀게 하여 둘은 공통점을 잃는다. 근시 남자는 결국 리더를 물리치고(?) 여자와 함께 도시로 도망친다. 한 도시 외곽 식당에 도착한 둘. 거기서 주인공은 스스로 눈을 멀게 할지 고민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고민하는 주인공. 보는 내가 다 떨린다.



조금은 섬뜩한 이 영화, 왜?


이 영화는 일반적인 영화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름을 느꼈을 것이다.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때로는 눈에 바로 들어오고 들릴 수 있지만, 영화의 흐름에 따라 무의식 속에 알게 모르게 깔리는 장치들도 있다. 몇 가지 알아보자.


조금은 사이코패스 같은 톤


아마 영화를 보면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인물들, 그리고 내레이션으로 나오는 근시 여자의 목소리마저 모두 감정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일관된 톤을 유지하면서 진행되기에 우리는 처음에는 조금 소름 돋고 어색해하지만 이에 곧 적응이 된다. 하지만 이런 톤을 깨는 부분이 딱 몇 부분이 있다. 처음은 호텔 매니저와 남편이 솔로들에게 협박을 당할 때이다. 영화의 중후반부쯤인데, 호텔 매니저가 영화 내 처음으로 두려움과 화의 감정을 드러낸다. 물론 싸우는 장면은 전에도 있었지만, 감정이 없이 그냥 싸울 뿐이었다. 이 장면은 영화 내에서의 큰 사건이자 터닝포인트로 작용한다. 영화의 스토리 자체도 새로운 방향을 갖지만, 전체적인 톤도 변한다. 그리고 감정도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점점 나타나는 감정


가장 드러나는 감정은, 습격 다음날 오전(추정), 근시 여자가 웃는 부분이다. 웃는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 내어 크게 웃는다! 사실 어떤 영화든 웃고, 감정을 표현하는 게 우리에겐 너무 익숙하고 당연하여 처음 볼 때에는 전혀 이질감을 못 느낀다. 이 사이코패스 같은 영화에 웃는 모습이 들어간 것은 참 재밌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이 모습을 보고 데이비드가 질투를 느낀다. 그녀에게 토끼를 가져다준, 웃게 만든 남자를 찾아가 그가 근시인지 무섭게 확인한다. 또, 이 웃음이 주인공의 행동 트리거가 되기도 하지만, 관객이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게 된다. 우리도 감정이 있기 때문에 저절로 감정 없는 캐릭터에겐 거리를 두고 감정이 있는, 여기서 웃는 여자에겐 친근감을 느끼고 더 애착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근시 여자는 장님이 된 후에 두려움, 울음을 통해 두 번 더 감정을 드러낸다.


첫 웃음 장면. 처음 제대로 된 감정이 나타난다.
영화 막바지에 억지로 웃는 모습. 위와 비교해서 어딘가 어색하다.



물 빠진 색


목소리 톤이나 감정과 같이 쉽게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한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도 있다. 바로 색감. 색감은 우리가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무의식 속에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전체적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감정이 없는 인물들처럼 채도가 낮게 되어있다. 회색빛의 차가운 영상이 주를 이루는데, 그 사이사이 따뜻한 색감의 공간과 영상이 보일 때도 있다. 호텔 내에서는 커플이 함께 있는 곳, 즉 다 같이 춤을 추거나 다 함께 식사를 하거나, 커플만이 들어갈 수 있는 2인실 혹은 요트 안이 그러하다. 알게 모르게 함께하는 것이 더 따뜻하고 행복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고 있는 장치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호텔 안 사람들이 커플이 되어서 평화롭게, 따뜻하게 살기를 속으로 바라게 된다.

호텔 밖의 숲도 차갑다. 분명 초록빛인데 어딘가 색이 빠져있다. 하지만 도시로 가니 알록달록 여러 가지 색이 보인다. 괜히 마트에서 이런저런 장면과 솔로 리더의 집을 보여준 게 아니다. 도시가 호텔이나 숲보다 더 좋은 곳이라고 위와 마찬가지로 알게 모르게 당신의 뇌에 주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숲에서의 장면은, 혼자보다 둘이 함께할 때의 구도가 더 이쁘고, 채도도 높고 심지어 동물들도 나타난다. 평화로워 보인다. 심지어 나중에는 안 들리던 새소리까지 들린다! 이 모두 생각해보면 당신이 왜 아 저 둘이 커플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라는지 더 이해가 될 것이다.


* 우린 호텔로 호캉스를 가고 싶어 하는데, 이들은 반대다.


색감을 통해 근시 남자가 무정한 여자와 커플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좌측은 혼자일 때이고, 우측 시점 기준으로 둘이 커플이 된다.


구도


카메라 워크, 화면 구도 또한 제 역할을 한다. 대표적으로 눈에 띄게 보이는 부분이 무정한 여자에게 쫓길 때 호텔 안에서의 씬이다. 이때만큼은 모두가 눈치챌만큼 칼 같은 대칭을 보여주려고 한다. 거울을 써가면서까지 보여주려고 할 정도니, 눈치 못 채긴 힘들 것이다. 이전 호텔 장면에서도 대칭적인 구도가 보이긴 하였으나, 스토리상 남주가 호텔에서 도망가는 트리거가 되는 부분인 도망 씬에서 이 효과를 더욱 극단적으로 끌어올렸다. 호텔이 얼마나 답답하고 숨 막히는 곳인지 극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빨리 벗어났으면 한다. 이와 비교되게 숲에서의 구도는 (비교적) 아름답고 자유롭다. 심지어 동물들도 자유로이 돌아다닌다. 정확한 대칭 구도를 굳이 만들지 않고, 인물들도 배경의 일부인 양 작게 잡는 샷들이 있다. 각박한 호텔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거울까지 쓰면서 대칭 구도를 만들려고 하였다! 이정도 노력이면 알아주어야 한다.



역설적인 코미디


스토리를 파고 들어가 보자. 본인도 1회 차 관람에서는 알아차리지 못한 부분인데, 다시 보니 몇 역설적인 부분들이 보였다. 여러 가지가 있으니 최대한 짧게 설명해보겠다! (tmi로 짧게 쓰는 게 제일 힘들다.)


절름발이 남자의 행동. 절름발이 남자와 친구들이 새로운 신입들이 들어왔을 때, 다리를 절고 있는 한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그의 친구는 그녀 또한 다리를 절기 때문에 절름발이 남자와 잘 어울릴 것이라 한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그저 발목을 접질렸을 뿐, 곧 나을 것이라며 자신과의 공통점을 부정한다. 진짜 절름발이가 아니라면 인정하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그의 전 부인도 절름발이 었다. 이 정도면 절름발이 페티시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그가 코피 나는 여자에게 스스로 코피를 내면서 다가간다. 진짜 발목이 삐어서 다리를 절뚝거리는 건 안되는데, 나지도 않는 코피를 나게 해서 공통점을 억지로 만들어낸다? 이건 내로남불이다!

“발목이 삐었겠지” - 내로남불 남자


처음 숲 속에서 ‘사냥’을 할 때에 아름다운 선율과 슬로 모션으로 사람들의 동작을 마치 춤인 양 보여준다. 그런데 넘어지고 구르고 난리도 아니다. 그리고 원래 아름다워야 하는 장면도 아니다. 이게 바로 코미디.


비스킷 여자와 함께 버스를 탔을 때의 장면에선 조금 특이한 부분이 있다. 둘의 대화를 내레이션이 그대로 따라 말한다는 것이다. 얼레 우리도 분명히 둘의 대화를 들었는데 왜 그걸 또 얘기해주지? 그 후 그 여자는 뛰어내려서 자살 시도를 한다. 비스킷 여자가 근시 남자에게 자신은 투신을 하겠다고 말하는 부분을 두 번이나 들려줌으로써 강조하는데, 그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그는 무정한 여자처럼 매정하다는 듯이. 그리고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없는 감정을 만드는 것이 있는 감정을 감추는 것보다 어렵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는 형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감추지 못한다. 내레이션과 비스킷 여자의 투신, 무심함을 통해 그에게 없던 극한의 무정함이 마치 있는 척한 것이다. 결국 그가 말한 반대인, 있는 감정을 감추는 것이 없는 감정을 만드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 물론 무정함, 매정함이 감정은 아니지만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딱 걸렸어!


여자가 내레이션으로 한 말이 있다. “Oh my god, I’m so afraid of it.” 근데 목소리 톤은 전혀 안 무서워 보인다. 소름 돋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딱히 코미디스러운 부분은 아니지만, 근시 여자가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근시 남자(데이비드)와 하룻밤을 자는데, 어떤 괴한이 스테이크 칼로 찔렀다고. 영화 마지막 부분에도 이 스테이크 칼이 등장한다. 짜잔!


근시 남녀가 숲 속에서 몰래 시그널을 주고받을 때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는 것은 ‘이 세상에서 너를 제일 사랑해’라는 뜻이고, 오른쪽으로 돌리는 것은 ‘조심해, 지금 위험해’라는 뜻이다. 숲 속에서 사랑하는 것은 곧 위험한 것임을 한 끝 차이의 동작을 통해 보여준다. 그렇다면 절레절레는 무슨 뜻일까? 사랑하는 게 위험해? 원래는 동작으로 보여야 하는 메시지들을 말로 그대로 읊는 부분도 조금 유머러스하다.


근시 여자가 장님이 된 후, 솔로 리더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 “다른 감각들이 좋아질 거야.”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근시 남자가 스스로 두 눈을 찌르러 화장실로 향하기 전, 근시(장님) 여자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다른 감각들이 좋아질 거야.” 조금 소름 돋는다.




그래서 끝은 어떻게 되는건데?


자, 결말 추측을 해보자. 오픈 엔딩의 영화 특성상 정해진 답은 없다. 아마 여러분들도 영화를 보고 근시 남자가 결국 어떻게 했을까에 대한 추측을 했을 것이다. 몇 가지 가능한 결론에 대해 근거를 나열해보려 한다.



엔딩 1. 근시 남자가 자신의 눈을 찌르고 여자와 함께한다.


영화 전반적으로 가장 무난하고 나름 로맨틱한(?) 엔딩이다. 이 엔딩에 대한 근거는 영화 내 주구장창 전달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공통점’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정말 셀 수 없이 많이 이 부분을 어필한다. 처음 이 남자에게 어떤 동물이 될 거냐 물어볼 때에도 “서로 어울리는 동물들끼리 있어야지, 늑대와 펭귄, 낙타와 하마가 같이 있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한다. 자신도, 주변 인물도 인물 간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애쓰고, 공통점이 있는 인물에게 호감을 느낀다. 결국 근시(장님) 여자와 공통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공통점을 만들으려고 한다. 그의 전 아내도 근시인 것을 보아 눈에 대한 집착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쯤 되면 등장인물들은 다 어딘가 변태스러운 면이 있는 것 같다.)

주인공의 근시 페티쉬. 징그러울 정도다.

이 외에 랍스터라는 동물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그가 랍스터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귀족 같고, 오랫동안 생식이 가능하며 오래 산다는 것이다. 여기서 귀족 같음은 영화 내에서는 도시에 사는 것을 뜻한다. 꽉 막힌 호텔이나, 위험이 도사리는 숲이 아닌 자신의 짝과 함께 평화로운 도시에서의 삶. 그리고 도시에 있는 사람들은 호텔이나 숲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마치 귀족들이 천민 신경을 쓰지 않듯이 말이다! 그도 이런 삶을 원하니, 현재로서 호텔과 숲 모두에서 도망쳐온 그에게 귀족으로 살 수 있는 남은 선택지는 바로 스스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되어, 그 여자와 함께 지내는 것이다.



엔딩 2. 근시 남자가 자신의 눈을 찌르지 않고 도망간다!


나쁜 놈이지만 아주 현실적인 엔딩. 사실 엔딩 1과 같은 이유를 다르게 해석하면 엔딩 2의 결론이 난다. 공통점의 유무와 눈에 집착하는 근시 남자. 결국 공통점이 없는 그는 눈을 찌를 수밖에 없는데 사실 그냥 그가 근시인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 되는 거 아닌가! 안경 낀 사람이 한 둘도 아니고. 그렇게 도망을 가고 새로운 여자를 우여곡절 끝에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에서 그가 무정한 여자와 같은 척을 했을 때, 절름발이 남자가 코피 나는 척을 했을 때에도 안 좋게 결론이 낫듯이 스스로 장님이 되는, 원래 자신이 아닌 행동을 한다면 마찬가지로 좋지 않은 결론이 나지 않을까?

슬프게도 이 엔딩을 뒷받침할 근거는 더 있다. 하나는, 위에서 언급되었듯이, 근시 여자가 꿈에서 괴한이 자신과 근시 남자를 스테이크 칼로 찔렀다고 한다. 이 칼은 마지막 엔딩에서 또 등장하는데, 결국 이 칼이 둘 사이에 좋지 않은 결말이 난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치이다.

또,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여자가 혼자 남았을 때 화면의 톤도 눈여겨 볼만하다. 앞서 보통 둘이 같이 있거나 행복한 부분은 화면의 색이 밝고 다채롭다고 얘기했었다. 하지만 여자가 마지막에 혼자 기다리는 모습에서는, 알록달록한 도시의 색이 그렇게 빠져있을 수가 없다. 결국 혼자 버려졌다는 것을 색감을 통해서 전하는 것이다.

밝지만, 어딘가 물이 빠져있는 색이다. 컵의 물을 통해 시간이 꽤 지난 것을 보여준다.

또 있다! 그래도 이번 근거는 이 엔딩이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게 만든다. 여자가 처음 장님이 된 것을 알았을 때에 이렇게 소리친다. “왜 나를 장님으로 만들었냐! 그를 장님으로 만들 수 있지 않았냐!” 솔로들이 호텔에 습격하여 호텔 매니저와 남편 사이를 손쉽게 끊어 놓은 것처럼, 눈을 멀게 한 행동을 통해 근시 여자는 근시 남자를 15점 만점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둘 사이는 완벽하지 않다는 뜻! 이 엔딩에서 남자만 나쁜 놈이 아니니 화를 가라 앉히자.



엔딩 3. 근시 남자가 자신의 눈을 찌르지 않지만 여자와 함께 한다.


이 얼마나 완벽한 엔딩인가! 그렇게 집착하던 공통점을 버리고 그녀를 사랑하다니. 사실 이 부분에 대한 근거는 많지는 않지만 생각해볼 만하다.

영화 내 음악이란 것은 보통 둘이 함께하는 것이었다. 호텔에서 춤을 출 때에 남녀가 함께 노래를 부른다. (뒤에 있던 악기 연주자들은 무시해주자!) 솔로들의 리더의 부모님들을 만났을 때에도 부부는 함께 연주를 한다. 혼자서 즐기던 음악은 오직 일렉트로닉 음악뿐이었고, 그마저도 우리 관객에겐 들리지 않았다. 근시 남자와 여자가 함께 듣는 장면도 없었다. 둘이 각자 다른 플레이어와 다른 이어폰을 듣고 같이 듣는 시늉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노래에 대한 이런 설정을 깨고 근시 남자는 (그 톤 없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혼자서 말이다! 일렉트로닉 이디엠 뿜뿜뿜도 아닌 - 음치여서 장르는 모르겠다만 - 발라드와 같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를 말이다! 이는 그가 영화 내의 규율에서 벗어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저 호텔의 규칙, 숲에서의 규칙이 아니라 모두가 인정하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탈피이다. 즉 흑과 백만 있던 사회에 그가 빨간색 (아무 색이나 상관없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무슨 뜻이냐 하니, 결국 공통점이 있어야 누구를 사랑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공통점이 없어도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그가 집착하던 근시는 더 이상 아니지만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모두가 바라는, 그리고 그가 바랬던 공통점이란 필요 없다고 그의 생각이 바뀌었다. 이전의 모습이 더 이상 아닌 그는 장님이 된 여자와 함께 도시로 간다. Happily ever after!

음치여서 시무룩한 근시 남자.



세 결론 모두 다 가능성이 있다.

당신이라면 몇 번째 결론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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